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5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의 변화 : 과거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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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전쟁수행양상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통상 전문직업군인들은 과학기술이 전쟁수행에 접목되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작전수행 템포의 증가, 전영역의 동시 전장화와 같은 생각을 했다. 필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의 전격전과 같은 양상이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문직업군인들의 그런 생각이 일종의 고정관념일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특히 돈바스 전역은 우리가 생각하던 현대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작전템포는 전혀 무의미하다. 참호와 요새전이 전장의 지배적인 현상이다. 돈바스 전의 참호 구축은 마치 제1차세계대전을 연상시킨다. 다른 점은 제1차세계 대전에서의 참호전이 기관총 때문이었다면, 이번 돈바스 전역의 참호전은 각종 다양한 살상무기 때문이다. 다양한 감시장비와 타격무기로 인해 노출되는 즉시 사살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야지를 이동하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다. 전차도 전선에서 노출되면 바로 파괴된다. 강력한 장갑능력도 대전차유도탄을 맞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러니 전차가 진지와 참호를 유린하는 고전적인 역할을 더 이상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참호전과 함께 두드러진 현상은 도시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요새전이다. 마치 근대 초기 이후 공성전을 보는 것 같다. 당시 유럽의 성은 별모양의 성을 쌓았다. 대포의 사격을 받더라도 사각을 이용하여 성곽에 피해를 줄이기 위한것이다. 지금 돈바스 지역의 도시는 근대초기 별모양의 성곽을 연상시킨다. 강력한 요새를 구축하여 적의 진출을 막는 것이다.

돈바스 전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은 예외없이 모두 성곽같은 장애물로 구성된 도시지역이다. 도시의 구조물은 강력한 성곽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제2차세계대전이후 한국전, 월남전, 이라크 전과 같은 전쟁에서는 볼 수 없었다. 과거의 전쟁에서 도시지역이 강력한 장애물의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돈바스 전역과 같은 양상은 아니었다.

강력한 도시 방어전은 러시아 지역의 특징인지도 모른다. 제2차세계대전 동부전선에서 전쟁의 향배를 가른 것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레닌그라드 전투였다. 독일군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패배하고 레닌그라드 점령에 실패하면서 전쟁의 주도권을 상실했다. 며칠 후면 이번 돈바스 전역 최대 격전지중의 하나인 바흐무트도 러시아군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력하게 저항했음에도 불구하고 바흐무트와 같은 도시지역을 상실하면 우크라이나군은 차후 작전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될 것이다. 스탈린그라드를 독일군에게 빼앗겼다면 소련군은 과연 동부전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하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전술 수행 양상이 이렇게 변한 것은 여러가지 조건이 좋합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수행 목적, 양국의 정치경제적 상황등이 작용을 했을 것이다. 이런 요인들이 어떻게 작용했기에 현대전이 제1차세계대전과 근대초기의 전투와 같은 양상으로 후퇴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점은 전쟁이 끝나고 난후에 자료를 잘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분석 과정에 과학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전투수행양상을 과거로 되돌려 놓았다는 측면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속한 평가와 분석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현지에 군에서 전훈분석팀을 파견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미군은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다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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