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진의 "파친코"를 읽고
이민진의 "파친코"를 읽고
솔직히 파친코를 구입해야 할까를 상당히 망설였다. 소설을 잘 안보는 이유도 있지만 한번 읽고 버리는 책은 거의 사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한 번 읽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옆에 두고 두고 읽어야 한다는 게 나의 소신이다. 그러나 그 망설임에 대한 죄책감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생겨났다. 소설이 단지 재미만을 위해 읽는 장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읽는 내내 50년대 부산 영도의 거리가 영상을 보듯 생생하게 그려졌다. 불우했던 일제시대의 평범했지만 억척스럽게 살았던 한 가족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었다. 일본권력자는 한국을 침략 통치하며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일본이든 한국이든 그 틀 속에서 살고 있었던 서민들의 삶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일본에도 착한 사람이 있었고 한국에도 악랄한 사람이 있었다.
결국은 권력자들이 문제다. 그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핑계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괴물들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어 보인다. 권력지향적인 인간은 보통 사람과 다른 DNA를 가지고 태어난 게 확실하다. 보통 사람들이 보잘것없이 생각하는, 한줌의 권력을 잡기 위해 부모 형제도 배반하는 게 그들의 속성이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어떻게 하면 자신이 권력, 부귀를 유지할 지에 대한 생각뿐이다.
사람의 이야기속에는 감동이 있다. 사랑하고 정을 나누고 심지어 자식을 위해서는 자신을 헌신짝처럼 희생하는 부모의 사랑이 있다. 어떤 신념이나 사상이 가족간의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권력이나 돈보다 사랑을 가진 따뜻한 사랑을 가진 서민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 하루하루 연명하는 데 모든 시간을 보내야했던 절박했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이민진의 화려한 필체가 너무나 서정적이라 읽는 내내 지나가 버린 아련한 첫사랑의 가슴 아픈 추억이 되살아 나는 듯하여 가슴이 아팠다.
권력지향적 인간이 보통 사람과 다른 DNA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악의 평범성이죠. 보통의 사람도 그 자리에 가면 악마로 변하는 인간 본성의 슬픈 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