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 하응백 연작소설
문학평론가 하응백이 자전연작소설 『남중』을 펴냈다. 하응백은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으로 당선한 이후 평론활동을 해 왔던 문학평론가. 하응백은 갑자기 소설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오래된 숙제였다고 말한다.
『남중』은 그의 가족사 소설에 해당한다. 이 연작 소설에는 「김벽선 여사 한평생」, 「하영감의 신나는 한평생」, 「남중」이라는 각각의 소설이 모여 하나의 연작소설 『남중』을 구성하는 형식이다.
「김벽선 여사 한평생」은 1929년생 여인의 한 평생이 다루어진다. 6.25 때 결혼한 남편이 전사하고, 이후 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삶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 이 여인은 나이가 들어, 법원의 허락을 받아 전사한 남편과 혼인신고를 한다. 죽은 사람과 혼인을 하기 위해 법원의 허락을 받는 과정이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그러면서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애틋한 추모의 마음이 드러난다.
「하영감의 신나는 한평생」은 1899년생 북한 신의주 출신 한 남자가 월남하며 여러 여인을 만나 살다간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전편에서 여인이 남편이 전사하고 만난 남자가 바로 하영감이다. 하영감의 일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웃기면서도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일종의 행장(行狀) 소설이다.
「남중」은 김벽선여사와 하영감의 아들이 문학평론가가 되어, 문학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여러 일들이 펼쳐지는 문학평론가 하응백의 자전 소설이다. 소설가 황순원과 김남천, 시인 박정만 등 여러 시인과 작가와의 인연이 전개되며, 한편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당시 본인이 진술했던 특검에서의 진술과 법정 증언이 문학적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
남중은 삶의 순간적 황홀!
남중(南中)은 남자 중학교(男中)가 아니다. 태양이 당신 머리 바로 위에 위치한 바로 그 순간이 남중이다. 남중은 삶의 순간적 황홀이다. 우주적 질서 속에서 태양과 지구와 당신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절대적인 순간이다.
남중 때 삶은 찰라적으로 황홀하다. 연작소설 『남중』은 ‘나는 왜 태어났는가’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소설적 통찰이면서, 혼란한 시대를 본능으로 관통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삶을, 그리고 그들이 잉태한 한 생명이 무슨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짧은 소설이되 많은 이야기를 담기 위해 옴니버스식 일인칭 소설의 형식을 빌렸다.
다시, 작가의 말
대저 글이란 다 같다. 사람을 울고 울리는 신기묘묘한 소설이나, 짧게 감명을 주어 이마를 뚫어 돌출하는 시나, 머리를 복잡하게 굴려 논리적으로 작품을 해명하는 평론 모두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다 같다. 그때그때 우연이 작용하거나 세속이나 시류에 따라 혹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글의 양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세 편의 소설 중 두 편은 행장이라 이름을 붙여도 된다. 행장(行狀)이란 오래된 글 양식으로 자손이나 제자가 고인(古人)에 대한 여러 사항이나 살았을 적 언행을 기록한 글이다. 행장이 연장되면 전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가령 위대한 인물의 행장이라면 인류에게 지속적이며 고착적인 지혜의 보고로 칭송받는다. 『논어』나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나 부처의 가르침을 기록한 『숫타니파타』가 그런 경우다. 인류의 스승으로 칭송받는 그 분들의 위대한 행장과는 비교도 되지 못하는, 초라하고 졸렬하여 역사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 두 사람의 행장을 굳이 세상에 내놓는 이유는, 그것대로의 미시적인 기록물로의 가치가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 여사나 하 영감과 같은 하찮은 사람들의 세속적인 인생을 기록하기에는 소설의 몸피가 가장 어울리는 것이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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