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전형이긴 하지만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그 빛을 제대로 발하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학종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단순히 학종을 폐지하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현 고등학생으로서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스스로 정시러 혹은 정시파이터라고 말하며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만을 목표로 하는 친구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 정시러들은 수시를 아예 버렸기 때문에 선생님들과 굳이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때문에 정시러는 '수능 과목이 아닌 수업은 듣지 않는다', '수행평가를 하지 않는다'의 태도를 취하며 학교 생활을 합니다. 수업시간에 자거나 다른 문제집을 풀고, 수행평가를 할 때 이름만 적어서 제출을 하는 것이죠. 이런 학생들이 있음에도 선생님들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현재 대입의 약 80%가 수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수시를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학종을 폐지한다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지금의 정시러가 취하는 태도를 보일 것입니다. 과한 우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지만, 고3 2학기 교실에 가보시면 아실 겁니다. 2학기가 되는 순간 고3들은 수행평가는 커녕 수업도 듣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3 2학기는 수시에 반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지금의 대입 체제에서는 고3 2학기만 반영이 안 되니까 고3 2학기에만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학종이 폐지되면 누가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려고 할까요?
학종이 없다면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이나 행동특기사항을 꽉꽉 채우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굳이 수업도 못하는 선생님들의 수업을 졸지않고 다 들으며 쉴틈없이 아이컨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솔직히 말해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 퀄리티는 유료 인강 사이트 선생님들에 비해 낮습니다. 저는 학종을 위해 1학년부터 생기부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모든 선생님들의 수업을 열심히 들었지만, 정시를 준비했다면 그분들의 수업을 들을바에는 그냥 인강 듣고 혼자 공부하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단순히 학종을 폐지하는 것으로는 공교육의 퇴보를 일으킬뿐만 아니라 교권하락 등의 문제를 동반할 수 있습니다. 학종을 폐지하기보다는 수시와 정시의 비중을 비슷하도록 바꾸고 수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공교육과 사교육이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