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에 정신이 번쩍 든다.

in zzan4 years ago

이 새벽에 정신이 번쩍 든다./cjsdns

얼마 전에 고구마 이벤트를 했다.
아내가 지은 고구마 농사인데 고구마가 워낙에 맛이 있고 제법 수확도 있고 해서 주변에 널리 나누어 먹고 있었다.
평소 가까이 지내는 이웃과 특히 아이들 있는 집이 생각이 나 이리저리 나눔 하다 스팀짱에서 고구마 이벤트를 하자고 아내에게 일단 이야기를 건넨 후 승낙을 받아 이벤트를 진행했다.

솔직히 너무 많이 참여하면 물량이 안될 것 같아 아이 세명 이상 있는 집이라 콕 집어서 이벤트 진행을 했다. 그래도 대여섯 명쯤은 참여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실수의 첫 단계였다.
기다려도 참여 인원은 두 분뿐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아이 셋 있는 집이 한집 건너 있는 것도 아니고 동네 통 털어도 한두 집인걸 그렇다고 대단한 이벤트도 아닌 걸 수정 공지할 것도 아니고 그대로 며칠 지켜보다 참여하신 분들에게 댓글로 고구 마 받을 곳을 메일로 달라고 했다.

이게 두 번째 실수의 빌미가 될 줄은 몰랐다.
연락처를 받아야 하는데 카톡 아이디가 생각이 나지를 않는 것이다.
예전 경험으로 전화번호를 올리면 쓸데없는 문자로 해킹이 염려되는 링크가 너무 많이 온다.
이메일 공개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그때 솔직히 카톡 아이디가 생각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이메일로 연락처를 주십사 했는데 그게 이런 불찰을 만들어 내다니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다.

솔직히 워낙에 많은 스팸 메일이 와서 꼭 필요한 메일 외는 확인을 안 한다.
해킹의 염려로 메일을 여는 게 두려우니 아는 사람 메일 외는 아예 열어보지를 않는다 그렇다 보니 한동안 메일을 들어가 보지 않았으나 연락처를 메일로 주세요 했기에 확인을 해보니 한분이 보내왔다.

그리고는 하세월 기다렸다.
그래도 연락이 없어 댓글도 달았다.
그러면서 왜 안 오지 안 오지 하는데 보냈다는 댓글을 봐도 안 와있고 그래서 기다리다 보니 일주일이 또 후딱 지났다.

어제는 아내가 염려스러운 말로 독촉을 한다, 고구마 빨리 보내야지요, 연락처 주세요 한다.
그래서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메일을 열어 주소가 왔나 안 왔나 확인을 하고 안 왔으면 한분이라도 보내자 이러고는 메일을 다시 몇 변을 아래위로 이 잡듯이 살펴본다.

역시 없다, 그런데 이건 뭐지 설마 하니 안 보냈다는 그분이 안 보낸 것이 아니라 먼저 보낸 거야, 시야에 고구마 이런 이야기가 들어온다.

순간, 아! 하는 탄식이 나온다.

이런 개 뼈다귀 같은 정신머리로 뭐 하는 거니, 안 보낸 게 아니라 당연히 안 온 것이지 하고는 앞만 살피다 이런 낭패를 겪는구나 싶은 게 운동회 때 릴레이로 운동장을 여러 바퀴 뛸 때 앞서 뛰는 친구가 너무 빨리 뛰다 보니 한 바퀴를 거의 앞서게 되고 다른 선수 후미를 따라가니 일등을 꼴찌로 착각하게 되고 꼴찌를 일등으로 알고 아우성치며 환호를 하다 허당 된 그런 반세기도 훨씬 넘은 기억을 이 새벽에 소환하기에 이른다.

매사에 꼼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가 실수를 했다.
조금만 더 꼼꼼하게 확인을 했으면 진작에 알았을 것을 당연히 안 왔겠지 하는 생각에 국세청 앞자락은 볼 생각을 안 한 것인지 못 봤다.

오늘이라도 보게 되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런 실수가 반복되면 신용의 문제가 생기게 되어 매우 조심스럽다.

바삐 살아 그런 건지, 나이가 들어 그런 건지, 하는 일이 많아 신경 쓸게 많아 그런 건지 아님 건망증보다는 중증인 치매의 전조 증상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나 얼마 전 치매 검사에서 치매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검사 결과도 있으니 그건 이 닌 듯 하나 뭔 놈의 치매 보험 들라는 메일은 하루에도 몇 개씩 오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두 분에게는 매우 죄송스럽게 되었다.
오늘 주소 확인을 하였으니 이제라도 서둘러 우체국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이 맛나게 먹는 모습만 생각해도 좋습니다.
늦었지만 오늘은 이 실수의 끝을 예쁘게 마무리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유종의 미로 장식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11/15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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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폼으로 하시면 편하실거에요 ㅎ 설문조사처럼 하는 작성이라 ㅜ 아이 한명인 집은 웁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Cerita yang menarik, bermula dari panen ubi jalar.

이벤트란게 은근 신경쓰이고 힘들더라구요.
그런데도 자꾸 하고싶게 만들어요~
그런면에서 천운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메일이 너무 많아요. ㅠㅠ
카톡에 방을 하나 만들어서 들어오라고 하시면 쉽습니다. ^^

fantastic

That is wonderful. God bless you

고생하셨습니다.
늘 애쓰시는 군요.
저는 스팀용 카톡방 하나를 만들어서 그 주소를 공유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