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도 있었을 청춘/노자규

in #story6 years ago (edited)

엄마에게도 있었을 청춘....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https://m.blog.naver.com/q5949a/221359629458
엄마에게도 있었을 청춘

중학생 아들이 학원을 빼먹고
친구들이랑
pc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온날
처음 아들의 종아리를 때렸습니다
그날따라
남편은 밤새 술타령을 하느라
첫새벽에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난 몸속 끝까지 피가 내려갔다
올라오는 기분이 들어
그 문을 통해
집 밖으로 나가고 있었나 봅니다

갈 때가 없어 무작정 길을 걷고 있는데
그때 핸드폰에 낯선 전화번호가 떴습니다

“어느 병원요 “
통화는 이어지고 있었고
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도로가에 흘러 다니는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병원 응급실이었습니다

전화 액정이 깨어져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는데
혼수상태에서도 내 전화번호 만큼은
또박또박 대시더라는
간호사의 말을 들어며
제눈은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엄마 건망증이 심해
늘 까마귀 엄마라 놀렸는데....
용케 딸내미 전화번호는
기억하고 계셨네"

“우리 딸과 내캉 그기 탯줄 같은 긴데...
어찌 내가 잊을 수 있겠노.. “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습니다

의사를 통해 엄마가
위암 4기라 수술 할 수 도 없어
길어야 6개월이라는 말에
겨우 참고 있던 마지막 눈물까지
쏟아내고 있는 시간 위로
평생 파 농사에
정류장 앞 구멍가게까지 하느라
잠들 때까지 파 다듬는 일을
놓지 않았던 엄마의 손을
처음 만져보고 있었습니다
엄지와 검지의 지문은 닳고 닳아
맨들 맨들 해진 손가락 사이로
지난 이야기 한 줄이 묻어 나왔습니다

“엄마, 첫 손자야 ,, 만져봐... “
파 만지 손이라 고운 아이 얼굴에
흙 묻으면 안된다고
내리는 빗물에 손을 싯든 엄마의 그손을
왜 이제서야 보게 되었는지,,,,

“엄마 문자보고 왜 대답이 없어”
할 때마다 얼버무리시던 모습이
액정이 다 깨진 핸드폰 실금 사이로
겹쳐오고 있었습니다

링켈 줄에 의지한 채 긴 잠에 빠져든
엄마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아픔을 내어놓을때

“그때 니아버지 돌아가시고
부주 받은 돈하고
너희들 돈 보태고
이 집 수리해준 거 다안데이
얼매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통장으로 쬐메 보내스니까네
기영이 대학 갈 때 보태 써거래이... “

그 돈이 나그네 되어 떠나갈
엄마 암 진담금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저는
엄마와의 영원한 사랑은
바람뿐 이란 걸 알지만
6개월이란 못질된 시간 앞에
길거리를 헤매 돌며
핸드폰 가게를 찾고 있었습니다

“약정기간 2년입니다 “라는 소리에
난 당당하게 직원에게 말하고 나왔습니다

“네 그때까지 건강하실 거니깐요..”
그 말을 남기고 몸 둘 곳이 여의치 않아
달아난 곳에 뿌리를 내리는 민들레처럼
저는 바람에 날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까지 엄마가 살아계실까...”
저는 먼산 긴 그리움으로
남게 되지 않기를 기도하며
엄마에게서 이별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파농사 지은 보따리를 짊어지고
쉬 오지 않는 기차를 애절히 앉아 기다리셨던 시골역 그곳에
이젠 제가 엄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흙에 묻혀 산다 해도
엄마가
내 어깨에 기댈 수 있게 해달라며.....”
철없는 아픔을 내보이면서 말이죠
가족이란 중력 앞에
아이들 때문에 남편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돌아갈 때가 있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 거였는지
......

친정엄마는 그런건가 봅니다
........

가을은 혼자 남아 외로웠는지....
멀리 달아난 하늘 뒤로
찾아온 겨울 위를 걸어며
지하철에 몸을 맡겼습니다

더 문 더 문
빈자리 사이로 앉은 사람들에게
겨울 털장갑을 파시는 아저씨를 바라보는
두 손을 잡은 엄마와 딸의 모습이
참 예쁘게 보였습니다
딸은 산 장갑을 엄마의 손에 끼어주더니

“ 엄마밖에 나갈 땐 꼭 끼고 다녀. “

장갑 파는 아저씨가 가만히 쳐다보시더니
제 걸음으로 다가가
“ 딸이 건강해야 엄마를 지키지.. “라면서
장갑 한 켤레를 손에 쥐어준 뒤
저녁 하늘 별처럼 멀어져 갔습니다

비는
눈물을 쓸어내리지만
눈물은
슬픔을 쓸어내리나 봅니다

내려서는 빗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어깨에 쌓인 무게 조차 털지 못한 채
엄마라는 시간 속에
갇혀 산 세월을 되짚어보니
“엄마도 딸이었다는 걸
멀리 두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에게도 있었을 청춘을
보내고서야
알게 된 딸을 용서해 주세요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20180915_12563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