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여행이란
대문을 선물해준 예쁜 누나 뽀돌님(@bbooaae) 고마워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아내와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다시 돌아올 건데 비싼 돈 주고 피곤하게 여행을 왜 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아내와 연애를 하는 2년 동안 집에서 가까운 신림의 보라매공원이나 과천의 경마공원을 가거나 그나마 멀리 간다고 간 곳이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이 다였으니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폐인수준으로 게임을 좋아하는 나는 소위 말하는 집돌이였고 주말에는 아내 손을 잡고 PC방으로 향하기 일쑤였으니 당연히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심지어 PC방에서 내가 게임을 하는 동안 아내는 일을 했다). 그래서 아내는 연애할 때 연인들의 필수코스라는 여수밤바다조차 구경 한 번 한적이 없는 것을 두고두고 이야기하곤 했다.
처음으로 아내와 1박 이상으로 여행을 간 건 신혼여행 때였다. 그마저도 나는 보라카이의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자고 제안 했지만 신혼여행만큼은 아내의 의견을 따라달라고 요청하여 하와이로 갔다. 그리고 나는 여행사의 계획대로 의식 없이 흘러만 가도 되는 패키지여행을 원했지만 아내는 과감하게 반자유여행으로 예약을 했다.
작금에 와서야 돌이켜보면 아내는 서로 머리를 맞대어 계획을 짜고 이래저래 헤매면서 때로는 다투기도 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즐거운 여행을 꿈꿨을지도 모른다. 하긴 둘이서 떠나는 첫 여행이었으니 얼마나 설레었을까? 그런 것도 모르고 옆에서 궁시렁 대기만 했으니 아마 여러번 쥐어 박고 싶은 마음을 속으로 삭혔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때부터 여행을 위한 검색과 예약을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했다. 안되는 영어를 써가며 렌트카, 식당, 둘러볼 곳을 예약하고 해외결제 승인은 잘 됐는지 실수한 것은 없는지 하나서부터 열까지 일일히 다 챙기기 시작했다. 아내는 하루를 멀다하고 투덜대는 나를 달래며 여행계획을 세웠고 결국 우리는 신혼여행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얄밉게도 나는 투덜거렸던 것의 몇 배로 즐겁게 신혼여행을 즐겼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여행에 대한 내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평소에도 밝은 성격의 아내는 여행 내내 즐거워보였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마치 모든 세상의 행복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나 역시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그리고 미안했다. 이토록 즐거운 여행을 왜 여태껏 외면했을까? 누구는 못가서 안달인 여행을 나는 왜 그동안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인생을 허비하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기 전에 아내와 저녁을 먹으면서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첫째, 10년 뒤에 다시 하와이로 여행 오는 것
둘째, 국내든 해외든 일 년에 한 번은 꼭 여행을 가는 것
그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떠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꼭 숙박을 해야 하거나 멀리 떠나야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이라도 아내와 함께 머리를 맞대어 의논을 하고 공부를 해서 계획을 세워 따나곤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즐거움에 조금은 해박해지기도 했고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서로 힘을 합쳐 극복하기도 하면서 서로가 함께 성숙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여담이지만 언젠가 한 번은 회사 선배와 여행지가 겹쳐서 내가 세운 여행계획표를 준 적이 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게 여행을 하냐고 난색을 표한 적이 있다. 여행계획부터 너무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도 지금의 나에겐 너무나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씀드린 기억이 난다. 그만큼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이 나에겐 큰 배움터이자 즐거움의 대상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신혼여행을 다녀 온지 5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 시절 아내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첫째를 가졌을 때 다녀온 전주 한옥마을에서 장기 말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아내의 모습도 기억하고, 힘들고 비싼 여행지라는 선입견으로 평생은 갈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유럽여행(이탈리아)에서 하루 2~3만보 이상 걸으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던 아내의 모습도 기억한다. 에메랄드와 사파이어 빛깔의 경계에 있던 몰디브의 바다를 보고 처음으로 “우와!”라는 감탄사를 내뱉은 첫째의 음성은 물론, 작년에 다녀온 속초의 차가운 바닷물에 거침없이 뛰어들던 용감한 모습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곁에는 언제나 미소 짓고있던 내가 있었다.
여 행이란
행 복이라는 눈뭉치를 굴리는 것이 아닐까?
밤톨만한 눈송이를 굴리고 굴리다 보면 어느새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눈덩이가 되는 것처럼 가족들과 함께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느새 내가 가진 행복의 크기가, 그리고 사랑을 담는 마음의 그릇이 더욱 크고 풍성해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아이를 키우면서 프리랜서 일까지 병행하는 아내에게 힐링 시간을 주기 위해 3월에는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나의 꿈을 위해 벌여놓은 일 때문에 아내가 더 바빠져서 아마도 구체적은 계획은 2월부터 세워야 할 것 같지만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한 이후 벌써부터 들떠 보이는 아내를 보니 정말 기분이 좋다. 물론 나 역시도 이번 여행에서는 얼마나 더 큰 눈뭉치를 굴리고 돌아올지 내심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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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부럽네요 배우자를 이리 배려하는 마음..ㅎㅎ
다들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kuneen님도 기분 좋은 여행하시길 바래요~!!
레알 진짜임
알잖어 나 구라 못치는거!
젊었을 땐 돈이 없어서 여행을 못가고 나이 먹으면 다리에힘이 없어서 여행 못간다고 하니 갈 수 있을 때 많이 가면 좋죠. 저희는 한달에 5만원씩 여행 종자돈 모으고 있어요^^;
좋은 방법이에요~!!
저도 단,중,장으로 나누어서 세 개를 적금넣고 있어요 ㅎㅎ
언제 떠나도 좋은게 여행인듯 싶습니다~^^
역시 사랑에는 약한 해병입니다!!! 근데 여행 정말 좋아요. 더 늙기전에 많이 다니는거 좋은거 같아요~~~~~
사랑에는 약한 해병 의리의 사나이!!
나 솔직히 밤에 런닝할때 군가 조금씩 불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구보하는 느낌들어서요
우리 해병님도 즐거운 여행 많이 다니시길^^
저도 빨리 걷거나 뛰거나, 팔굽혀펴기 할때........ 싸가군가도 부르고.. "무 적 해 병 상 승 해 병 귀 신 잡 는 해 병 대 악" 이거... 합니다.. 이거 한 세트면 13개... 3세트 돌면 36개.. 정신승리에 꽤 좋더라능 ㅋㅋㅋㅋㅋㅋㅋ 여행 많이 다니겠습니다. 필씅!
ㅋㅋㅋㅋㅋㅋㅋㅋ 무적해병 저거 진짜 유용하죠 ㅋㅋㅋ
저도 운동할때 자주 저래요 ㅋㅋ
여행 부지런히 다니면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필승!
10년의 약속 하와이 꼭 지키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여행 스타일이 안맞으면 꽤 피곤할 수도 있는 일일텐데 잘 다니신것 보면 분명 잘 맞으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ㅎ
부부끼리 안맞을게 뭐 있겠어요. 안맞아도 맞춰질때까지 살 비비고 살아야하는게 부부잖아요 ㅋㅋㅋㅋ
워커님도 배우자분과 함께하는 인생의 여행길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아참... 이 글 응모 하신거죠??? 응모 카테고리에서 글을 안쓰시면 저희쪽에서 따로 소팅이 안되어서 안보이거든요. 일부러 안하신것인지 알려주세요 ^^
아... 폰으로 접속해서 글을 쓰다보니 카테고리 선택하는게 안되더라구요
다시 써야할까요?ㅠㅠ
즐거운 여행 다녀오세요.
벌써부터 설레이네요~^^ 얼른 다녀와서 후기도 나누고 싶습니다~!
감동적인 여행에세이네요^^
좋은 남편이십니다.
감동까지라니 부끄럽습니다.
나름시스님의 만화에 대한 열정에 항상 응원하면서 스스로 반성하는데요 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우리도 같이 여행을 한번 할때가 지낮는데 어떻하죠~~
도깨비님과의 여행이라니~!! 얼마나 즐겁고 유쾌할까요^^(설마 지옥은 아니죠?ㅎㅎ)
코스 몇군데 찍어주세요 계획짜서 초안을 올려보겠습니다^^
행복해 보이십니다. 여행 계획 잘 세워서 즐겁게 다녀오시길.
넹~ 불이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구를 계획을 세워볼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