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위해 정치하겠다’던 흙수저 김해영의 당찬 출사표
[초선 최고위원 후보 인터뷰] ② 김해영 “쓴소리 할 수 있는 최고위원 되겠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국회에서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던 날, 다수의 찬성표가 나온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분노의 여론이 들끓었다. 민주당 내에서 기권하거나 반대했던 의원은 고작 14명. 이 가운데 김해영 의원도 있었다.
당론과도 다름없던 법안이었지만 그는 기권을 택했다. 사실상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김 의원은 '초선 의원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다'라는 질문에 "차마 찬성은 누르지 못하겠던데요"라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민주당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이유는?
"자유한국당도 새로운 세대 육성 못 해 저렇게 된 것,
정당도 발전 없으면 퇴보한다"
김 의원은 오는 25일 열리는 전국대의원대회 선거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초선 의원 중 한 명이다. 이번 선거부터 청년 최고위원 제도가 폐지됐지만, 김 의원은 '청년 대표'를 자임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로 41세인 그는 당에서 최연소 의원이기도 하다.
사실 그동안 선거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나왔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이 변화와 혁신을 멀리하고 '집권여당'의 자리에만 안주한다면 자유한국당과 비슷한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는 "지금 자유한국당이 저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세대를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어느 조직이든 새로운 세대를 키워내지 않으면 그 조직에 미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래 못 간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 의원은 '발전이 없으면 반드시 퇴보한다'는 조광조 선생의 말을 인용해 "정당도 마찬가지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변화와 혁신이 없다면,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퇴보하게 되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청년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리더십이 당 지도부에 진출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곳곳을 다니며 만나는 청년들이 김 의원에게 요구하는 것도 정치참여의 기회를 늘려달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청년들의 바람에 대해 "그 부분은 제가 정확하게 성과를 내겠다"고 자신했다.
김 의원은 "최고위원이 되면 청년 정치의 활성화를 이끌어나가겠다"며 ▲전국청년위원회에 민주당 국고보조금 5% 배정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권에 최소 1명 이상 청년으로 우선 배치 등을 공약했다.
그는 "(청년들 대상으로) 강연만 할 것이 아니라 당에서 청년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인재풀을 만들어야 한다"며 "당직이나 각종 위원회에 청년들을 대거 배려해 경험을 쌓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민생 문제에서 조금 더 성과 냈어야"
"대표에게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최고위원 되겠다"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까지 유권자들은 일련의 선거에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밀어줬다. 그러나 현재의 여당에게는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뼈아픈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년 동안 민생·개혁 입법에서 민주당이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가장 아쉬워 했다. 과반이 안 되는 의석수 탓도 있지만, 야당과 협치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약 1만여 건의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 법안들 중에는 많은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민생 입법들 다수가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은 "민생 문제에서 조금 더 성과를 냈어야 했는데, 현재 우리 당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수인) 과반이 안 되다 보니까 야당과의 협치에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며 "현실적으로 법을 통과시켜야 민생개혁 정책들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민생·개혁 입법들을 통과하려는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협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당권 도전에 나선 후보들이 모두 다선 의원인 가운데, 초선인 최고위원이 지도부에 입성하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할 말은 하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이라는 자리가 대표와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하지만, 다른 의견을 낼 필요가 있을 때는 다른 의견을 내야 하는 관계라고 본다"며 "젊은 초선의원으로서 우리 당이 개혁·민생 입법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하고, 필요할 때는 야당을 설득하는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자리만 지키는 최고위원이 아니라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 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필요할 때는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흙수저 변호사' 출신의 김해영 의원은 누구?
어려운 가정환경 딛고 '민주당 험지' 부산에서 정치 시작
"흙수저로 자란 청년 위해 정치하겠다"는 약속 지켜와
'청년을 위해 정치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이번 선거를 준비하면서 불쑥 나타난 구호가 아니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처음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했을 때에도 "저처럼 흙수저로 자란 청년들을 위해 정치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화려한 이력 뒤에는 유독 잔인한 유년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의원은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고모 집에 얹혀살아야 했고, 한때는 이런 현실에 화가 나 방황도 했다. 가출을 하면서 거리를 떠돌거나 학교도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아 부산대학교 법학과에 합격하기도 했지만,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때에는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아버지의 간병에 매달렸다.
사법시험을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시절 노동법학회장을 맡으면서 자신처럼 어려운 이들의 삶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변호사 실무수습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에서 하게 됐고, 이 경험은 김 의원이 정치계에 입문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야인 시절을 보냈던 문 대통령은 책 '문재인의 운명'을 집필하기 위해 매일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이 때 김 의원은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면서 입당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되돌아보며 "어린 시절, 힘든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년들의 마음을 비교적 잘 공감한다고 생각한다"며 "변호사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만 당사자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만 국회의원은 입법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정활동 2년 동안 그가 대표 발의했던 법안들 역시 청년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내용들이 많았다.
김 의원은 지난 2016년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차별을 없애기 위해 공공기관의 이력서에는 학력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공공기관의 학력차별금지 및 기회균등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며,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청년층의 의견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도 냈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의 발전을 위한 계획과 정책을 의무적으로 세울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청년발전기본법안)도 발의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면서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사회상을 설명한다. 그는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에 열린 연설대회에서도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학력과 소득으로 대물림 되지 않는 세상, 청년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세상,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는 세상, 성실하게 땀 흘린 청년이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흙수저 청년을 위해 정치하겠다'는 2년 전 그의 다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 글 : 남소연 기자
-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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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 갑니다~ 자주놀러올게요
41살이 최연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