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8 역사적 이행경로에서 이탈하는 국제정치질서와 중증자폐증에 빠진 한국
미국이 국가안보전략서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국제정치질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이 그려지고 있다. 이번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에서 가장 중대한 변화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이다. 미국은 더 이상 유럽의 안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유럽의 안보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일면 지극히 합리적이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서로 대결하던 경우에야 미국이 유럽의 안보에 관여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상대가 변했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기존의 소련과 대결하던 구도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중국의 도전 양상도 소련과 다르다. 과거 소련은 경제가 아니라 군사적 이념적 도전을 했다면, 중국은 경제적인 도전을 하고 있다. 중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유럽은 미국이 중국과 경쟁을 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트럼프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함에 있어서 유럽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트럼프가 대신 선택한 것은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과 일본을 동원하여 중국과 군사적 대결구도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견 그럴 듯해 보이는 이 전략도 조금만 더 들어가보면 어설프기 짝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중국의 도전은 일차적으로 경제적인 측면이 주다. 중국이 최근 군사력을 강화한 것은 미국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봉쇄하고 차단하며 압박하려고 했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의해 군사적인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소위 안보의 딜렘마가 가장 극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미국이 국가안보전략서를 발표함으로써 미국의 제2차 대전이후 질서가 근본적으로 무너지게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이 대안으로 제시한 본토방위는 미국이 주도하던 전후 질서의 대안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은 미국과 떨어지면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기 보다는, 과거처럼 서로 분열하는 양상을 띨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프랑스는 그런 경향의 가장 대표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살길은 러시아와 손을 잡는 것이다. 비스마르크와 마찬가지로 독일은 러시아와 유대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의 독일 정치가들이 이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하고 있지만, 미국의 정책이 변했는데 독일이라고 변하지 않고 그대로 과거에 머무를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 독일이 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조만간 독일은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가장 위험한 국가는 폴란드다. 폴란드는 다시한번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폴란드는 영토적인 이익을 확보했다. 주로 독일이 영토를 폴란드에 넘겨주었다. 러시아와 독일이 손을 잡으면 폴란드 영토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러시아는 칼리닌그라드와의 회랑을 확보하려 할 것이고, 독일은 엘베강 이동 과거 독일 영토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폴란드가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필자가 언급한 유럽의 안보지형 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과 함께 결정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현전선에서 의미있는 방어선을 편성하고 저항하지 못하고 있다. 전선이 워낙 넓어 러시아군은 여기저기에서 산발적 진출을 하고 있다. 현재의 전황을 보면 러시아군이 오히려 진출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마도 너무 신속하게 진출하면 미국과 유럽의 과잉대응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앞으로 유럽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이 과거와 같은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은 분명하다. 유럽이 무너지면 국제정치 질서는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유럽을 비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유럽에서의 패배를 자인하는 것으로 밖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지금 변화하는 국제정치 질서는 단순한 패권이동이 아니다. 미국과 대척점이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구조의 성격상 이는 500년 이상 유지되어오던 서구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이기도 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역사적인 변화를 앞에 두고 한국의 정치세력이 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 한심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권의 한미관세협상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매국적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의 대부분은 그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여기저기 다녀보면 자영업자들이 모두 붕괴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지옥의 입구에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런 상항이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돈이 돌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조금만 동창회도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예인의 과거 행정에 대한 언론보도는 아무리 잘 보아주어도 기획된 것이라는 의혹을 버릴 수 없다. 그동안 많이 보아왔다. 정권이 위기에 빠지거나 어려워지면 여지없이 대중의 관심을 가리기 위해 연예인을 도마위에 올렸다.
한국 위정자들의 수준이 이정도에 머물고 있으니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보나 마다다.
반면 현재 조선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은 그야말로 국가발전이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선 것 같다. 조선은 시대적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조선이 그럴 수 있는 것은 자주적인 역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휘둘리지 않고 그들을 오히려 이용할 수 있는 역량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도 박정희 시대 당시 국가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자주적인 태도를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여러번 현재의 대한민국이 지금과 같이 한두세대만 지나면 조선에게 흡수통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한바 있다. 지금의 한국은 이미 빠져나오기 어려운 위기에 진입했다. 그것도 스스로 진입했다. 그런 위기상황에 진입하는데 일등공신은 이재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중은 여전히 자폐증적인 증상에 빠져 주변을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변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