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재단, 패션의류 제조기업 혁신성장 활성화 방안 연구 추진 (2/2)

in #sct4 years ago

(1편에서 이어집니다)

본 연구의 가장 큰 목적은 여태까지는 고려되지 못했던 영세업체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다. 막연하고 거대한 ‘스마트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영세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스마트기술을 연구하고, 의류제조기업의 규모 및 수준별로 차별화된 단계별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이들의 실행 방안이다. 최종적으로는 국내 의류생산체인 간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하는 것이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영세업체들에게 생존가능한 미래를 제안하는 것으로 첫발을 내디디고자 하는 것에 가깝다.

원대한 목표이고 갈 길은 다소 멀다. 그러나 국내 영세업체와 스마트팩토리의 간극을 줄이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의류제조업, 즉 봉제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R&D가 섬유소재나 패션디자인 및 소매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제조업을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연구, 기업 규모별, 수준별로 스마트팩토리 단계전략 및 연구보고서를 제작해, 국내 봉제업체들에게 어떤 기술과 지원이 필요한지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은 국내 영세업체들의 현황, 해외 제조 혁신 사례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설문조사, 현장조사 등을 통해 봉제업체의 애로사항을 짚어내는 단계에 있다.
이쯤에서 수집된 자료의 일부분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실제 사업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다소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수행단(한성대 산학협력단)의 협조로 진행 중인 연구자료 일부를 게재한다.

[생산공정 상 고충]
업체들이 직접적인 생산과정 상 겪는 어려움을 데이터로 나타낸 자료다. 기자가 취재활동을 하면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고충들이지만 데이터의 가치는 또 다르다. 행정가들이 현장에서 듣지 못하는 목소리도, 취합된 데이터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 한 눈에 봉제업체들이 겪는 고충들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자료라고 생각된다.

[설비 사용 정도]
봉제공장 설비의 사용 빈도수를 정리한 자료인데,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설비(ERP, MES, 행거 시스템 등)의 내용도 나와 있어 흥미롭다. 이외에도 거래선 별 기기 보유 현황, 브랜드별 설비 보유 현황, 직원 수 별 기기 보유 현황, 보유 연수 등 다양한 흥미로운 조사를 시행했으나 지면에 다 소개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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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도입 설비의 필요성]
업체들이 향후 필요하다고 생각한 스마트 설비에 대한 자료다. 인력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봉제 자동화 등의 설비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ERP(주문관리 프로그램), MES(생산관리 프로그램) 등 관리에 초점을 맞춘 기술도 의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실 봉제 자동화기술은 상용화 단계가 아직 한참 멀었거나, 소규모 업체가 쓰기에는 적합한 기술이 아니다. 적절한 기술이 있다면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반드시 도입하고 싶은 기계이지만 근시일 내에 도입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는 설비이므로, 개발 동향을 잘 모르는 업체들이 해당 응답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ERP나 MES는 현재 단계에서도 도입할 수 있는 종류의 기술인데, 소규모 업체가 많은 국내 환경에서는 ERP나 MES의 필요성이 크게 인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응답이었다. 이 연구 자료에는 봉제인의 목소리도 담겼다. 아래의 코멘트는 현장 인터뷰에서 발췌한 것이다.

“최저임금제로 인건비는 오른 반면에 임가공비는 제자리예요.” (관악구 신림동 D사 대표)
“인건비는 올랐는데 임가공비는 그대로고, 인력들이 너무 고령이라 노안에 스피드도 떨어지고… 비수기에도 인력난이 심해요. 중국이나 베트남 외국인 근로자는 말이 잘 안통하고…”(금천구 독산동 T사 대표)
“비수기가 장기화 되다보니 운영자금이 부족해서 부가세 할부 납부 중이예요.”(양천구 신월동 M사 대표)
“기존 거래하던 브랜드가 중국생산을 시작해서 저희는 리오더 위주로만 작업하고 있어요.”(금천구 독산동 J사 대표)[자료: 서울디자인재단ㆍ한성대학교 산학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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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패션의류제조기업 혁신성장 활성화 방안 연구’ 사업은 봉제인들의 현실과 목소리를 성실하게 담으려 했다는 점이 느껴진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국내 의류제조업체들의 스마트화 전략을 제안하는 단행본을 제작, 관련 정부기관 및 부서, 업계와 학계에 배포할 예정이다. 이는 스마트화 관련 후속 사업, 연구의 점진적 확산을 위한 것으로, 봉제인들의 목소리가 닿아야 할 곳에 닿게 하기 위해서다. 국내 봉제업체의 스마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들이 모이고 모여서, 돌파구가 마련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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