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죽은 자로 살기
너는 살아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너는 살아있는 게 아니야. 죽은 자는 자신이 죽은 것을 알지 못하고, 산 자는 어떻게든 살려고 하지. 자신이 죽은 것을 받아들인 후에야 진짜 죽음이 실현되는 거야.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면 그걸 '귀신'이라고 부르는 거고.
세상에 죽었으나 죽은 줄 모르는 이들이 가득하다면,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 지진이 일어나서 몰살당했다면 말이야. 그들은 모두 죽음을 인지하지 못할지도 몰라. 귀신들의 마을이랄까. 누가 그들에게 당신은 죽었다고 말해줄까? 누가 말해준들 그걸 어떻게 인정할 수 있을까? 네가 사는 도시가 귀신들의 도시라면 말이야. 너는 살아있는 걸까 죽은 걸까. 마법사가 얘기해줄게. 미안하지만 너는 살아있는 게 아니야.
나는 네가 보이거든.
자신을 죽은 자로 여기기 전에는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모든 게 이해가 가지 않을 거야. 너는 살려고 발버둥 칠 테니까. 그러나 죽음을 인정하면 더 이상 살려고 할 필요가 없지. 죽었으니까. 그리고 너의 이웃들도 모두 죽었으니 우리는 모두 죽은 자로 함께 살아 있는 거야. 그러면 누가 산 자일까? 누가 자신을 산 자로 여기는 걸까? 태어난 자들이야. 태어난 자들은 살아가야 할 이들이지. 죽은 이들은 태어난 이들이 아니야. 떠도는 이들이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떠도는 이들. 살아 있는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아는 이들이지. 너는 어디로 가고 있니?
삶은 유한하고 죽음은 영원해. 누군가에게는 흙으로 돌아가는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천국 또는 지옥으로 가는 일이지. 그리고 어디선가 다시 태어나는 거야. 식물로, 동물로, 심판을 피한 신의 자녀로. 그러나 모두들 여전히 살고 있으니 우리는 아직 돌아가지 못한 자들이야. 여전히 살고 있는 이들이지. 죽었으나 살았으나 말이야.
결국엔 죽을 것을. 왜 살고 있는지 알았으면 해. 그게 원이든 한이든 미련이든 소망이든. 그걸 알면 살았거나 죽었거나 살아가는 이가 되는 거야. 그러나 모르면 그저 떠도는 거지. 타인의 굴레에 휘말려 뺑뺑이를 도는 거지.
아이러니하게도 살아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가장 잘 아는 이들은 죽은 자들이야. 귀신이 되어서야 자신이 살아서 무엇을 해야 했는지 '절실히' 깨닫게 되지. 그런 게 없다면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될 거야. 그러나 남은 게 있다면 결국 이번처럼 다음에도 다시 돌아오겠지. '나는 죽은 자''라는 깨달음이 삶의 소망을 일깨우지. 그리고 우리는 매일 아침 죽은 채로 깨어나는 거야. 만일 살아 있는 누군가가 널 알아본다면 너는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는 거야. 아직 살았다면 '그것을' 할 수 있지. 해야 하지. 죽은 자는 할 수 없는 그것을.
너의 생존을 확인해 줄 그 누군가는 누구일까? 그는 살아있는 자야. 죽은 자가 후회할 그 일을 지금 하고 있는 자. 자신을 만족시키는 자. 다시 태어날 이유를 해소하는 자. 그 살아있는 사람이 너의 생사를 확인해 줄 거야. 그가 너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너는 산 자가 아니야. 산 자에게는 죽은 이가 보이지 않으니까.
나는 네가 누군지 몰라.
[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075. 싱글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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