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28 이란전쟁 28일차 전황, 미국과 이스라엘은 왜 패배하고 있는가? 전쟁승패를 평가하는 기준과 관점의 문제
국제정치문제에 대한 글을 쓰면 어김없이 만나는 사람들이 상황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판단대로 상황을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이다. 이런 경향은 극단적인 정치적 경향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관찰된다. 최근 두드러지는 현상은 미국을 좋아하고 따르는 자들이 미국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필자의 평가에 질색을 하면서, 미국이 잘하고 있으며 이기고 있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미국이 지고 있다고 하면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은 자신의 사상체계 사고체계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국제정치에서는 친구가 승리하기를 바라지만, 승자가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전쟁의 진행자체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지 이란을 편들 의도는 전혀 없다. 이란이 이기면 오히려 한국의 현상황이 더 어려워지니 필자는 양가적인 입장이다. 당장의 손해와 미국의 패배로 인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사이에서 혼란스럽다고나 할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이길 수 없다고 평가한 것도 전쟁의 전략적, 작전적, 전술적 평가에 입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란 전쟁에서 미국이 이길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도 그때와 동일하게 전쟁을 바라보는 평가 기준 때문이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이란은 동맹국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미국은 동맹국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아무리 강력한 국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와 지원을 받는 이란을 혼자서 상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작전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은 이란보다 불리하다. 이란은 내선작전을 수행한다. 전쟁을 위한 자원과 인력을 동원하기가 용이하다. 미국은 원정작전을 수행한다. 원정작전은 외선작전의 극단적인 형태다. 이런 방식의 전쟁은 작전지속능력이 관건이다. 미국은 장기간 작전을 위한 준비를 거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에 돌입했다. 이런 일은 정치지도자의 문제도 있지만 미국 군사전문가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당연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를 충분히 갖추어야 했다.
미국 합참의장이 자신들은 트럼프에게 이란과의 전쟁수행에 따른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는데 이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미국과 같은 제국의 합참의장은 자신의 판단에 국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당연히 직을 걸고 트럼프의 성급한 전쟁수행을 반대했어야 했다. 미국 합참의장은 그런 점에서 비겁했다. 작전이 잘못될 것을 알고도 따랐다. 이는 직업군인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작전이 잘못되면 부하의 생명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군의 인명피해는 알려진 것 보다 훨씬 많다는 이란의 주장이 있었다. 필자는 이란의 주장이 상당부분 옳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타격양상을 보면 미군의 상당한 인명피해도 불가피했을 것이다. 러시아 정보부는 이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주요 인사 및 군인이 약 5000명 이상 사망했다고 발표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전술적으로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게 패배하고 있다. 전쟁은 승자에게 저주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승리한 경험이 결정적인 패배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쟁을 국가의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가 국방부를 전쟁부로 바꾼 것은 전쟁의 정책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많은 돈을 사용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본격적인 패권국으로 등장한 이후 여전히 그 당시의 전술수행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군사혁신 시도가 있었으나 결국은 돈을 많이 쓰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전술적 발전과 진화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들이 잘한 것은 전술수행의 방식을 변화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방식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한 지휘통제체제의 개선도 결국은 기존의 작전과 전술수행 방식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전술적 상황이 완전하게 바뀐 작금의 상황에 대비한 노력은 거의 전무했다. 미국은 과거의 방식으로 현재의 전쟁을 싸우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격언에 이런 경우를 들어 ‘과거의 장군’이라고 한다. 지금 미군은 과거의 장군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전장의 상황이 과거와 완전하게 달라졌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전격적인 기계화부대의 작전이나 작전속도와 같은 개념은 더 이상 지금의 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전투를 하면 막대한 피해만 늘어난다.
최근 이스라엘이 레바논남부에서 헤즈볼라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보고 자신의 전투수행방법을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강력한 기갑전력을 앞세워 진격했지만 전선에서 이런 전차들은 헤즈볼라의 조그만 드론 공격으로 초토화되었다. 며칠간 레바논 남부는 이스라엘 전차의 무덤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이 병력만 투입하는 것은 오히려 피해만 늘리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 것은 변화하고 있는 전투수행방법을 제대로 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스라엘도 과거의 장군과 같은 방식으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패배는 불가피하다. 이런 문제의 최고책임자는 이스라엘 참모총장이다. 그는 이스라엘 군을 변화시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미군도 지금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군은 이란과의 전쟁을 과거의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란은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전투를 수행하고 있다. 미군이 실패하고 있는 것은 이란이 도입한 새로운 방식의 전투수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관찰되고 있는 전장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절박하다. 이런 절박함이 미군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미군은 이란의 절박함을 능가하는 전투수행방법을 구상하지 못하고 있다. 계속 과거의 방법만 재탕하고 있다.
미국의 공군작전은 근본적으로 상대방 국가의 국가산업기반 파괴와 대량의 민간인 살상으로 상대의 전쟁의지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정교한 공군작전을 시도한 것은 불과 얼마되지 않았다. 한국전쟁에서 미군은 제2차대전 당시 보다 더 많은 폭탄을 북한에 투하했다. 평양은 가옥하나 없이 평지가 되었다. 그래도 미국은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오히려 조선의 권력기반만 강화시켰다. 지금 미국은 이란에서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를 재현하고 있다. 이상하다. 패배하는 경우를 보면 과거의 역사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 대부분이다.
지금 미군은 절박한 상황일 것이다. 이번에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미국은 패권을 상실한다. 미군이 이런 절박함을 어떻게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둔해서인지 필자의 머리로는 미군이 지금의 상황을 군사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것은 외교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를 전쟁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트럼프의 전적인 실수 때문이다.
필자는 현직에 있을때 다음과 같은 말을 즐겨했다. ‘전략적 실수를 작전적 성공으로 만회할 수 없고, 작전적 실패를 전술적 성공으로 만회할 수 없다’ 필자와 같이 근무했던 장교의 대부분도 이제 군문을 떠나버리는 시간이 되었다. 미국은 전략, 작전, 전술 거의 모든 면에서 실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