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4 세계 정세의 본질, 우리편은 없다. >

언어는 세상을 규정한다. 어떤 용어를 쓰는가에 따라 세계정세의 성격과 본질 그리고 의미가 달라진다. 현재 국제정세를 어떤 용어로 규정하는가에 따라 의미과 가치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언어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파시즘이 그랬고 사회주의가 그랬고 요즘은 자유민주주의가 그렇다.

오늘날 세계는 크게 두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마치 냉전 당시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신냉전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냉전이란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라는 명백한 이념적 갈등이었다는 점에서 갈등의 기준이 분명했다면, 오늘날의 분열과 갈등은 그 기준이 칼로 무썰듯이 분명하지 않다. 러시아와 중국은 더 이상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다. 이미 그들은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고 있고 명백한 자본주의 국가다. 국가 운영에 자본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미국을 위시한 자본주의체제 국가와 다를 뿐이다. 중국은 공산당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으면서 선거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이미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기도 어렵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아울러 권위주의 체제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체제간의 대결이자 갈등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러간의 갈등을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간의 갈등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온당치 않다. 미국이 중국 신장지역의 인권유린을 이야기 하지만, 미국내의 인권유린은 중국보다 더 심각했으면 더 심각했지 덜 하지 않다. 미국내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은 아직도 극심하다. 최근까지 아메리카 인디언을 절멸시킨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장기간 지속된 잔혹한 인권유린이었다.

결국 최근 정세를 비교적 정확하게 규정짓기 위해서는 또다른 용어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 및 브릭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갈등과 분열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제국주의국가와 비제국주의국가’가 아닌가 한다.

아직도 제국주의 타령인가 할지도 모르겠으나, 자본주의는 불균등 발전을 할 수 밖에 없어 필연적으로 제국주의적 성격을 띠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소련의 영향력으로 인해 직접적인 정치군사적 지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교묘한 비공식적 지배를 유지해왔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유용하게 활용된 것이 비밀정보기관이다. 군대를 통한 장악대신에 각종 정치공작으로 앞에서 보이지 않게 피지배국가들의 정치권력을 통제하고 장악했다.

중남미와 중동지역 그리고 아시아지역 등 과거의 피지배국가들에서 일어난 정변중에서 상당수가 서방의 비밀정보기관 공작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일본의 전후정치 총결산을 주장하면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다나카 수상이 록히드 사건으로 물러난 것도 미 CIA공작의 결과라는 것도 이미 공개된 바 있을 정도다. 일전에 발생했던 홍콩의 민주화시위 뒤에서도 미국의 CIA가 개입했던 것이 사진으로 찍히기도 했다. 군대처럼 우리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미국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중국의 강력한 국가지배체제는 앞으로 한국에게 미국의 정치공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기와 도전이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처럼 고상한 이념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중화주의의 국가다. 중화주의란 말그대로 날것의 제국주의나 마찬가지다. 오로지 힘으로만 국제정치를 이끌어갈 것이다. 러시아도 소련시절에는 미국의 CIA는 울고갈 정도의 강력한 정보기관을 운영했다.

내가 이런 말은 하는 것은 미국과 중러를 내편 네편으로 보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에게 둘 다 모두 위기이자 기회일 뿐이다. 우리가 잘하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모두 다 위기가 된다. 아마도 북한의 지도부는 그런 점을 남한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은 미국에 충실한 동맹국으로 남아 있으면 알아서 한국에 유리하게 해주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렇게 세뇌가 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각종 공작에 한국의 지식인과 주류 정치인들이 노예적 사고방식에 물들어 놀아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이익은 노예적 태도로 지킬 수는 없다. 우리의 이익은 우리가 주인이 되어 무엇이 이익인지를 분명하게 식별하고 요구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밀고 나갈 수 있는 의지에 달려 있을 뿐이다.

아직도 내편 네편을 따지는 사람이 많아서 쓴다. 국제정치에서 우리편은 없다. 그리고 깐부도 없다. 나만 있을 뿐이다. 정신적 독립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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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강대국 사이에서 잘 살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노력이 안보여 심히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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