[15/100] 새로운 것 100개 도전하기_소확행에 대해 의심해보다.
인싸가 아니라 인싸와 아싸의 중간점인 미디엄싸(?)가 되기도 어렵다.
신조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소확행을 들었을 때, 무슨 뜻인가 한참 고민했다.
소중하고 확실한 행복 -> 뭔가 이 뉘앙스는 아닌것 같음
소심하지만 확실한 행복 -> 이건가?
하다가 검색해보니 소는 소(小)라는 걸 깨달았다.
소확행: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또는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4394371&cid=43667&categoryId=43667)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나온 신조어라고 한다.
자매품으로 직장에서 쓸 수 있는 소확횡(작지만 확실한 횡재)도 있다.
처음에는 작지만 확실한 횡령인 줄 알았는데 너무 멀리가서 범죄의 영역으로..가버렸다.
검색해 보니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데
인상깊었던 의견은 '학습된 무기력'을 심화시키려는 것,
순간의 단순한 쾌락을 쫒는 것 이라고 비판한 의견으로,
자신의 재능을 장시간 동안 갈고닦아 '대확행'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사실 90년대 세대로 이골이 나도록 '노오오오오오력을 해야해, 요즘 젊은 것들은 노오오오력을 안하고 사회 탓만하고 저런짓을 하니 취업도 안되고 결혼도 못하는거야. 나 때에는 블라블라 뭐시기저시기 요즘 젊은애들은 정신머리가 빠져서' 등등을 들어왔기에 장시간 인내의 요구에 지쳤지만 합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위의 예시처럼 또 노오오오력을 안하고 사회탓으로 돌리는 것일지는 몰라도, 장시간 동안 집중해서 노력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경제적 환경을 갖고 있는 젊은이가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학습된 무기력'에는 96% 정도는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 그런 기사를 봤다. 서울대 내에서 과잠에 자기의 출신의 고등학교를 써 넣는다고 했다.
물론 단순하게 생각하면 동아리처럼 아니면 출신 지역처럼 뭉치는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외고, 과고, 자사고 등 학교 내에서도 또 고등학교 출신 성분에 대해서 세분화해서 바운더리를 만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기사 예전부터 초등학생 때부터 '휴거(휴면시아 거지)' 그리고 '임대주택에 사는 친구랑 어울리지 말렴'이라는 말도 돈다고 하고
심지어는 우리 사회에서 엘리트로 추앙 받는 법조인도 로스쿨 출신 사시 출신으로 또 나눠서 또 이해집단이 다르니.. 여러 예시를 들었지만 내가 말하고자하던 것은 이런 바운더리 속에서 철저하게 암묵적인 계급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바운더리들이 정해지고, 어딘가에 소속되고, 그 바운더리의 집단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출입구가 폐쇄된다면.. 영화 가타카처럼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이미 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사회에서 자신이 속할 수 있고, 속해야만 하는 소속, 위치, 소득, 주거, 학력, 직업이 정해진다면.. 무기력이 학습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까.. 그 상황 속에서 그나마 작은 행복들을 찾아 내일을 또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밖에..
비단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실이 아니다. 모두 알다시피 영국 역시 액센트만으로도 계층을 알 수 있는 암묵적으로 철저히 계급사회이고, 혁명으로 유명한 프랑스 역시 오르지 못할 사다리들이 존재한다. 선진국도 이런 상황인데 하물며 우리나라야 덜하겠는가.
하지만 '일본' 문화에서 파생된 신조어라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우리나라의 경제, 문화는 일본을 조금 후행한다고 하는데 .. 나는 일본 문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전문가도 아니지만 '사다리'를 이탈한 청년들이 많다는 것은 안다. 정규직보다는 프리터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고있고, 결혼과 연애를 포기한다던지, 히키코모리의 등장이라던지..
내가 본 뉴스 기사 속의 '사다리'를 이탈한 일본 청년들은 분노를 하거나, 아예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아닌 기존 체제에서 최대한 거슬리지 않고 순응해 포기하고 조용히 살아간다, 라는 느낌이 강했다. 체제 속에서 경쟁하며 사는 것, 완전한 니힐리스트가 되는 것보다 순응하고 분노를 눌러 담는 것이 더 위험한 방향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좌절에서 겪는 모든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다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물론 소수겠지만 파장은 크다)은 건강한 방향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담일 수도 있겠지만 얼마전에 넷플릭스에서 일본 드라마 몇화를 시청했다.
제목이 기억이 안나는데, 몸이 뒤바뀐 여학생들의 이야기였는데.. 이런 주제라면 클리셰처럼 식상해서
넷플릭스에서도 엄청 많은 콘텐츠가 존재한다. 근데 보통은 어멋! 세상에 몸이 바꼈네~~ 뭘 해볼까~~ 하는 좌충우돌 모험기인데 엄청나게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였었다. 몸이 바뀌며 겪는 차별에 대해서도 묘사가 되어있는데 가장 나를 숨 막히게 만들었던 것은 '나한테 친한척하지 말래?'라는 대사였었다. 그 친한척이 뭐뭐 상~ (물론 성이다) 이 아니라 뭐뭐 짱(이름이다)라고 불렀던게 문제였는데.. 일본 문화를 잘 모르기도하고.. 언어에서부터 벌써 관계의 바운더리가 결정되는게 신기하긴 했지만.. 문화 상대주의가 있으니.. 존중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하지만 왕따의 몸으로 바뀐 주인공의 일상이 클로즈업 되는데 가족, 교우관계, 외모 등 다양한 곳에서 그 불행이 클로즈업되서 진행된다. 이 불행들을 보면서 무엇을 느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불행 클로즈업이 '외모가 부족하다고 해서 차별하지 말자'인가? 하고 생각해 봤는데 .. 잘 모르겠다. 그것보다 소위 '불행 포르노'가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들었다. 러닝타임 동안 남의 처절한 불행을 감상하며 '나는 이것보다 낫네' 하고 안도할 수 있는 짧은 휴식. 물론 드라마는 당연히 해피엔딩일테고 권선징악을 통해서 악인은 처벌될 것이며 선인은 추앙 받게 되겠지만.. 기분이 이상해졌다.
일본의 예의, 질서는 귀감이 될만하나, 그것이 선의와 호의가 아닌 누군가의 희생과 억압으로 이뤄진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자주드는데, 그래서인지 일본 발의 '소확행'에 대한 나의 의구심은 가시지가 않는다.
또 다른 여담이지만 오프 더 레코드여서 정말인지 모르는 (혹은 정말인지 의심하게 되는.. 누가 사실을 안다면 알려줘요..)것 인데, 일본은 심야식당처럼 '혼밥'을 해도 이상할 점이 없을 것 같은데 여자의 경우 덮밥, 우동 류를 혼자 먹으면 '여자력'이 떨어져서 이상하게 본다고 한다... 그래서 혼자먹으면 외국인이겠거니 한다고... 일본 여행을 두번 가봤지만 여태껏 몰랐어서 대충격이었다. 그동안 혼자 먹은 덮밥이랑 우동이 얼만데..
소확행은 말 그대로 인생, 일상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해야되지, 인생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 하고 있으면 안된다.
다만, 다만 소확행은 대확행의 길고 긴, 지루한 인내의 과정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짧은 휴식이 될 수는 있다.
나도 사실 소확행 중심에서 대확행으로 노선이 바뀐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엘리트 사다리에서 멀어진 내가(사실 태어날 때부터 그 반열에 안 껴있었다) 시간이 많이 들고 이미 엘리트들이 포진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를 꿈꾸며 내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현재의 수익, 안정을 조금 포기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심지어 빡대갈로) 나아간다는 것은 사실 남이 보기는 위험 대비 수익률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투기다. ㅋㅋㅋ...노력을 해도 수익률이 안나오면 꽝인 것 처럼..주식으로 비교해보면 아주 잘 쳐주면 코넥스에 상장된지 좀 되는 하한가 찍고 횡보하는 종목 같은 느낌이다. 차트를 잘 볼 줄은 모르지만 지난 몇개월 동안 보면서 생각이든 것은 횡보를 오래해야 상승할 저력을 축적할 수 있다. (물론 하락도 가능함...^^) 대신 거래량인 노력이 뒷받쳐 줘야 하는건.. 당연한 사실이다. 원점으로 돌아왔다 노력 할 수밖에 없고, 열심히, 치열하게 고민 할 수 밖에 없다.
노력이 투기가 되는 내 현실이 답답하긴 하다. 당장 준비해야 하는 시험도 2~3년 간 육백만원이 든다. 십오일 후에만 해도 이백만원 깨질 예정이고, 퇴근 후 평일 3시간, 주말 6시간 6개월 간 648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그동안 문화, 오락을 누릴 생각은 안 하는게 낫다. 나 같은 게으른 빡대갈이 할 수 있을지 나도 확신은 안 서는데 돈 안들고 만들 수 있는 건 배짱과 철면피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