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영화 리뷰)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 나, 다니엘 블레이크

in #aaa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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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부터 보려고 했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봤다.
주제가 좀 무거운 듯해서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은 딱히 보고 싶은 영화가 떠오르지 않아,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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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다니엘 블레이크이다.
젊어서부터 목수 일을 하면서 살았다.
사랑하는 아내는 똑똑하고 유쾌한 사람이었지만, 다니엘 블레이크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다니엘은 작업 현장에서 일하다가 지병으로 앓고 있던 심장병 때문에 쓰러진다. 그 이후 의사는 더이상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진단을 내렸다.
일을 그만 두고 그는 실업 수당을 신청했다.
하지만 전화 인터뷰만 하던 담당 기관은 다니엘의 실업 수당 지급을 거절한다고 통보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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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기관에 직접 찾아간 다니엘은 그들에게 모든 절차는 인터넷 신청을 한 후에 이루어진다며 상담조차도 거절 당한다.
평생 열심히 일하느라 컴퓨터도 할 줄 모르는 다니엘은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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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를 올리랬더니, 진짜 마우스를 컴퓨터 화면에 올릴 정도로 다니엘은 컴맹이었다.
이웃에 사는 젊은이의 도움으로 겨우 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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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기관에 갔다가 알게 된 케이티 가족이다.
케이티는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했지만, 남자는 떠나고 자기는 아이 둘을 데리고 더이상 집값이 비싼 런던에서 살 수가 없어서 노숙자 보호소에서 지냈다.
조그만 방에서 노숙자들과 지내자 아이들이 점점 정서불안이 되어가서, 태어나서 한번도 와보지 않은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다.
집이 허름해서 집값은 싸지만 연고도 없고 어떻게 아이들과 살아갈지 몰라 정부 보조금을 신청하러 온 것이다.
처음 와본 곳이라 버스를 잘못 타고 길도 몰라 상담 시간에 지각을 했는데,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상당조차도 거절 당한다.

도대체 이런 기관은 왜 있는 걸까?
절차와 서류가 아니면 아주 작은 일도 해결하지 못하는 공공기관....
영국의 경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더 안타깝다.

케이티는 어떻게든 아이들과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청소 일을 하기 위해 전단지도 많이 뿌리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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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소개로 무료식료품 보급소에 가서 구호품을 받다가, 깡통에 들어 있는 음식을 그 자리에서 몰래 꺼내 먹는다. 너무 배가 고팠다고 한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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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 가서 태어나서 처음 생필품을 훔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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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를 하는 여성으로 일하기도 한다.
다니엘은 이런 케이티를 물심양면으로 돕지만, 자신도 이제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혀 힘들어지게 된다.
그래도 담당기관에서는 여전히 절차상 모든 일이 오래 걸리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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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니엘은 검은색 스프레이를 가지고 와서 담당기관 벽면에 커다랗게 자신의 뜻을 적고 시위를 한다.


영화는 예상했던 것처럼 매우 우울하고 무거운 영화였다.
영국이라는 나라는 복지가 꽤 잘 되어 있는 나라라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복지의 사각지대가 있고, 그 폐해가 영화로 만들어져 고발되기까지 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완전한 복지국가가 아니다.
최근 들어 최저임금이 오르고, 4대 보험의 혜택 범위도 넓어지고, 근로 시간이 근로자의 편의를 위해 바뀌고 있고, 부당해고를 하지 못하게 하고, 육아 휴직 등의 혜택도 좋아지고, 노인을 위한 기초 연금도 생겨나는 등 차차 좋아지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도 부모나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가 있고, 성차별이나 장애인 차별이 존재하고, 과도한 노동과 임금 착취도 근절되지는 않았고, 독거노인의 고독사도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복지 혜택은 많아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도 복지 사회를 만들자면 그저 퍼주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복지 혜택을 요구하고 받는 것은 인간의 권리이다.
다시 한번 다니엘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마음은 무거워졌지만, 우리가 꼭 봐야할 영화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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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죠 ㅠㅠㅠㅠ 부정수급자를 거르려고만 노력하는 복지체계에서는 희생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는 나아져야 하구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던 영화였네요. 이제 켄 로치 감독의 최근 작품을 봐야할거 같아요.

리얼프린스님 얘기 듣고 검색해 봤더니 보고 싶은 영화가 꽤 많네요.
저도 하나 더 보는 걸로~^^

복지인으로 꼭 봐야할 영화인것 같습니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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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시고 리뷰도 써주시면 좋겠네요.
아마도 다른 시각의 리뷰가 나올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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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고발 영화라 무겁네요.

네, 리뷰 쓰기도 좀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우리를 꺠우쳐주는 이런 영화는 무겁고 어려워도 봐주긴 해야할 것 같아요.

어떤제도든 헛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헛점이 있다해서 잘못된 복지라기보다는 다만 알아차리고 변화해가느냐 고인물이 되느냐로 좋은 복지냐 아니냐가 갈리는 듯하네요 ~~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개에게도 견권이 있는데 생각도 잠시 ^^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물론 우선순위는 같은 종족?이겠지만요. 먼 타인보다는 가까운 가족이 우선일테구요 ^^

헛점이 무서워 시도하지 않거나, 완벽해질 때까지 미루면 안 되는 것이 복지라는 좋은 말씀입니다.^^

아, 견권도 있네요.ㅋ
요즘 견권, 묘권도 많이 좋아지고 있더라구요.ㅋ

제목만 들어봤는데 내용이 묵직하군요..
언제 챙겨봐야겠습니다

저도 미루다 미루다 봤는데, 이 영화의 감독 작품을 좀더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더 안타깝다는 말이 와닿네요ㅠㅠ

특히 요즘같은 연말연시 소외된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 잘 지켜봐야할 거 같습니다.

개가 들어면 섭섭해 할 것 같습니다. ㅋㅋ 개에게도 권리를...

인간의 기본권을 존중받고 싶다는 이야기이겠죠.ㅋ

이 영화는 소개프로그램에서 본 것 같네요.
스칸디나비아 반도 쪽 북유럽이 아닌 이상 사회 복지가 그리 잘 되어 있진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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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북유럽의 자살률을 예를 들면서 발을 빼려고 할 때 제일 화가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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