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 다시 보기][뉴질랜드 #2.] 은하수 촬영하기 좋은 예쁜 호수. 그리운 Lake Tekapo

in #tripsteem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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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희뿌연 날이면 나와 남편은 테카포 호수를 그리워한다. 청정한 대자연 속으로의 여행은 처음이었고, 처음 맞닥뜨린 눈이 뒤덮인 산과 호수의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뉴질랜드 남섬으로 가는 직항은 없기 때문에, 남섬에 가려면 오클랜드에 내려서 국내선(Air New Zealand 또는 Jetstar)으로 갈아타야 한다. 오클랜드 국제공항에서 입국 절차를 밟고 짐을 찾은 후, 국제공항에 있는 국내선 카운터에서 다시 짐을 부치고 국내 공항으로 이동하면 된다.


뉴질랜드 남섬은 신대륙 와인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남섬의 북쪽에 위치한 말보로 지역의 소비뇽 블랑(산뜻한 신맛을 가진 와인으로, 풀, 패션프루트, 풋사과 등의 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오크 향이 나지 않기 때문에 생굴이나 회, 멍게랑 먹으면 딱 좋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이트 와인이다. 그래서일까? 오클랜드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남섬 위를 날게 되자 그냥 바로 내리고 싶어졌다.


첫날의 목적지는 공항에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레이크 테카포였다. 뉴질랜드는 한국과는 달리 운전석이 오른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하루 정도 머물며 운전에 익숙해지고 싶었지만, 아직 2010~2011년의 대지진으로 인한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라 바로 테카포 호수로 향했다.


노동절과 어린이날이 있는 5월 초는 여행 다니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다.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는 5월이 가을이고, 많은 산봉우리가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있었는데 이 광경을 보는 순간 정말 뉴질랜드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날의 숙소는 호수 변에 위치한 Lake Tekapo Village Motel(구. Lake Tekapo Scenic Resort) 였는데, 깨끗한 시설, 무료 Wi-Fi 제공과 근처에 마트와 음식점이 있어 위치도 괜찮았다. 그리고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숙소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풍경이었다.


해가 질 무렵의 호수는 오후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차가운 그 모습이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 'Sky in the Evening'과 'Stillness'를 떠올리게 했다.





며칠간 먹을 음식과 와인을 산 후, 저녁으로는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추천한 Kohan restaurant으로 향했다. 뉴질랜드에 온 첫날부터 일식당으로 가는 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신선한 연어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 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의 연어회는 근처 푸카키 호수에서 양식되는 연어를 사용하는데 신선해서일까? 맛있는 연어회는 물론 연어 알이 비리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의 나는 밤에 별을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이유였는데, 어릴 때 봤던 삼국지에선 꼭 누군가 죽기 전에 별이 반짝반짝 빛난 후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느 여름날 밤 외갓집에 누워서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을 봤는데 그다음 날 모르는 친척의 부고 소식이 들려왔다. 어쩐지 무서워진 나는 그 이후로 밤하늘을 쳐다보지 않았다.

하지만, 테카포 호수에서는 별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별이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만큼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죽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별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자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별 사진을 찍는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무작정 별이 많아 보이는 곳을 찍었다. 그나마 삼각대를 챙겨간 것은 행운이었다.

호수와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던 건데 운 좋게 별똥별이 찍혔다.


오른쪽에 밝게 빛나는 별 4개는 남십자성이다. 또한 남십자성 아래에 어둡게 보이는 부분은(아무것도 모르던 우리는 구름이 꼈다고 생각했다) 석탄 자루 성운이다. 남십자성은 은하수의 일부인데 조금만 각도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면, 화각이 넓은 렌즈를 사용했다면 멋진 은하수를 촬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이곳에서 별이 잘 보이는 이유는 이 지역이 남반구 최대의 별빛 보호구역인 아오라키 매켄지 국제 밤하늘 보호구역이기 때문이었다.

빛 공해 수치를 보여주는 https://www.lightpollutionmap.info 에서 확인해봐도 한국의 밤하늘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뉴질랜드에 오기 전의 우리 여행 스타일은 쉬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심지어 남국의 휴양지에서도 온종일 스노클링 하기 바빴기에 우리에겐 쉬는 여행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테카포 호수에 1박만 예약한 것도 그런 이유였는데 떠나올 때 정말 아쉬웠다. 이곳에 다시 가게 된다면 그땐 며칠간 여유롭게 호수 앞에서 책을 읽고, 와인을 마시고, 밤에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

첫 번째 뉴질랜드 여행은 사진을 백업하지 않고 카드를 포맷해버려서 대부분 사진이 유실되었다. 그나마 지인에게 보내려고 핸드폰으로 옮긴 사진 몇 장만 구글 포토의 힘으로 남아서 가까스로 여행기를 쓸 수 있었지만, 없어진 사진들에 우리의 추억도 사라진 것만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사실 지금의 나는 다시금 밤하늘을 쳐다보는 게 무서워졌다. 둘째 고양이가 힘들어하던 그 새벽, 24시간 응급실이 있는 병원이 너무 멀어서 아침이 되길 기다리고 있던 그날, 우연히 바라본 창밖의 까만 하늘에서 순간 떨어지는 별똥별을 봤다. 그리고 뒤늦게 응급실로 달려가는 차 안에서, 그것도 병원 앞에 도착한 순간 내 품에 안겨있던 둘째가 허무하게 떠나버렸다. 그 이후로 나는 의식적으로 하늘을 쳐다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별이 가득한 뉴질랜드에서라면 다시 한 번 용기 내어 밤하늘을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관광 포인트

Lake Tekapo는 여름에 약 87km² , 겨울에 약 82km²의 크기로, 서초구와 강남구를 합친 것과 비슷한 너비이다. 주위 관광지로는 선한 양치기의 교회, 마운트 존 천문대, Astro Cafe가 있다.

  • 선한 양치기의 교회 : 벽돌로 만들어진 선한 양치기의 교회는 낮 풍경도 예쁘지만, 은하수와 함께 찍히는 모습이 일품이다. 아쉽게도 여행 당시에는 은하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했고, 깜깜한 밤늦게 운전해서 나가는 게 무서워서 밤에 들르지 못했다.

  • 마운트 존 천문대 : 테카포 마을에 있는 Earth & Sky에서 관측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우리는 테카포 호수에서 머무는 시간이 하루밖에 없었기 때문에 천문대 예약 없이 둘이서 밤하늘 데이트를 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너무 아쉽다.

  • Astro 카페 : 마운트 존 천문대 옆에 커피숍이 함께 있다.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맛있는 커피 한잔하면서 탁 트인 경치를 보면 그 돈이 아깝지 않다.


여행지 정보
● Lake Tekapo, New Zealand



[지난 여행 다시 보기][뉴질랜드 #2.] 은하수 촬영하기 좋은 예쁜 호수. 그리운 Lake Tek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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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환상적이에요 ~ 해질녘의 하늘은 뭐라 말할수가 없을정도네요

네 저희도 테카포 호수는 언젠가 꼭 한번 다시 가자고 했어요.

어마어마 하게 예쁜 풍경 이네요 ^^

네! 뉴질랜드 처음 갔을 때 도착한 곳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숙소에서 방을 배정 받고 처음 나갔을 때의 그 느낌이란!

멋진 여행기 잘 읽고 갑니다 ^^
음악과 호수풍경이 정말 잘 어울려요~

여유롭게 호수 앞에서 책을 읽고, 와인을 마시고, 밤에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

저도 언젠간 이런 여행 해보고 싶어요 ^^

유럽처럼 볼거리가 가득한 곳에서는 아무래도 뭐 하나라도 더 보러 돌아다니게 되지만, 뉴질랜드처럼 자연이 멋진 나라는 그냥 거기에 있는 자체 만으로도 충분했어요. 다음에 꼭 한 번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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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네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네. 남편이랑 다녀온 곳 중에 다시 꼭 가자고 한 곳은 테카포 밖에 없는 듯 해요. 사실 두 번째 여행도 테카포를 갈 목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당일날 목적지를 급하게 바꿔서 못 갔어요. ㅎㅎ 뭐 또 갈 기회가 생기겠죠.

ㅠㅠ별에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는 줄 몰랐어요. 물론 우연이겠지만 여러번 겪으면 하늘 보기 무섭겠네요.

ㅜㅜ 저도 하필 그러다보니.. 말도 안되는걸 알면서도 피하게돼요.

데카포 호숫가에 있던 선한목자교회가 생각나네요.
공기가 좋고 밤 시간에도 빛 공해가 없어 마운트 존 대학교의 천문 관측소가 부근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도요~^^

그 선한 목자 교회를 밤에도 가보고 싶었는데 (거기서 은하수 찍은 사진들이 진짜 예쁜게 많거든요), 무서워서 못갔어요. ㅠ. ㅠ 저희 부부는 왜이렇게 겁이 많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

별똥별이 하늘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모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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