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노트] 사랑하거나 증오하거나, 아드벡 3종

in #stimcity2 years ago

스코틀랜드 서쪽의 작은 섬에서는 땅속에 퇴적된 토양, 피트(이탄)로 몰트보리를 볶아 스카치 위스키를 만든다. 그 섬의 이름은 '아일라'다. 바다를 품은 작은 섬의 퇴적층은 이끼와 해산물 등이 분해돼 만들어져 다른 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향과 맛을 위스키에 더한다. 아일라에는 2013년에 지어진 아드나호 증류소까지 현재 총 열개의 증류소가있다. 증류소마다의 특색은 다르지만 해초를 태운듯한 향기. 소독약 냄새, 쿰쿰하면서도 매캐한 스모키, 바다의 짭조로함은 아일라 위스키의 특징이다.

"아일라 위스키는 땅과 물, 지역이 사고처럼 충돌해 그 맛을 만들어낸다."

'영국의 위스키 증류소'를 쓴 앨프리드 바너드의 말처럼 아일라 위스키는 아일라 지역의 모든 조건들이 사고처럼 충돌해 만들어낸 대체 불가의 위스키이다. 내가 처음 아일라 위스키를 먹은 건 처음 위스키를 먹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다.

​"이거 지난 번에 먹었을때 맛있더라고."

동네 바에서 친구들과 술 한잔을 기울이는데 한 친구의 추천으로 한 입 먹어본 그 술에서는 소독약 냄새가 매캐하게 났다.

"엑, 이게 맛있다고?"

진심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친구가 시킨 보틀의 라벨을 확인하니 ARDBEG 10이라고 적혀있었다. '사랑하거나 증오하거나' 피트에 대한 사람들의 평은 대부분 극단적이다. 처음의 인상은 너무 강렬했지만 라가불린과 라프로익을 차례로 경험하며 난 피트와 사랑에 빠졌다. 가장 좋아하는 증류소는 라프로익이지만 아드벡도 한 손 안에는 든다. 좋은 기회에 아드벡 3종 바이알을 얻어 마셨다.

P1050659.jpg

​아드벡 블랙 46%

고소한데 화사하다. 블랙에서는 피트가 쾌쾌하면서 쿰쿰하게 올라와서 연필 흑심? 같다는 느낌이 좀 더 든다. 에어링을 하니 단 맛이 확 도드라지고 맛이 좀 더 조화롭게 바귄다. 질감이 무겁지는 않은데 맛에서 약간의 오일리함이 느껴진다. 알콜은 46도 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는 편.

​아드벡 트라이반 배치2 46.3%

블랙보다 훨씬 부드럽고 그윽하다. 블랙이 빠르고 강렬한 훅이었다면 트라이반은 슬로우 모션이 걸린 잽이랄까? 강렬함은 부족하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그 맛이 더 조화롭다. 여기의 피트는 좀 더 길들여진 느낌이고 약간 유황의 뉘앙스도 있다. 고소하고 달콤하면서 새콤함이 마지막에 꽤나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해준다. 그 어느 것 하나 강하게 주장하지 않으며 입 안에서 퍼지는 그윽함이 좋아 맛있게 먹었다.

​아드벡 코리브레칸 57.1%

코리브레칸은 확실히 도수답게 알콜이 내리 찍는다. 이전에도 먹어본 적이 있는데 더 알콜이 강하게 느껴지는 건 상대적으로 알콜 도수가 낮고 조화로운 맛의 술을 앞에서 먹었기 때문이겠지. 날카로운 알콜 때문에 처음에는 다른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지만, 약간 지나니 맛들이 서서히 느껴진다. 굉장히 새콤한 맛이 강하다. 단맛은 다른 것들에 비해서는 옅은 편이라 생각했지만 끝에 가서 굉장히 강하게 올라오기도 한다. 풀리면 풀릴 수록 훨씬 진가가 드러난다. 아드벡 특유의 피트도 탄탄하게 받쳐주고.

아일라 각 증류소마다 다른 느낌의 피트를 언어로 옮길 생각은 안하고 그 특유의 피트맛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3개를 연달아 마시니 아드벡은 확실히 석탄, 연필심 맛과 향에 가깝지 않나 싶다. 정로환, 소독약 계열의 라프로익과는 확실히 다르다. 2차례에 걸쳐 먹었는데 첫인상은 트라이반 압승, 풀리면 블랙이 더 좋다. 코리브레칸도 예전에 마셨던 것보다는 더 맛있었다. 친구가 선물로 준 향을 피우며 마시니 연기가 매캐하니 피트와 참 잘어울린다. 좋은 냄새 안주이다.

P1050660.jpg

Coin Marketplace

STEEM 0.27
TRX 0.12
JST 0.031
BTC 57908.48
ETH 2913.17
USDT 1.00
SBD 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