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8 천하3분지계에서 미국의 구상과 중러의 대응 그리고 베네주엘라의 내부상황에 대해

세계대전의 망령이 전지구를 감싸고 휘돌아 다니고 있다. 전지구적 수준에서의 세력재편이 일어나면서 조금만 삐끗해도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누차 이야기했지만 이제 우리가 알고 있던 국제정치질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는 지금의 상황을 역사적 진행경로의 변곡점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그리고 500년이상 지속된 서구자본주의가 더 이상 효용을 상실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도 있다.

미국의 전략적 구상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은 서반구를 완전하게 장악한 다음에 힘을 비축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문제에 소극적인 것은 지금과 같은 현상을 최대한 유지하여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대신 미국은 베네주엘라를 필두로 중남미에 대한 확고한 통제권을 장악하고, 북해항로를 고려한 그린란드까지 직접적으로 장악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린란드는 미국이 점령을 하는 것과 상관없이 사실상 미국의 영향력하에 들어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언급하는 배경에는 캐나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구상이 숨어 있는 것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일전에 이미 세상은 천하3분지계로 넘어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메리카 대륙과 서유럽,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동유럽, 중국과 동아시아가 바로 그것이다. 베네주엘라 사태는 미국이 천하3분지계와 같은 구상의 실현을 위한 과정이라고 하겠다. 베네주엘라는 미국이 간섭하기 매우 용이한 지역이다. 거리상으로 가깝다는 것은 매우 유리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베네주엘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베네주엘라가 미국에게 군사적 간섭을 당하지 않도록 실질적으로 대비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필자는 이전에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군사적 간섭시도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중국의 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모종의 협상이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을 추정하게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서반구를 확고하게 장악하는 시도를 눈감아주는 대신 자신들의 현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유를 확보하는 것으로 거래를 했을 가능성도 충분하게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미국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미국이 자신의 대외정책을 수행하는 방법을 외교에서 전쟁으로 완전하게 바꾸어 버렸다. 트럼프가 내년도 국방비를 1.5배 이상 증액하겠다고 한 것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다. 대외정책 수행방법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정도의 군사비 증액을 얼마나 견뎌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군사비를 대폭 증액하면 그동안 열세였던 중국과 러시아의 재래식 군사력과 핵무기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6년과 27년은 미국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성격의 군사혁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제까지의 전쟁경험, 즉 우크라이나 전쟁과 예멘에서의 충돌을 고려하여 전면적으로 군사적 쇄신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미국은 이런 군사적 혁신을 통해 중국의 재래식 군사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장악하고자 할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하겠다.

미국은 베네주엘라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유조선을 잇달아 나포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이런 조치는 일종의 치킨게임이나 마찬가지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미국은 중남미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확고하게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남미의 반미적 정치분위기를 강제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베네주엘라까지 가서 군사적 개입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는 위에서 언급한 천하3분지계와 같은 구상이 있었고 중국과 러시아가 그런 구상에 동의했다면,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원래 패배하여 후퇴하는 적은 사정없이 추격하여 섬멸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실책은 베네주엘라가 미국의 간섭에 강력하게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했더라면 미국은 마두로 체포를 위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신의 구상을 성공시킬 것인가 아닌가는 전적으로 베네주엘라의 상황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베네주엘라의 상황은 매무 혼란스러운 것 같다. 마두로가 제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베네주엘라 정치권은 지금과 같은 반미전선을 유지하는 것 같다. 그러나 마두로 사태에서 보면 베네주엘라 군부는 상당히 오염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의 성향과 선택은 베네주엘라의 미래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다음에는 그린란드라고 하지만, 한동안 베네주엘라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베네주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비난하는 것은, 향후 국제정치 질서의 형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미국은 자신이 만들었던 체제와 질서를 완전하게 파괴했다. 새로운 질서는 기존의 질서가 완전하게 파괴되어야 만들어질 수 있다. 미국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한 여건을 조성했을 뿐이다.

장군을 부르면 멍군을 해야 한다.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의 영역에서 멀리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이 미국과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 미국은 자신이 가진 이점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다. 이말은 미국이 자신의 의도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베네주엘라 사태는 온전히 베네주엘라 인민의 손에 달려 있다. 베네주엘라는 오랫동안 주체적인 국가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여타 국가와 매우 다르다. 미국은 레짐 체인지를 선호할 지 모르나, 베네주엘라는 그렇게 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전면적인 군사개입은 끝없는 진창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이다. 결국 정치공작으로 베네주엘라를 장악하는 것이 미국에게 있어서 최선의 방책이다. 그것이 실패하면, 진짜 이상하게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앞으로 몇 개월의 기간이 미국의 구상이 구현되느냐 실패하느냐를 가름짓은 분수령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