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10 조선의 새로운 국가발전전략과 점점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한국, 어떻게 중국을 극복할 것인가.

여러가지 사건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건을 짚어내고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국가와 집권정치세력이 해야할 일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을 나열해면 다음과 같다. 지방선거에서의 투표지 부족으로 인한 문제, 이란/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그리고 최근의 시진핑의 조선방문으로 인한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치적 변화 등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일과 과제로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변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시진핑의 조선 방문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국제정치질서는 급변하고 있다. 이란 전쟁은 이런 변화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6월 8일과 9일 양일간 시진핑의 조선방문은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조선이다. 조선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이후 한반도 주변 국제정치질서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번 시진핑의 조선방문도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이어진 변화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할 것이다. 조선은 우크라이나 파병과 시진핑의 방문으로 수십년동안 가해지던 미국의 제재와 봉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정은 집권이후 조선은 한국과 미국을 통한 국가발전전략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문재인의 기만적 대조선정책과 시대상황을 읽지 못한 트럼프의 실책이 맞물린 결과였다. 그 이후 조선은 한국과 미국을 통한 접근방식을 포기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통한 국가발전전략으로 수정했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은 조선의 수정된 국가발전전략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조선이 민족개념을 폐기하고 남북을 국가개념으로 재설정한 것도 수정된 발전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조선은 운신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으며, 반면 한국은 점점 더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조선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바탕으로 한국이나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추진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으나, 한국은 미국과 일본으로 관계가 점점 더 수축되고 있다. 확장과 수축의 국제관계가 지니는 의미는 분명하다. 한국은 쇠퇴하고 조선은 발전한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으로 관계를 수축하는 것은 자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미 미국은 과거의 여유있는 패권국가가 아니다. 미국은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국가를 희생물로 삼아야 하는 동족 포식의 과정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에게 한국은 가장 손쉬운 포식의 대상인 것이다.

최근 한국의 기업들이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미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필자는 이들 한국 자본가들의 생각이 무엇인가가 궁금하다. 아마도 이들은 미국이 제조업 기반강화를 시도하는 지금의 기회를 이용하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했다면 단견에 불과하다. 한국 제조업이 미국으로 진출하고 성공적으로 정착했을때 이들 기업을 미국의 금융자본이 포식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확장하기 이전에 먼저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 제조업들이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저무는 패권국가는 상처입은 사자보다 더 난폭해질수 있다. 미국 금융자본은 앞으로 매우 흉폭해질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오늘자 한국일보를 통해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보도의 제목은 ‘협력 안하면 중국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는 자극적인 내용이다. 다이빙 대사는 최근 한국내에서 팽배하고 있는 혐중정서에 대한 불편함도 같이 표출했다. 그러나 실제 그가 한말의 핵심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은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이고 미국과 동맹 관계다. 한국의 근본적·장기적 이익에서 출발해, 대중·대미 관계를 함께 잘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 그럴 만한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사실 다이빙 대사가 한 말은 옳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도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야 미국에 진출한 한국의 자본도 견제를 통한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부당한 협력을 요구하고 중국은 정당한 경쟁을 요구한다. 미국의 부당한 협력은 한국에게는 공공연한 착취이다. 그리고 중국의 정당한 경쟁은 경쟁력이 약한 국가에게는 보이지 않는 착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힘을 두렵게 생각하는 것을 공공연한 혐중으로 표현하는 것은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힘이 기울고 능력이 부족하면 그런 혐오감이 팽배한다. 그것은 역사적인 경험이다. 지금 한국은 바로 그런 현상을 겪고 있다. 중국이 두려우면 혐오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중국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충분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내에서 혐중인식이 확대되는 것은 한국 사회가 폐쇄적이고 퇴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혐중은 한국에게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필자는 한국이 지정학적 위기를 극복하고 중국을 극복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도로 한국과 조선의 전면적인 협력을 주장했다. 남북경제안보 동맹을 추구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인문지리적 억제’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고래등 싸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시진핑의 조선 방문을 보면서, 필자가 주장한 ‘인문지리적 억제’와 ‘남북경제안보동맹’ 방안도 효력을 상실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남북경제안보 동맹과 인문지리적 억제의 조건은 남북이 같이 공동번영을 위한 상호호혜적 경제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조선은 단독으로 국가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런 조선의 접근전략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럴 경우 필자가 주장한 남북경제안보동맹과 인문지리적 억제방안도 효용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금과 같은 경제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일변도의 전략을 구사하면 다이빙 대사가 말한 것 처럼, 한국의 경제는 수축될 수밖에 없다. 조선이 한때 세계 17위의 GDP를 기록했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국이 지금과 같은 태도에서 머물면, 조선이 한국의 경제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불과 한두세대 이후에는 한국과 조선의 경제가 역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미 한국의 경제는 역동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직시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경제적 역동성을 회복하는 길은 조선과의 전면적인 협력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조선의 주장대로 남과 북이 국가대 국가의 관계로 재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남북간 평화조약의 체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과북이 한국전쟁 교전당사자로서 강화조약을 맺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안보의 한국화가 가장 시급하다.

미국은 이미 단독으로 조선과 관계를 재정립하기가 어렵다. 미국은 이란전략에서 처절하게 실패했다. 이번에 조선문제에 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하면, 미국 패권 상실에는 심각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점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제 앞으로 한국에는 아주 좁은 운신의 폭만 남아 있다. 기회의 문은 점점 더 닫히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 기득권, 그리고 한국의 대중들이 보다 성숙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