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어려움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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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을 추모하는 일에 서투르다. 아니, 정확히는 죽음에 대한 추모를 떠나서 상투적인 표현으로 감정을 나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상투적인 표현에도 진정성이 있을 수 있다, 없다 하는 문제가 아니라 상투적인 표현을 "하는 이 없는 말"로 여긴다. 나는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 내 마음에는 들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과는 관계 없이 나 자신을 만족시키는 말이 소중하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하는 이 없는 말"보다는 "듣는 이 없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특히 죽음을 추모하는 일에 있어서 이것이 부각되는 이유는 상투적인 표현들 중 특히나 죽음을 추모하는 상투적인 표현이 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도 참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다. 상투적인 표현에서도 위로를 받는 사람이 많고, 상투적인 표현에 진심을 담아 전달하는 사람도 많다.

범죄의 처벌보다 예방과 재사회화에 집착하는 내 성향과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기에, 나는 예방과 재사회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는 결정론자이다. 본성 대 양육, 그 어느 쪽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둘 모두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다. 부모를 결정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전히 인과관계는 모르겠으나, 내가 상실을 대하는 과정도 이와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공감을 통해서 감정을 해소한다는 이들도 있으나, 나는 공감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내 감정을 이해하는 듯 이야기하면 기분만 나쁠 뿐이다. 그래서 남의 아픔을 아는 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다루는 주제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이야기지만, 아주 친한 사람이 연인과 결별했음에도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난 다음 날 동창을 만났다. 동창 중 하나가 뺑소니로 목숨을 잃었다.

"그 개새끼 빨리 잡아야하는데."

예방과 재사회화가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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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XXX는 다른 데 가서 또 뺑소니칠 수 있으니 빨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꽃 차 드세요? 조용히… 차 한잔 드리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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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감사합니다. 차는 얼추 다 좋아합니다.

저도 가끔 어떤 상심을 당한 사람을 보고 위로를 건낼때
너무도 식상한 말들이 제 맘을 표현하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어요.
어떨땐 그저 서로의 눈빛과 표정이 말을 대신하지 않나 싶네요...

그렇지요. 사실 상실에 있어서는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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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lee님 말씀을 보고나면 저도 한번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답니다. 위의 주노님의 댓글처럼 저도 가끔은 너무 식상한 말들이라 이것으로 위로가 될까.. 식상한말이지만 진심을 담으면 그걸로 될까.. 어떤말이 진심을 담은 표현일까.. 아니면 때론 말없이 눈빛으로 위로해주는 것이 더 나은것일까.. 특히나 이런 죽음에 대한 위로에 대해서는 더욱 고민이 많이 됩니다.

글에서는 오만하게 떠들었지만, 사실 모두가 하는 고민이지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상심이 크시겠어요. 상투적인 말로 위로를 건네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재사회화 중요하지요. 하지만 재사회화를 하려면 먼저 그 "XXX"를 빨리 잡아야 하죠. 일이 하루빨리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선배가 복귀했는데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밖에 말하지 못했네요. 다른 후배는 "선배 다녀오셨습니까" 하더라구요.

진짜 무슨말을 해야할지 난감하셨겠어요. 물론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극심하게 힘든일을 당한 경우는 어설픈 위로보다 그냥 덤덤한 말이 더 큰 위로가 되는거 같습니다.

어차피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될테니, 그냥 그리 덤덤하게 대하시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위로한답시고 저는 아이나 병자처럼 대하면 위로는 커녕 화만 나더라구요.

마음이 안좋으시겠어요. 동창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ㅡㅡ.
저도 몇해전에 젊은 나이인데도 암으로 세상 떠난 동창이 있었어요. 안만난지도 꽤 됐었는데 보고싶어하더란 말 듣고 마음이 너무 안좋았어요. 그때부터 저도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생각해도 답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되뇌일 뿐입니다.

예방보다는 모든 것이 일어났을 때 땜빵만 하는 방식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결국 예방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은 누군가의 피해로 다가올 수 있는데 말이죠. 그 대상이 바로 저일 수도 있기에 힘들 때가 많습니다.

친구의 사건으로 인해서 가슴이 아프실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잠시 멈춰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운 세상을 다시 꿈꿔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땜빵이라도 제대로 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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