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7 months ago

11월 들길을 걷다가
마지막 남은 한 잎까지 아낌없이 뿌려
꽃길을 만들어주는
가을의 인사에 목이 메어
먼 하늘을 날아 온 철새들을 못 본 체 했다

그래도 아직은 가을이라고
응달에 혼자 남은 씀바귀꽃이
새벽달의 싸늘한 미소에
지금이라도 길을 떠나 구름 뒤에 숨어
*하데스를 피할 수 있느냐고 묻는 음성이
이슬에 젖어 있다

도깨비바늘 씨앗이
갈림길로 들어선 인연을 찾아 바늘을 돋우고
바람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

*하데스-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형제이며 지하세계의 왕이다. 지옥의 신들과 죽은 자들을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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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시 /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지고
내 틈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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