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5 베네주엘라 사태이후의 국제정치질서, 중층적 구조의 형성과 한국의 운명
미국의 베네주엘라 침공은 국제정치 질서가 완전하게 변화했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국제정치질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쳐 만들어졌던 국제정치질서는 완전하게 파괴되었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국제연합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언급한바 있다. 국제연합의 기능마비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 국제정치질서의 붕괴를 의미한다.
기존에 우리가 익숙해져 있던 국제정치질서의 붕괴는 새로운 국제정치질서의 등장을 의미한다. 변화는 시작되었지만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러시아와 중국이 주장하는 다극적 국제질서라는 것도 중국과 러시아가 추구하는 질서에 해당하는 것이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까지 모두 포함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의 국제정치질서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중층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중러가 지향하는 다극적 질서라는 것이 미국과 중국 러시아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예상된다. 미, 중, 러의 국제질서는 상호 이해관계의 존중을 의미하는 다극적 질서가 아니라 강대국간의 전통적인 power politcs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전체적인 국제정치질서는 미, 중, 러의 전통적인 파워 폴리틱스 체제로 굳어가고 있으며, 그 하부단계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하부 국제정치질서는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적 체제를, 중국과 러시아는 당사국간 상호 이해관계의 존중이라는 이상주의적 국제질서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브릭스나 상하이 협력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그들이 힘에 의한 지배를 추구하는 미국과 달리 이상주의적 국제질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하겠다.
국제연합은 이상주의적 국제정치이념의 산물이었다. 국제연합은 본질적으로 무정부주의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는 국제정치질서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했던 이상주의의 결실이었다.
한국과 같은 국가들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상주의적 국제정치질서의 환경에 크게 힘을 입은 바 있다. 이제 좋은 시절은 끝났다. 베네주엘라 사태로 볼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지배하는 지역 국제정치질서는 냉혹한 힘의 역학관계로 결정되는 시대로 접어 들었다는 것이다.
어떤 국가든 미국이 지배하는 영역에 들어가면 그 나라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미국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하위국가들을 착취하는 방식의 국제질서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있어서 하위국가는 더 이상 협조와 협력의 상대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이 처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국가가 미국이 지배하는 지역국제정치질서에서 이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미국적 지역국제정치질서의 붕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베네주엘라를 공격한 것은 베네주엘라 하나만이 아니라 중남미 전체의 지배체제를 고려한 것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확고한 자기영역의 확보가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고, 그 첫번째 목표로 베네주엘라를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 미국은 중남미 전반에 대한 지배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물론 미국이 생각하는 것이 모두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중남미는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역으로 변화했다. 과거 몬로주의와 같은 상황이 재현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미국이 베네주엘라에 지상군을 전면적으로 집어넣지 못한 것도, 지상군의 대규모 개입이 베네주엘라 대중의 저항을 초래하여, 미국이 끝없는 수렁으로 말려들어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미국의 활동영역이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중남미의 정반대 지역인 아프리카 지역의 동향이다. 특히 아프리카 사헬지역은 미국과 서방의 영향력을 완전하게 벗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이 전세계적인 제국적 지위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세계패권국가에서 지역패권국가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힘이 서로 충돌하는 경계선상에 위치해 있다.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생각을 거꾸로 하면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지금의 이재명 정권은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을 오히려 불리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이재명은 앞으로 한국의 이익과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이재명 정권이 그대로 남아 있는한 한국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