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헌혈유공장에 대한 단상

in #blood-donation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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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에선 헌혈을 30회 하면 은장을, 50회 하면 금장을 수여한다. 언뜻보면 무공훈장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피의 댓가로 받는다는 점에선 서로 비슷하다고 할까? ㅎㅎ

전혈은 두달에 1번만 그리고 일년에 5번 이내로 제한되어 있어서 50번 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해외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보통 1년 이내 다시 헌혈을 못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수백회 넘게 헌혈한 이들은 전혈 뿐만 아니라 성분헌혈까지 한 사람들이다. 성분헌혈은 전혈과는 달리 2주일만 지나면 또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분헌혈이 만만한건 결코 아니다. 필자도 혈장 성분헌혈을 한번 해 보았는데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오래걸리는데다 속이 메슥거리고 해서 다시 할건 못되었다. 전혈은 성분헌혈에 비해 시간이 적게 걸리지만 1년에 5회씩 빠뜨리지 않고 하기는 쉽지 않다. 헌혈을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넘은거 같은데 아직 51회밖에 못했으니 말이다. ㅎㅎ

필자가 헌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국내에서 부족한 혈액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다는 얘기를 듣고나서다.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혈액은 어떻게 공급되는 것일까? 베이징 출장을 갔을 때 한창 건설되는 마천루 사이로 넝마주이와 거지를 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아마도 하루살이가 힘든 이들로부터 매혈한 것이 분명한데 깨끗한 피만 골라서 외국으로 수출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이런 혈액을 우리 아이들에게 수혈한다고?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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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공급량은 늘 부족하다. 이 글을 쓰는 7월20일은 혈액보유량이 많은 편이다. 혈액이 모자랄 때는 보유량이 이틀분이 채 안되는데 이때는 대한적십자사에 비상이 걸린다.

피가 없으면 죽는다는건 다 알지만 주위에 헌혈을 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드물다. 왜 그럴까? 그것은 피값이 너무 싸기 때문이다. 우리가 병원에서 수혈을 받을 때 내는 돈은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400cc 당 3천원이 채 되지 않는다. 성인 남자의 몸에 약 8리터의 혈액이 있는데 그 절반인 4리터 즉 10팩의 혈액을 쓴다고 하더라도 3만원이면 충분하다. 이러니 누가 힘들게 헌혈을 하겠는가?

몸이 약해서 헌혈을 못하는 사람도 있고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큰 수술이 필요한 사람에게 수혈 비용을 많이 받을 수 없으니 의료보험을 적용해서 싸게 공급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늘 혈액이 모자라는 여건에서 혈액을 조달하는 방법은 헌혈밖에 없는데 그에 비해 헌혈자들에게 주는 보상은 너무나 초라하다.

그나마 요즘은 영화관람권 등 쓸만한 선물을 주지만 예전엔 그런 것도 없었다. 헌혈은 너무나 숭고한 행위라서 보상을 받으면 부정해 보여서 그런 것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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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겐 봉사점수를 군인들에겐 훈련면제 등 메릿을 주면서 헌혈을 독려하기는 하지만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래도 수적으로 많은 일반 사회구성원으로부터의 지속적이고도 안정적인 혈액 공급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를 사회구성원의 양심과 봉사의지에만 의존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그것보다는 혈액 공여자에게 좀더 적극적인 보상을 해줌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혈액 공급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사회에 공헌하는 이들에게 너무 인색한거 아닐까? COVID-19로 혈액의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힘든 시기에 헌혈유공장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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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은장은 있는데 금장 받기가 쉽지가 않네요~^^매번 갈 때마다 철분부족 나와요.ㅜㅠ 그런데 포상 기준이 바뀐거 아닌가요? 예전에 은장 30번, 금장 50번이었는데 50번, 100번으로 변경됐다는 얘길 얼핏 들은 것 같은데 말이지요.

기준이 바뀐거 같지는 않습니다. 금장을 3달 전에 받았거든요. ㅎㅎ

매우 공감합니다. 저도 서너번 해봤지만... 헌혈 수급은 그냥 봉사 희생 이런거에만 기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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