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1(수)역사단편44- 저자만 있고 독자는 없는 역사책

in AVLE 일상19 days ago (edited)

나이를 먹어가면서 답을 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커지는 나라와 작아지는 나라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도장에 얽힌 일화로 이야기를 풀어본다.

한왕도장.jpg
<漢 玉圖章;한나라 옥도장>

화씨지벽(和氏璧): 화씨가 발견한 옥구슬로 천하의 보물

화씨가 초나라 여왕(?~BC741)에게 희귀한 옥을 바쳤지만 왕이 몰라보고 화를 내면서 월형(발뒤꿈치를 자르는 벌)에 처했다.
여왕의 손자 '문왕'대에 '벽(=둥근 옥구슬)'으로 다듬었다.
이 구슬은 밤이 되거나 어두운 데에 가면 빛을 내며 수십 보를 환히 비췄다.

수백년이 흘러, 구슬이 조나라 혜문왕의 손에 들어갔다.
그 소문을 들은 진나라 소양왕이 성 15개와 바꾸자고 제안을 했다.
벽만 뺏겠다는 심산이었다.
조나라의 유명한 신하 '인상여'가 진왕과 협상하여 '벽'을 아무 탈없이 가지고 돌아왔다.

'완벽(完璧: 흠없는 구슬)'이라는 말이 생겨난 기원이란다.

화씨지벽을 손에 넣은 진시황은 화씨지벽을 깎아 그 유명한 전국옥새(傳國玉璽)를 새겼다.
'전국새(=전국옥새)'는 한고조, 삼국시대, 수, 당을 거쳐 10세기 후반까지 황제의 상징이었다.

'완벽' 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인상여'라는 사람이
당시 진나라 소양왕과 조나라 혜문왕의 만남자리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고 전해진다.

"모월 모일 '조(趙)'왕이 '진(秦)'왕의 명을 받들어 비파를 탔다"고 적게했다.
"모월 모일 '진(秦)'왕이 '조(趙)'왕의 명을 받들어 분부를 두들기고 노래를 하였다"라고 적게했다.

앞에 문구는,
강대국인 진나라 소양왕이 조나라 왕을 국력으로 위협해서 비파를 타게한 후에 사관에게 내린 명령이다.

뒤에 문구는 '인상여'가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진왕'을 말로 위협해서 노래를 하게 한뒤에 조나라 사관에게 적으라고 지시한 명령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두 가지를 알게 된다.

화씨벽: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역사로 확장시킨다.
" 왕의 명을 받들어 ~을 했다."라는 기록방식이 지나인들의 역사기록 프레임이다.

지나인들은 대를 이어가는 것, 즉 복리의 마법을 알았나보다.

우리는 어떠 했을까?

<조선사 연구초>에 아래와 같은 한탄이 있다.

조선의 역사책(史冊)은 從古(종고=자고)로
저자만 있고 독자는 없는 서적이라

무슨 역사책이든지
와자(訛字:속이거나 다른 글자),
오자(誤字:잘못된 글자),
첩자(疊字:중첩된글자),
누자(漏字:빠트린글자)가 지폭(紙幅:종이속)에 충만한 중에,

옛지명과 벼슬이름 같은 것은
夷言(이언:오랑캐말)이라고 배척하여
그 ‘訛(와), 誤(오), 疊(첩), 漏(누)’ [즉, 왜곡, 오기, 중첩, 누락)를
거의 등사자(謄寫者:베끼는 사람)나 인판자(印版者:새기는 사람)의 자유에 방임하여 정정하는 사람이 없었으며,

支那(지나=현 중공)24사 중 이른바 ‘조선열전’ 혹 ‘동이열전’에 적힌 명사가
傳聞(전문: 전해들은것) 으로 음역한 것도 있지만,
직접으로 당시 이두문의 본명을 그대로 가져다가 쓴 것도 적지 않으나,

수백년래로 고서고증에 늙은 중화문사들이
남의 역사에는 ‘격막(隔膜:사정에 어둡다)’일 뿐더러 노력도 좀 아낀지라,
모든 사실의 誤(잘못)나 문구의 訛(왜곡)도 발견한 이가 없거든,
하물며 그들(彼等:피등)의 눈에 서투른 일반명사이랴.

그러므로

조선열전 등의
訛(와), 誤(오), 疊(첩), 漏(누)’ [즉, 왜곡, 오기, 중첩, 누락)가 또한 대단하여 신용하기 위험한 기록들이니
그 곤란이 네번째다

우리 역사를 기록한 고대역사책에
'왜곡, 오기, 중첩, 누락'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저자만 있고 독자는 없어서 고증이 안된 탓이라는 결론이다.
거기에 추가로, '모화주의'로 인한 편견을 가지고 역사를 기록했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커지는 나라 VS 작아지는 나라'이니
좀더 살펴보자.

"저자만 있고 독자는 없어"

살이없는 뼈는 보기 흉하고 힘을 발휘할 수도 없다.
역사책에서의 살이란 무엇일까?

인용이다.
요즘말로 하면, 태그다.
지나인들은 그걸 너무 잘했다.
내용이 맞건 틀리건 그건 나중 일이다.

이전 학자들의 서적내용을 인용하고 확대할 수록
그 이론이 풍부해지고 발전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역사학계에서 인용이 풍부하게 이루어지고 살찌는 영역이 있다.
가깝게는 식민지시대의 이론이고,
멀리는 김부식이래의 역사서술방식이다.

단재는 조선사 연구초와 상고사를 통해
많은 학자들의 서적을 인용하고 그 의미를 소개했다.

image.png

안동권시의 족보에 據하면 權太師의 이름이 幸이요, 그 子의 명이 仁幸이니라. 이 따위 관계를 모르고 고사를 연구하면 마침내 맹인의 야행이니라.<조선사연구초>

오늘날엔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다르지만
과거에는 같았다는 것을 '족보'를 통해 알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족보는 일부내용을 제외하고 조작이 없으며, 족보연구가
고대사를 해석할때 보완이 된다고 쓰고 있다.

이두문적 명사의 해석이 이와 같이 고사 연구에 유익하나, 그러나 반드시 독단을 피함이 가하니
<조선사연구초>

'이두문의 해석'만으로는 독단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옛날부터 문화상의 창작이 적지 아니하나, 매양 고립적· 단편적이 되고 연계적·계속적이 되지 못한 괴이한 원인 등을 힘써 참고하면서 논술하여 <조선상고사>

오늘 글의 제목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왜 고립적이고 단편적으로 끝났는가?

조선사를 연구하자면 조선의 고어뿐 아니라 '만주어· 몽고어' 등도 연구하여 고대의 지명· 벼슬 이름의 뜻을 깨닫는 동시에,<조선상고사>

조선사 연구를 위해 필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고어'와 '만주어-몽고어'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단재의 책 두권만 읽으면,
우리 역사를 공부하면서 적어도 헛소리는 안할 수 있고
독단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거 같다.

우리역사 관련해서 가장 풍부하고 유기적인 발전을 하는곳이
'식민사학'이론이다.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민족의 혼을 찾는다라는 재야사학의 움직임은
조금 실망스럽다.

매양 고립적· 단편적이 되고 연계적·계속적이 되지 못한 괴이한!!

상황이다. 게다가 배척하고 독단적이기까지 하다.

갑골음을 연구로 고대사를 밝힌다는 최춘태박사는
한 영상에서 아래와 같이 비판한다.

'재야에서도 심백강, 이덕일은 식민사학을,
이기훈, 윤내현, 신채호 등은 중국과 관련된 상고사를 연구한다.
식민사학의 거두 이병도와 그 후학인 식민사학자들은 일본인이 설립한 조선사연구회에서 만든 조선사를 그대로 답습한다. '

식민사학과 재야사학을 싸잡아 비판한다.
신채호에 대해서는 '중국과 관련된 상고사'를 연구에 천착하는 것으로 깍아내린다.

단재가 <조선상고사 >에서 이미 제시한 고대사 연구방법중 하나인
고어연구로 학위를 받고 책을써서 돈벌이를 하면서
자신의 연구가 시작된 계기가 되었을 단재의 역사연구를
편협된 것으로 폄하하는 행태가 바로 문제다.

만일 선배학자의 이론에 잘못이 있으면 그걸 인용해서 비판하고
자신의 이론을 키워가는것이 올바른 태도이고
고립을 피하는 길인데
근거도 없이 일언지하에 내다버리고 자기혼자 옳다는 태도가 바로

매양 고립적· 단편적이 되고 연계적·계속적이 되지 못한 괴이한!!

것으로 우리의 학문역사가 빛나지 못하게 된 원인이다.

공자, 맹자, 주자가 과연 그 명성만큼 위대한가?

학문적 소양도 있었겠지만, 후대인들이 이름을 들먹이며 대를이어 높였기 때문이다.

커지는 나라는 계승되고 확장되는 이론을 만들어 내는 나라이고
작아지는 나라는 단절되고 고립되는 이론을 만들어 내는 나라이다.

우리는 어떤 나라의
어떤 사람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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