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단상] 잃어버린 우산

in #zzan5 years ago (edited)

나는 왠만해선 우산을 쓰지 않는다. 귀찮기도 하지만, 사실 분실이 걱정되어서다. 돌이켜보면 우산을 쓰고 나갔다가 들고 돌아온 적이 없다. 왠만큼 산경을 써도 집에 와보면 우산이 없다. 수십개의 우산을 해먹은(?) 나는 이제 차라리 비를 맞는 편이 편해졌다.

이게 최근 증세냐 하면 그렇지 않다. 내 기억의 가장 저편엔 열다섯 살 쯤 때였다. 당시 남자들은 허리벨트고리에 차열쇠나 오토바이 열쇠 하나 정도는 찰랑거리고 다니는게 유행일 때 였는데 그게 멋있어 보여서 우리 방 열쇠와 주변에 굴러다니는 열쇠를 모아서 나는 내 벨트고리에 걸고선 짤랑거리고 다녔다.

그러다가 잠깐 풀러놓을 때면 남의 걸 들고 가는 일이 태반이었다. 나는 열쇠구멍에 꽂아보고나서야 그게 내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곤 했으니 정신없음과 산만함이란 내게 어제 오늘일은 확실히 아니다.

하지만 어제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흠뻑 젖어버려서 오늘은 비를 덜 맞으려고 출근길 우산을 하나 샀다. 늘 하듯 이번엔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 이걸 결정하는데 한 10분쯤 고민했던 것 같다. 뭔가를 잃어버린다는 것. 우리가 살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다. 사람도, 물건도, 좋아하고 나의 손길과 애착이 깃든 걸 잃어버린다는 건 참 슬프기도, 아프기도 한 경험이다. 거기엔 함께 시간을 보냈던 내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 대상에게만 그 이야기가 존재하는걸까? 생각해보면 그 추억은 그 대상이 아니라 내 가슴속에, 내 기억속에 존재한다. 잃어버리지도 않고 잃어버린 슬픔도 경험하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것들과의 이별을 겪는다.

이렇게 생각해본다. 내가 잃어버린 대상은 또 다른 누군가와 새로운 이야기를 쓰게 될 것이고, 부셔져서 못쓰게 되었다면, 부품상태로 혹은 더 잘게 부서진 작은 입자들이 되어 더 넒은 세상속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내가 잃어버린 우산들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서 요긴하게 잘 쓰여졌으면 좋겠다. 혹시 그러다 부셔졌다면 길거리에 꼴사납게 쓰레기로 굴러다니지 말고 잘 분리되어서 더 많은 물건들의 소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능한 이 우산을 잃어버리지 말고 뽕을 뽑을 수 있으면 물론 더 좋겠다.

참 우산 잘 잃어버리는 이야기를 길게도 쓴다.
우순실이 부릅니다. “잃어버린 우산”

안개비가 햐얗게 내리던 밤
그대사는 작은 섬으로 나를 이끌던 날부터
그데 내겐 단하나, 우산이 되었지만
지금 빗속으로 걸어가는 나는 우산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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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은 항상 접는 3단 우산이라도 가방에 지니고 다닐 때는 비가 안 오다가도

오늘은 거추장 스러우니 가방에서 내보내고 홀가분하게 다녀야지 하면
맑은 날에도 갑자기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더군요~ㅋㅋ ㅠㅠ

항상 곁에 있는 소중함은...
떠나 보낸 후에야...
후회 한다는...

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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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2020 스팀 ♨ 이제 좀 가쥐~! 힘차게~! 쭈욱~!

coffeea Sorry, out of COFFEEA, please retry later...

왠만큼 산경을 써도 집에 와보면 우산이 없다.

아이구~ 수수님!
잃어버림... 잊혀짐... 인간사에서 자연스런 현상이쥬~ ㅎ

수수님.... 이거슨 거의 악센타이 자판으로 작성하신 오타 수준... ㅎㅎㅎㅋㅋㅋ
이렇게 고운 글은 zzan 문학상에 응모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ㅋㅋㅋ 지하철에서 전화기로 썼더니…요래됐습니당 ㅋㄷㅋㄷ 살살 고쳐볼까용?

제 글을 알아주시는 분은 역시 @dozam님 뿐이십니다^^

꼭 literary-prize 테그 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