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돔카르 트랜스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last year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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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의 해와 달과 별, 산과 강, 하늘과 구름과 바람, 풀, 꽃, 나무, 바위와 작은 돌멩이, 그 모든 것들은 언제나 내 안의 무언가를 흔들어 깨운다. 피와 살이 진동하고, 기억과 다짐이 새롭게 일어난다. 내 영혼은 각성 상태에 들어가서 환희의 비명을 지른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아름답고, 죽을 만큼 행복하다고, 그것이 외친다. 그러니 나는 매 순간을 성실하게 내 안에 저장해야 한다. 이때만큼은 탐욕스러워진다.



싱게와 초모를 통해 알게 된 라다크 친구 빨레의 고향은 샴 밸리의 '돔카르'라는 마을이다. 샴 밸리는 라다크의 전통 발효주인 창으로 유명하다. 빨레를 만날 때마다 고향에서 창 좀 얻어다 달라고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고향 친구의 결혼식에서 15L의 창을 조달해 오겠다는 그녀의 호언장담이 결국 불발되면서 빨레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던 어느 날, 이를 듣다 못 한 빨레가 말했다.

"그냥 주말에 돔카르에 있는 우리 할머니 댁에 가자! 가서 마시자!"

돔카르 여행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계획했던 한레 여행이 궂은 날씨 덕분에 내내 불투명했던 터라 갑작스럽지만 반가운 충동이었다. 빨레네 할머니는 핸드 스피닝 기술자인데 마침 초모가 작년 겨울 확보해 놓은 양털이 있어서 할머니께 스피닝도 부탁하기로 했다. 올겨울에는 TSOMO에서 레나 외에 램스울, 야크울 아이템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리 많관부. 야호!



마침 날이 무척 좋았다. 라다크의 여름답게 뜨겁고 눈 부신 태양이 시작부터 우리의 마음을 달궜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 듯이 재밌게 놀아보자고 빨레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내 안에도 어떤 각오와 같은 것이 생겨났다.

예상대로 돔카르의 창은 기가 막히게 맛있었고,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지만, 호수를 보기 위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다다른 곳에서,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낸 호수를 마주하고, 조금 실망하고, 바위 위에 걸터앉아 뺨에 부딪혀 오는 눈가루를 느끼며 바람의 목소리를 듣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장 저장.

설산에 둘러쌓여 끓여 먹은 불닭볶음면 투엑스가 우리 모두를 미쳐 날뛰게 만들었던 순간도. 미친 듯이 매운 걸 먹고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춤을 추면 빠르게 트랜스 상태에 도달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저장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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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래된 미래 라다크

 11 months ago 

유명한 책이죠. :-)

이 점은 어딘가모르게 공포스럽네요. 저 아름다운 세계에서 뭣을 저지르실라고 ㄷㄷ;;

 11 months ago 

저기서 점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은 열심히 숨을 쉬는 것뿐이에요. 점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걸 보고 느낄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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