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100] 서울살이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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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반항하는 법을 배웠더라면
나의 괴로움은 진작 서울에서 무마될 수 있었을 것이다.

_ <환상수첩> 김승옥



반항하느라 여전히
서울에 머물고 있다.
괴로움을 무마하는 일은
참으로 버겁다.
이른 더위에 버겁고
코로나 덕에 장착한 마스크 때문에
더 버겁다.



내게 이 책을 전해 준 이는
이 책은 자신의 청춘이었다고 한다.
나는 못 읽겠다며 돌려주었다.
누구의 청춘을 감당할 만큼의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서울에서
무마하는 중이었으니.



내가 무서워하며 들어가기를
망설이고 있던 것은
실상은 아주 간단한 모습을 한
하나의 얼굴이었던가?
저 일상생활이란 대수롭지 않은
하나의 탈이란 말인가?
둘러써도 별 손해 없는,
과연 별 손해 없는?
철봉그네 위에서의 이씨의 표정처럼
위악도 없고 위선도 없는 것이라면
한번 둘러써보고 싶었다.

_ <환상수첩> 김승옥



아서라, 둘러썼다가 죽을 뻔했다.
괜히 무서웠던 게 아니다.
그러나 둘러쓰지 않고 견뎌내는
서울생활은
위악으로도 위선으로도
어쩔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다.



우리가 떠나올 때,
“꼭 기다리겠어요.
하루라도 빨리 데려가줘요. 네?”
라고 울 듯한 얼굴로 뭐라하던
미아의 음성도,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시는 그만두겠어.
이제부터 생활전선이다.”
라던 윤수의 화려한 음성도
잊을 수가 없다.

_ <환상수첩> 김승옥



나의 미아는
스타벅스 사내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렇게 사라져 버린
윤수의 소식을
미아에게 전해 줄 수 있었는가?
윤수는 위선도 위악도 없이
허세의 탈을 벗어버리고
미아에게 자신을 의탁했다.
그리고 죽었다.



일생을 걸고 목숨을 건다는 말이
좀 유치하게 들릴는지 모르나
그러나 일생을 걸고 목숨을 걸 얼굴은
아무래도 하나일 것이다.

_ <환상수첩> 김승옥




하나의 얼굴, 하나의 얼굴..
그 얼굴을 잊지 않으려
서울을 버텨내고 있다.
위악으로도 위선으로도
시는 그만두지 않을 테다.








[위즈덤 레이스 + Book100] 003. 환상수첩


Human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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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years ago 

음... 난 이제 이 쓸쓸한 서울 생활... 끝내고 싶네요...
바다 파도 소리 들으면 살고파요ㅠㅠ

 3 years ago 

어서 이 국면이 끝나고 세계살이가 시작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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