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18 수세적인 미국과 공세적인 중국이란 관점에서 본 현 국제정치질서의 변화
필자는 현재 우리가 지정학적 대격변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지만 그 변화를 제대로 감지해 내기는 쉽지 않다. 당대를 사는 인간은 자신의 시대가 어떤 모습인가를 가장 모를 수밖에 없다. 인간이란 필연적으로 우물안 개구리의 신세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식능력밖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추론해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추론을 세우고 그것을 하나하나 검증해 나가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것이 연역적이든 귀납적이든 각각의 사건과 증거가 일정한 방향성을 가리키는 것을 탐지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사고방식과 사고체계를 가지려고 노력해야 비로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는 미국의 단극체제가 붕괴되면서 새로운 국제정치적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은 비록 단극체제가 붕괴 되더라도 여전히 세계적 패권국으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고, 이와 반대의 위치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위시한 국가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제정치적 질서를 만들어가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미, 중, 러간 천하3분지계의 상황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한국같은 국가는 세계적 수준에서 국제정치적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역사적 변화의 주역은 여전히 미국, 중국,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이다. 그리고 기존의 미국적 질서에 저항하는 국가들이 역사적 변화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베네주엘라, 이란, 조선, 인도 및 아프리카 사헬 국가들이 역사적 경로의 변화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주역인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서유럽 같은 국가들은 자율적으로 변화를 추동하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간의 세력경쟁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가를 분명하게 그려나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그러나 미세한 변화가 결국 태풍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야 한국같은 국가는 비로소 앞으로 어떤 세계 질서가 형성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전망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등장이후 두드러진 양상이 있다면, 그 이전보다 매우 공격적으로 정보공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네팔과 같은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이것은 이 지역에서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었거나 이 지역의 패권국가인 인도가 제대로 이런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미국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의 정보작전은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특히 베네수엘라에서는 트럼프가 생각한 것 같은 레짐체인지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란에서는 오히려 역공작에 말려들어서 이란에서 활동하고 있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자산들이 누출되어 제거되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 이번 이란 사건에서는 시위대가 몇명이 죽었는가 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신의 정보자산을 상실하고 얻은 결과가 별로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네팔과 방글라데시같은 정치적 변동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완전하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실패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언론에서는 별로 다루지 않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한 서아시아 지역의 변화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이상 미국의 안전보장에 의지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집트와 튀르키에 소말리아를 포함하여 안전보장을 위한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정학적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대만에 드론을 보냈다. 이뉴스도 언론에서 별로 크게 보도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이 대만문제에 대해 매우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이런 중국의 행동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대만간 관세협상에서 대만은 미국에 TSMC 공장의 상당수를 이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대만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은 대만을 중국에게 넘겨준다고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반도체 문제를 한국에 다시 제기하는 것도 유사한 성격을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그리고 TSMC를 미국에 옮겨놓음으로써 미국의 전략적 취약점을 방어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이 일본과 한국에 대해 각각 다른 양상으로 대응하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에 대해서는 매우 강경한 입장이다. 중국은 한국은 포용하고 일본은 강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중국의 태도는 미국과 동아시아에서 일정한 역할분담과 세력정리가 논의되고 있을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게 한다. 미국은 일본을 아태지역의 거점으로 삼으려 하고 한국은 유사시 손을 뗄 수도 있는 지역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추정이 가능한것은 그동안 미국이 오랫동안 이런 방식의 동북아 전략을 구상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언제 한국에서 손을 떼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의 국제정치적 상황을 보면 미국이 공세적인 것 같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면 그 반대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은 베네주엘라를 공격하고 그린란드를 점령한다고 해서 공세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중국이 더 공세적이다. 중국은 베네주엘라에 더욱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으며, 캐나다와는 훨씬 더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캐나다가 서명한 협상의 내용들을 보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것들이다. 베네주엘라도 중국은 자신들의 경제적 이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베네주엘라에서 중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그냥 무력하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베네주엘라 대중의 확고한 반미정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발생하고 있는 변화들은 매우 산발적인 것 같지만, 조금 크게 보면 이들 산발적으로 보이는 사건들이 모두 얽혀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패권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국의 의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더 수세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반미국가들이 더 공세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들은 하나깥이 반미, 반제국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여전히 세계는 제국주의와 반제국주의의 모순과 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일하게 한국만 제국주의적 피해를 당했지만 제국주의의 편에 서 있는 것이다. 한국은 제국주의적 국제질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스스로 저버렸다.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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