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삶터. 가난했던 나의 20대에게...

in #kr6 years ago

명절에 본가에는 가지 않았다. 지난 해 추석 명절, 고속도로와 부산 고가도로에 갇혔다. 둘째는 열이 펄펄났고, 차 안에서 구토를 했다.

어머님께 앞으로는 설에는 처가, 추석에는 본가에 가겠다고 했다. 아님, 바꿔서 가던지.. 하여튼 애들이 어릴때는 가능한 장거리 운전은 하지 않았으면 했다.

2017년 추석이었나? 그때는 내가 급성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으로 고생했다. 멀리 장거리 운전으로 다니는 것은 우리 가족에겐 안 맞나 보다.

당연히 어머니께서는 그러라고 하셨다. 어머님은 항상 그러셨다. 두 아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라고 하셨다. 걱정말라고... 늘 하고 싶은데로 하고 살라고 하셨다.


그러는 어머니는 20살에 시집오셔서 지금 62세가 되도록, 아직까지도 큰집에 맏며느리로 각종 집안 행사와 제사를 맡아서 지내신다.

어찌된 일인지... 작은 집들은 우리 가족을 제외하곤.. 대부분 이혼하고.. 별거중이시다. 겨우 작은 어머니 한 분 정도만 가끔 오셔서 설거지를 도와주신다.

작은 아버지가 4명.. 고모가 2명... 그 당시엔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머니까지.. 어머니의 20대는 한 마디로 식모였을 것 같다.


나의 어린시절, 기억은 바로 "미싱"이다.

부모님 두 분이 집에서 미싱을 하셨기 때문에, 나는 그 미싱이란 재봉틀 기계 밑에서 놀았다. 유치원 그런 것은 당연히 다녀본 일이 없다.

그렇게 지겹도록 나느 그 미싱을 봐왔다.

내가 10대.. 20대 일때에도 어머니는 미싱을 하셨다. 반지하의 작은 공장. 그것은 어머니의 삶터였다.

두 아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어머니만의 삶의 전부였다. 지금도 어머님은 반지하 창고에서 미싱을 하신다.

아버지는 국민학교를 졸업하지 못하셨고, 어머님도 중학교 졸업을 했으려나... 배우시지 못한 두 분이 두 아들을 평범하게 키우는 것은 엄청나게 힘드셨을 것 같다.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두 분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이제 겨우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것 같다.


대한민국은 철저한 자본주의다. 나처럼 흙수저 출신들이 살아남기가 상당히 어렵다. 나도 나름 지겨운 가난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정말 아둥바둥 살았다.

대학교는 수석졸업을 했고, 학기중엔 도서관에 살았다. 방학에는 노가다에...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다. 이제야 겨우 네 식구 먹고살 정도만 된다.

솔직히 부모님의 노후가 걱정이다. 언제? 어머님이 저 반지하 미싱 공장에서 벗어날지, 아직도 모르겠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이 있다면 전하고 싶다. 세상은 이미 불공평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만 한다. 나에게 소중한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이런 신념으로 본인들이 원하는 꿈을 이루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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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잘 챙기세요.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요.

감사합니다. 아드님 다시 한 번 더 축하드립니다. 대견하시겠어요.

어머님이 존경스럽네요

그렇지요.
살면서 넘지 못할 벽이 바로 어머니이신것 같네요 ^^

오랜만에 글로 뵙는 것 같습니다.
지금 60-70대 어른들 중 힘드신 분이 많아보입니다.
죽도록 일했는데 아직도 계속해야하니...

예, 한동안 바빠서 스팀잇을 접고 눈팅과 보팅만 좀 했네요.
맞습니다. 지금 가장 힘든 세대인것 같습니다.
노후문제도 그렇고.. 예전이면 다들 은퇴하셨을 나이인데..
좋은 방향이 생각나시면 포스팅해주세요 ^^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 하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얻을수 있는것이 많이 있지요.

그렇네요. 주변을 둘러봐도 개인이 극복하기도 하고..
하지만 배경을 무시는 못하겠더군요.
신경끄고 나만의 삶을 사는 것이 답인 것 같습니다.

나이 스물에 시집오셔서 고생을 많이 하셨네요!! 어머니...
옛날 있는집 말고 고생안한 어머니들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글을 읽으며서 제 어머니가 생각 났네요! 아직 시골에서 홀로 농사를 짓고 계시니...ㅠ

그렇지요. 지금 60~70대 분들이 힘든 시기인것 같네요
수명은 늘어나고, 소득은 줄고.. 노후에..
많은 고민이 생기네요.

독거노인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포스팅해주세요 ^^

저희 어머니와 비슷하시네요.
8남매 집안의 맏며느리로 들어오셔서 40여년넘게 시집살이를 하셨죠.
부업으로 미싱을 계속하셨고 그로인해 오래전 다스크 수술도 받으셨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쌤 화이팅!!

형님, 감사합니다.
부전공 연수에 스팀잇에 자주 못왔네요.
눈팅에 보팅만 겨우만 하고...

부모님들 모시고 여행다니기도 힘드네요.
날이 따뜻해지면, 어디 여행이라도 잠시 다녀와야겠습니다. ^^

형님도 건겅하시고~ 죽~~ 좋은 글 많은 올려주십시오~

제 아버님도 미싱 기술자 이셨습니다.
집에 작업실에서 혼자 재단하시고, 아니 제가 중학생부터 아버지를 도와서 재단을 같이 해주고 그 당시 긴 칼로 원단을 자르셨던 모습을 기억 합니다. 나중에서야 모터가 달린 칼로 원단을 자르셨지만요.

손에는 미싱 바늘에 찔려서 배여있는 굳은살로 가득 하셨고 복숭아 뼈에도 하도 앉아서 재단을 많이 하셔서 굳은 살이 박혀 있었습니다.

그러시다가 병을 얻어시고 지금 제 나이보다 기껏 3살 많은 나이에 50 중반에 어머니를 혼자 두시고 돌아 가셨습니다.

저도 이번에 일이 좀 생겨서 대구에 계시는 어머니께 못 내려 갔네요. 차례고 제사는 제가 다 모셔서 괜찮기는 한데 혼자인 어머니가 아마 쓸쓸했을 듯 합니다.

늘 안 내려와도 된다고 하시지만 저도 부모인데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압니다.

자주 뵙고 연락 드리고 하세요.

예,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 잘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모터 달린 칼 생각 많이 나네요.
저희 어머님도 미싱 바늘에 손톱이 뚫리는 거 많이 봤었네요 ㅠ

하~ 참 없는 집은 살아가기 수월치 않네요.

주변 친구들도 다 저랑 비슷했는데.. 배경 좋은 친구들은 저만치 앞서 가네요.

가족과 행복에 집중하며 살아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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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생각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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