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봄바람

in #kr18 days ago

이수역 쪽에 새로 발견하게 된 치과가 있어서 갔다가 집에오려면 서울역까지 다시 돌아오는 것 보다는 용산역을 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시도해봤다. 기억이 약간은 가물거리기는 한데, 거의 10여년 만에 가보는 것 같다. 그 중간에 한 번 갔던 것 같기도 하고…

용산역 모퉁이에는 작은 서점이 하나 있다. 뭐 딱히 고풍스럽지는 않아도, 괜히 기차역에 있는 서점이란 존재가 감성을 자극하는지라, 차시간이 날 때면 들러서 책 한 권을 사곤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이상하리만치 차시간이 묘하게 한 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많지 않은 책들을 둘러보고 문고판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계산을 하고 주인 얼굴을 한 번 쳐다보았다. 아, 물론 좋은 의미로. 그러고 보니, 대개 계산을 할 때 주인과 얼굴을 대하거나 눈을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다. 뭐, 돈 내고 물건 사고 돈 받고 물건 팔면 피차 볼일이 끝났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긴 한데…

서점 주인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다시 볼 일은 별로 없겠지만 좀 삭막한게 아닌가 하는 뭐 그런, 그래서 괜히 얼굴을 한 번 쳐다봤다. 모자에 마스크까지 눈만 드러내놓은 터에 오히려 그걸 더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남으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서점을 나오니, 옆에 기차 라운지가 있다. 한 때 코레일 멤버쉽이 있으면 출입할 수 있었던 기차 라운지는 서울역은 오래전에 폐쇄를 한 상태인 듯 한데, 여기는 절반을 오픈한 상태로 테이블이 있고, 기차를 이용하는 누구나 들어와도 된다는 문구도 있다. 좋네. 중간에는 또 커피를 팔고 있기도 하니, 이미 자리는 꽉 차있는 상태.

서울역이나 천안아산역이나 뭔가 지역적 특색이 없이 다 똑같이 생긴게 별로 맘에 들지는 않는데, 용산역은 그나마 구조가 묘하게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매력이 있다. 라운지도 맘에 들고, 서점도 맘에 들고. 봄이 오니 맘 속에 바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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