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berRN | 잘못 끼운 첫 단추steemCreated with Sketch.

in #life4 years ago (edited)

대학 마치고 회사에 입사한 신입의 이야기를 들었다. 첫 직장에서 보낸 2개월을 이야기하는데....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데 너무 무서워서 출근하지 못 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웃기게도 자다가 잠옷 차림으로 회사에 간 거예요.

회사에 가서는 근무하는 선임에게
"제가 이상한 거 아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못 다니겠어요. 제가 멍청해서. 여기 안 맞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빨리빨리 그만두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제가 여기 안 맞는 거 같아요."

선임이 "왜 그러니" 이러는 거예요.

"저 지금 시간 2시간 후에 출근인데 못 하겠어요. 너무 무서워서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출근 못 하겠다 잘못했다고 잘못했다고 만 계속했어요

제 모습을 본 선임이 "일단은 너 오늘 쉬자, 너 출근은 못 하겠다. 하루 쉬고 생각해 봐라" 그러는 거예요.

선임들은 그래요. 생각해보라고. 있을 때 잘하지. 그만둔다고 그러면 생각해보라고. 생각해보래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세요.
지금 두 달을 참았는데 하루 생각한다고 결론이 나겠어요.
다시 다닌다는 얘기가 나오겠어요.
어쨌든 하루를 쉬었어요.
하루 쉬는 날도 울면서 쉬었죠.
그다음 날 출근해서 팀장이랑 면담했어요.
팀장이 "조금만 더 다녀봐라. 원래 신입들은 이런다" 하시는 거예요.

근데 저는 더 다니고 싶지 않은 게
제가 너무 제대로 배우는 게 없는 거예요
어떻게 배웠냐면,
수첩에 제대로 쓸 수 없을 정도로, 못 받아 쓸 정도로 빨리 설명을 해주고는
"해 봐. 왜 못해? 너 내 말 안 듣니?"
그러니 저는 더 배우고 싶지도 않은 거예요.

그리고 약간 출근하는 게 그게 공포이기도 했고
그래서 출근 못 하겠다 그랬어요.
그러니까 "그래 사직서 써라" 이러는 거예요.

근데 그때는 후련했어요. 이제 지옥에서 나가는구나.
그리고 나서 부장님을 만났어요. 제일 위에. 제일 보스를 만났어요.
그때 부장님이 딱 이러더라구요. 그분도 머리가 좋아요.
"이제 여기에 싸인 하면은 너는 여기 회사랑 끝이야"
이러고 사인하라는 거예요.

근데 웃긴 게, 사직서를 읽는데
제가 그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했던 것들.
회사에 합격했을 때 저희 엄마 아빠가 너무너무 좋아했던 거.
엄마 아빠랑 그날 치킨을 먹었거든요.
우리 아빠도 딸이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고 좋아하셨고.
사직서 쓰는데 그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사인을 못 했어요. 그냥 계속 울었어요.

그러니까 부장님이 저한테 하는 말이 "너도 아쉽지? 다시 근무하고 싶니?" 그러는 거예요.
다시 하고 싶다고 했더니 부장님이
" 그러면 다시 지금 일하는 부서로 가보자" 이러는 거예요.

그때는 제가 일하는 곳이 싫었거든요.
그래서 울면서 지금 일하는 곳은 싫고 다른데로 보내주세요.

그랬더니 "너 어디에 자리 났는데 가볼래?" 이러는 거예요.
그때는 제가 일하는 곳만 아니면 됐죠.
그래서 그런다고 했죠.

그리고는 부서 이동을 했어요.
두 달 만에.
그리고는 4년을 버텼죠.
그런데 옮긴 부서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어요.
엄청 무섭고요.


댓글들...
  • 신입은 부품 바꾸듯이
  • 첫 사수가 잘못된 만남이네요.
  • 실습 때도 학생~ 이러면 경기 일으키고
  • 특정 성비가 몰리면 그러함
  • 꼰대 중의 꼰대를 만남
  • 기죽이는 문화 없어져야 한다
  • 내 편이 없는 사회.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 텃세 심해요
  • 어디를 가나 물 흐리는 애들이 있지 열등감에 찌들어서
  • 이직을 위한 주말 그룹과외 했으면 좋겠어요~~
  • 서로 똑같이 걸어온 길이고 나아가야 하는 길이니, 이해하고 답답해도 품어주면 좋겠네요
  • ​쌤 면접 팁 좀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알바 말고는 면접이 처음이라 취업 면접도 걱정이고 ㅠㅠ 가을부터 입시 시작+면접 시작이라서... 걱정이에요!! 그리고 혹시 관련된 책이나 영화나 프로그램 추천할 수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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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회 초년생때 많이 느꼈네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많으면 아쉬운 소리를 들을 일 없다는 생각이 드는 글입니다..

꼰대사수를 만났었군요.....ㅠㅠ

모든 일은 힘들기 마련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람관계인거 같아요..
조금만 더 애정어린 사수를 만났더라면..

서로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서로 투표 하시겠어요?

똘끼 있는 사수를 만나면 힘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