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과 실질 중 어느 것이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실질을 위해 엄격한 형식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형식이라는 제한에서 벗어나 실질을 전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은 발달하기도 했습니다. 왕에 대한 예법을 모두가 쉬이 지킬 수 있도록 하기위해 궁중 예법이란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궁중 예법은 실질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규칙이었던 것이죠. 반면 신분 때문에 만들어진 형식적 제약을 극복하여 본래의 뜻을 전하기 위해 해학적 표현과 같은 문학기법이 등장했습니다. 형식을 지키는 과정 표현하지 못하던 것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언어를 보았을 때 어느 것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언어의 발달 과정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선택과 포기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선택과 포기가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닙니다. 예송논쟁과 같이 형식을 따지는 것이 정쟁으로 확대되기도 했고, 본심을 전하겠다던 말투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언어는 엄격한 형식보단 실질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엄격한 언어의 형식을 요구한던 군대에서도 언어의 형식보단 실질을 추구하는 기조를 보이며 언어의 형식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습니다. 언어의 실질이 중시되고 있으나, 형식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을 전달하려던 의도가 항상 실질을 전달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실질을 고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