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가랑이가 찢어진대도 황새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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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이가 찢어진 대도 황새가 되고 싶어

요아




맞다. 나는 뱁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내 능력을 무시하고 감당할 수 없는 욕심을 부리다간 다치고 만다는 이 말은, 짧게 줄이면 '네 분수에 맞게 살아라'와도 같다. 물론 …… 적절한 시기에 포기하는 법도 무언가를 시작하는 용기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건 잘 알지만, 요즘의 나는 자꾸만 이 말이 미워진다. '애초부터 뱁새로 태어났으면 황새를 존경해서도 안 되는 건가? 뭐, 계속 보다가는 멋져서 따라 다리 벌릴 수도 있는 거지. 매일 뱁새로만 살다가 죽으라는 법은 없잖아!' 이런 식이다.

얼른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하늘을 넘어 궤도권을 찌른다. 오늘 하루, 딱 번아웃이 오지 않을 만큼 페이스를 유지하며 잘 걷고 있다는 기분도 들지만 최소 뱁새로 태어난 이상, 이 속도로는 황새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생각도 함께 든다. 황새가 되려면 최소 한 번은 환생해야 할 것만 같다. 평소에도 "야, 답은 로또야" 거나 "어차피 답은 환생이야" 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서 초등학생 때부터 끊임없이 노력했는데 말이다. 덕분에 머리가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나름 사람들에게 미움받지 않고 살아가는 법, 내가 번 돈으로 서울에서 잠시 살 수 있는 법까지 익혔다. 그런 내가 환생 얘기를 꺼내다니, 참 단단히 명예욕이 들어왔나 보다.

하지만 도무지 여기서 만족하고 싶지 않은 걸 어떡해. 뱁새 중에서도 욕심 많은 뱁새로 태어난 숙명이다. 많은 이들을 인터뷰했으니 그만큼이나 많은 인터뷰를 당하고 싶다. 엄청 엄청 많은 글을 읽었으니까 내 글도 많은 사람들한테 가닿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작가님한테 편지도 많이 썼으니까 나를 좋아하는 독자분들과 얘기도 많이 하고 싶다. 새 책이 나오면 좋아하는 작가님을 보기 위해 북콘서트도 많이 갔으니까, 나도 마이크 쥐고 북콘서트 하고 싶다. 서평도 많이 썼으니까 기고 문의도 많이 왔으면 좋겠다. 탱자탱자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바라는 것만 많은 욕심쟁이는 아닌데, 내가 한 노력의 절반만 받아도 너무 행복할 것 같은데 자꾸 나는 박수만 치다가 무대를 떠날 것 같아서 그게 참 두렵다.

어제는 7시에 퇴근하고 집 근처 카페에 오니 8시 30분이었다. 11시 30분까지 글을 쓰다가 막차를 타고 방에 들어왔다. 쿠팡에서 주문한 바퀴벌레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죽은 바퀴벌레가 현관 앞에 똑 떨어져 있었다. 슬프면서도 기쁘면서도 슬펐다. 7300원의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는 건 기뻤고 이 약을 설치해야 하는 건 슬펐다. 퇴근했는데 나를 반겨주는 이가 죽은 바퀴벌레뿐이라는 것도 슬펐다. 오늘 하루도 꽤 열심히 살았는데 스마트폰은 조용했다. 아, 아니다. 요즘 호기심에 여러 앱을 설치해선지 광고 푸시는 끊임없이 나를 찾아줬다. 정확히 말하면 내 통장을 찾은 거겠지만 말이다.

내일 잠을 깼을 때도 황새가 되지 않으리라는 건 안다. 내일도 죽은 바퀴벌레가 날 반겨주고, 출판사의 연락 대신 1+1이라는 광고 메시지가 나를 찾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계속 황새가 되고 싶은 뱁새라는 건 인정하며 지낼 거다. 어디 한번 두고 보라지! 황새 개인기만큼은 뱁새 중에서도 1등인 뱁새가 되고 말 테다.


안녕하세요, 스티미언 여러분. 너무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 이제 다시 슬슬 스팀잇으로 복귀하려구요.
황새 따라가려다 지쳐버린 뱁새의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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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님 오랜만에 뵈니 더 반갑네요.
세상 사람들 모두 뱁새인데, 황새 흉내 내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황새 무리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살아보니 건강이 제일 입니다.
건강하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요아님이 바라는 그런 날도 분명히 오고요...

헛 이 글을 쓰고 나와서 다시 황새 따라잡기에 열중하느라 열흘 뒤인 오늘에서야 댓글을 읽습니다 😢 황새 무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야겠어요.

건강이 제일이라는 말 백번 동의합니다!
건강하면 다 할 수 있으니까요 :) 방구리님도 소망하시는 일들 모두 이뤄지는 올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리스팀 해주셨군요...!
헛 , 감사드립니다 방구리님 ☺️

어찌 꿈없이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그 꿈을 이루는 요아님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둥이아빠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둥이아빠님도 원하시는 일 이루어지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오.. 저는 이제서야 이런 훌륭한 작가분을 뵙는것 같네요. ㅠㅠ 처음 뵙겠습니다.
이제 이글 하나를 봤는데도 어찌나 와닿는지..
꾸준히 하시면 성공하시지 않겠습니까? 라는 말도 쉽게 나오지 않네요. 환생까지 생각하셨을 정도라 하시니까말이죠..

하지만 지금 뱁새가 아닌.. 번데기 정도이고, 혹시나 고치를 뚫고 나오면 바로 날아갈수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ㅎㅎ

방구리님이 리스팀 해주셔서 첨 뵙지만 종종 지나가다 글이 보이면 방문하겠습니다. ㅎㅎ

오랜간만에 오셨다니.. 환영합니다.!!

오 안녕하세요 @happyberrysboy님! 저도 처음 뵙겠습니다 :)
워우.. 훌륭한 작가님이라니... 감사하지만 부끄러워서 몸이 배배 꼬일 정도네요.....!
고치를 뚫기위해 마음을 수련하는 중입니다 ㅎ.ㅎ
편안한 하루 되시길 바라며, 늦은 댓글 죄송합니다 ㅠ_ㅠ 자주 뵙겠습니다!

요아님 오래간만이에요. 보폭이 뭐 중요한가요.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향하는 길인지도 모르고 그저 걷고 있는데 요아님은 내가 선 길이 어디로 향하는 길인지 알고 있잖아요. :-)

ㅎ_ㅎ 라운드라운드님!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라운드라운드님도 원하는 목표를 향해 걷고 계시리라 믿어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