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원인 물질 없애는 치료제 나와… 문제는 年 4000만원 약값
“아밀로이드 베타 양성입니다.”
불과 3, 4년 전만 해도 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이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인 사실을 확인해도, 정작 이를 없앨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문소영 아주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에자이 알츠하이머병 미디어 세션에서 “아밀로이드 양성 판정 뒤 의료진이 쓸 수 있는 치료 수단이 생겼다”고 말했다. 2024년 11월 국내에 출시된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진료 현장에 자리 잡으면서 나타난 변화다.
●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 지우는 첫 약
알츠하이머병은 ‘단백질 쓰레기’로 불리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에서 비정상적으로 뭉치고, 여기에 타우 단백질까지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이런 변화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관련 증상이 뚜렷해지기 최대 20년 전부터 소리 없이 진행된다. 문연실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아밀로이드가 없으면 알츠하이머병이 아니기 때문에 아밀로이드가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약이 손상된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을 도와 증상을 잠시 누그러뜨리는 데 그쳤다면, 레켐비는 병의 원인인 아밀로이드 자체를 없앤다. 3상 임상시험에서 18개월간 인지 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를 가짜 약을 맞은 환자들보다 27% 늦췄다. 문소영 교수가 이날 소개한 74세 남성 환자는 치료 1년 3개월 만에 뇌 아밀로이드 수치가 130에서 12.1로 떨어졌고, 치매의 정도를 매기는 지표(CDR-SB·낮을수록 양호)도 2점에서 1.5점으로 개선됐다. 다만, 문 교수는 치료 반응과 부작용의 양상은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레켐비는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함께 개발한 정맥주사제다. 2024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 품목 허가를 받아 그해 11월 국내에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처방은 출시 첫 달 167건에서 지난해 12월 4362건으로 늘었다.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놓을 수 있는 피하주사 제형을 초기 치료용으로 승인했다. 국내에는 두 번째 항체치료제 도나네맙도 도입될 예정이다.
● 진단은 PET에서 혈액으로
치료제 등장과 함께 알츠하이머 진단 기술도 달라지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뇌 속 아밀로이드를 영상으로 찍어 보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은 먼 미래의 기술로 여겨졌다. PET가 상용화되기 전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과 인지 기능 검사 결과만으로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가늠해야 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PET로 아밀로이드가 쌓였는지 확인해 치료 대상인지 가릴 수 있게 됐다.
PET가 현실이 된 지금, 더욱 편의성이 높은 다음 진단 방식으로는 혈액검사가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치매 학술대회인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콘퍼런스(AAIC)에서도 혈액검사가 화두였다. 문소영 교수는 “피 몇 방울로 병의 진행 정도를 가늠하는 ‘p-타우217’ 검사가 비싸고 번거로운 PET를 대신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고 설명했다.
혈액검사가 일상 진료에 자리 잡으면 알츠하이머 치료 시점도 지금보다 크게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학회에서도 인지기능은 멀쩡하지만,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이기 시작한 사람들을 언제부터 치료할지가 논의됐다.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대신, 혈액검사로 위험 신호를 먼저 가려내고, 정밀검사를 거쳐 치료 여부를 판단하자는 것이다. 문소영 교수는 “50대부터 매년 건강검진에서 피 검사를 하고, 이상이 확인되면 주사를 맞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 남은 벽은 건강보험 적용
남은 문제는 비용이다. 레켐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약이어서 환자가 약값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 레켐비는 연간 약값만 최대 4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여 전에 받아야 하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에 100만 원이 넘게 들고, 치료 중 뇌부종이나 미세뇌출혈 같은 부작용을 살피기 위해 여러 차례 찍는 자기공명영상(MRI)도 모두 환자 부담이다.
미국과 일본은 레켐비에 공적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문연실 교수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치료하는 분도 많다”며 “경제적 수준이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치매학회의 지난해 6월 조사에서도 전국 성인 1002명 중 81.5%가 치매 신약에 건강보험 적용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내 치매 환자는 올해 10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김재형 기자 [email protected]
절대적인 약은 아니지만, 치매인 경우에는 큰 희망이 될듯 합니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