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15 미한통합국방협의체, 한국은 무엇을 준비하는가, 정태현 글steemCreated with Sketch.

in news 지정학과 세상읽기8 days ago (edited)

바로 내일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부산에서 제29차 미한 통합국방협의체(KIDD)가 열린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 측 수석대표는 김홍철 국방정책실장, 미국 측은 조지 르무어 동아시아차관보다. 양국 국방·외교 당국자들은 전시작전권 전환, 연합방위태세, 조선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 협력 등을 논의한다. 이란 침략 논의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KIDD가 서울이나 워싱턴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을 선택한 이유는 울산 HD현대중공업과 거제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업의 역량을 미국 측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부산이라는 장소 선정에는 산업 홍보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해양 경쟁을 명분으로 동맹국의 조선소, 항만, 정비능력, 군수지원망을 하나의 거대한 군사 공급망으로 묶으려 한다. 한국 조선업의 기술과 생산능력이 미국 해군력의 유지 기반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미국 함정의 건조, 수리와 군수물자 보급을 한국이 맡는다면 조선업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의 세계적 군사작전을 뒷받침하는 후방기지와 정비공장으로 기능하게 된다. 협력인 동시에 종속이다.

KIDD는 2011년 10월 28일 제43차 미한안보협의회에서 출범했다. 당시 양국은 여러 안보협의체를 통합·조정하고 감독하기 위해 한국 국방부 정책실장과 미국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가 주관하는 고위급 정책협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난립한 협의체를 정리하고 정책 조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 출발점에는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관리’가 있었다.

2011년은 미국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후유증 속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전략적 중심축을 이동하던 시기였다.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등 동맹과 협력국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재편하려 했다. 미한동맹도 더 이상 한반도 방어만을 위한 군사협정에 머물 수 없었다. 미국의 관점에서 한국은 조선을 상대하는 전초기지인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고 동북아·서태평양 작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거점이었다.

KIDD는 바로 그 재편을 제도화한 장치였다. 한국과 미국이 동등한 국가로 각자의 안보정책을 조율한다면 의제와 결정권도 대칭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회의의 틀과 전략적 방향은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라 움직였다. 한국은 ‘한반도 방어’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지역 전략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끌려다녔다. 독자적으로 군사정책을 결정하기보다 미국이 설계한 안보 체계의 하위 파트너로 배치된 것이다.

전시작전권 문제도 이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이 자국 방위를 스스로 지휘한다는 주권의 문제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논의 흐름은 향후 연합사의 지휘구조와 운용능력, 미국의 정보·정찰·감시·타격 자산, 미한연합작전의 상호운용성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미한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미래연합사의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단계적으로 검증한다. 2018년 합의된 세 가지 조건도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 조선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었다. 그 안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미국의 군사기술과 지휘체계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넘겨받으려면 미국으로부터 그들의 감시, 정찰, 위성, 지휘통제, 장거리 타격 능력과 결합했다는 합격점수를 받아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결국 ‘미국으로부터 군사 주권을 되찾는 과정’이 아니라 ‘미국식 연합작전 체계 안에서 한국군의 역할을 재배치하는 과정’이다. 미국이 지휘권을 내려놓는 대신 한국군이 미국의 무기체계와 정보망, 작전개념, 지역전략에 포섭되는 구조이며, 여전히 최종 결정권은 넘겨받지 못한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논의가 한국의 완전한 자주국방을 뜻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미국의 동맹 현대화 전략에 맞춘 지휘체계 재편에 가깝다. 미국은 한국군을 한반도에 묶어두는 낡은 동맹 대신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유연한 동맹을 원한다. 한국군이 한국군 장성의 지휘 아래 움직인다고 해도 미국의 정보망, 무기체계, 연합작전 계획, 군수지원 체계에 의존한다면 지휘권의 외형만 바뀔 뿐 종속은 계속된다.

이번 KIDD에서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와 조건이 논의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는 11월 미한안보협의회에서 목표연도를 합의하려면 그 전에 양국 실무·고위급 당국자들이 조건과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핵심 질문은 따로 있다. 한국군이 미국의 작전체계에 얼마나 잘 적응했는가가 아니라, 한국이 어떤 전쟁에 참여할 것인지 국민과 국회가 결정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미국의 이란 침략 전쟁에 대한 참전 논의는 이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재명 정부는 아직 참전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이미 9월 7일 아랍에미리트에 현지조사단을 보냈다. 그곳의 군사거점, 항만, 기항지, 정비·보급 조건, 작전환경을 확인 중이라는 사실을 그저 검토 정도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해상초계기, 폭발물 처리 인력, 무인 기뢰탐지·제거 장비, 군수지원함 등이 참전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국 사회의 반대 목소리는 크게 울려퍼지고 있다. 9월 9일에는 601개 시민사회단체가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호르무즈 참전 반대 행진을 벌였다. 9월 12일에도 수백 개 시민단체가 서울 도심에서 미국의 대이란 전쟁과 한국군 참전에 반대했다. 평일에도 집회와 행진이 계속 이어진다. 여론조사에서도 해상초계기나 군수지원함 같은 군사자산 파견에 반대하는 응답이 45%에 달했다.

부산 KIDD에서 논의될 조선업 협력과 이란 침략 논의는 따로 떨어진 의제가 아니다. 하나는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산업 기반을 제공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그 침략에 동참할 것인지의 문제다. 조선소는 군함을 만들고, 정비시설은 군함을 고치며, 협의체는 작전과 임무를 조율한다. 산업, 군사, 외교가 하나의 사슬로 묶이는 것이다.

한국은 빠르게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무기를 많이 가졌다고 자주적인 나라는 아니다. 어떤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를 스스로 행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주권국가라 할 수 있다. 전작권 전환도 미국식 연합작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을 거부하고 평화를 결정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불길한 예감은 거의 틀린 적이 없다. KIDD에서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를 논의하게 될 듯하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은 전쟁에 한국군을 보낼 수 있는가. 한반도 방어를 명분으로 구축한 군사체계를 이란 침략과 대만해협, 남중국해 분쟁에 사용할 수 있는가. 미 제국주의의 군사적 필요를 한국의 국가이익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가. 결국 이 문제다.

이재명은 분명히 대답해야 한다. 미국의 이란 침략전쟁에 한국군을 보내서는 안 된다. 한국은 군사적 종속을 ‘동맹 현대화’로 분칠하지 말고, 전쟁에 끌려가지 않을 권리와 독자적인 평화정책을 세워야 한다. 부산의 회의가 자주적 결단을 미국에 전달하는 자리가 되지 못한다면, 적어도 이재명 정부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국민 앞에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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