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니누는 떡볶이/노자규
행복을 나누는 떡볶이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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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누는 떡볶이
“배 고프니 더 먹어...
돈 더 안 받으니께. “
길모퉁이 떡볶이 가게에는
늘
달빛에 누워버린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고 나온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하나같이 아이들은
가지고 온 돈을 먼저 꺼내어
바구니에 담습니다
먹성 좋은 아이들의 먹는 소리에
사분음표가 되는 사람
욕쟁이 떡볶이 할머니랍니다
“더 먹어
깨작거리니까 안 커지 많이 퍼먹어,,,”
아이들은
어묵 국물에 떡볶이를 배불리 먹고는
할머니가 불어준 결 고운 바람을 타고
어둠이 누워버린 골목길로
하나둘 사라져 갔습니다
어디서 쏟아진 달빛인지
등 굽은 꼬리별 따라
백열등이 켜진 가게 안에는
하얀 종이에
할머니의 손글씨가
바꼼이 벌어진 틈들 사이로
바람에 왔다 갔다 하며
문패처럼 매달려있습니다
바람이 세워서인지 멈쳐선 종이에는
“배고프면 더 먹어
돈 더 안 받으니께... “라는 글자가
휘어진 어묵처럼 쓰여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돌아간 자리에
젊은 청년이
바람 살 끝이 아직도 매섭다는 듯
말을 건 냅니다
“ 할머니.
백 원 내고
저렇게 먹고 가면 어떻게 장사를 해요 “
가난이 된 가난의 슬픔을 뉘 알까
“돈 벌라고 이지 거리 할 거면
벌써 때려치웠지.... “
“이 동네는
못 사는 달동네라 엄마 아빠들이
맞벌이 다니느라 다들 늦게 와
내 손주 같은 놈들이라 생각하고
주는겨.... “
넋이라도
팔아서라도 주고 싶은 할머니에게
“그래도 어른들한테는 제갑을 받아야죠”
떡볶이 자판에 어린 가난이
할머니 옷가지에도 어려있것만
“젊은것들은 취직하기 힘들고
나이 든 것들은
새끼들 먹여 살리느라
지밥이나 먹고나 다니겠어... “
왔다 갔다 하며 배고프면 들와서
먹고 가면 좋은겨..
다 내 아들딸 같잖혀.. “
웃음마저도 슬퍼 보이시던 할머니가
서랍 속에 숨겨놓은 듯 뒤를 돌아보며
“안 그래요 영감.....”
뒤집을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지친 삶의 틈바구니로
보이는 할아버진
20년째 누워서만 생활을 하신답니다
아이들이 던지고 간 바구니엔
슬퍼도 슬퍼하지도 못할 슬픔으로
오백 원짜리 두 개와
백 원짜리 세 개가 포개져 있었습니다
“할머니 오늘 버신 돈이에요 “
이렇게 모아서
배고픈 사람들 배불리 먹일 수 있고
할아버지 약값으로 쓸 수 있다며
꼬깃꼬깃 구겨진 마음 사이로
머무는 이 행복하나에도
감사해한다는 할머니의
못 다진 아픔은
뼈속으로 스며들었으리라......
“할아버지 노령연금으로 둘이 먹고 살아”
고인물의 안부를 물어보듯
“그럼 할머니 노령연금은요”
아픔이 버린 말을 주워 담은 듯
“그걸로 이장사 하지.....”
어떨 땐 많이 먹고 가
돈이 떨어져
문을 며칠씩 닫을 때도 있었당께.."
미안한 듯 빠진 이빨 사이로
아픔을 내보이고 있는 할머니 얼굴에는
돌아 누었다 탓할 수 없는
바람만 불어오는 것 같습니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되는 세상에서
욕쟁이 할머니는
살핌과 나눔으로
나에겐 작지만
필요한 사람에겐
전부가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