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1984, 조지오웰
2025.8.21(목)

윈스턴. 자네는 실재란 객관적이고 외적이며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실재의 본질을 자명한 것으로 믿고 있는 거지. 자네는 자신이 뭔가를 보고 있다고 여길 때, 다른 사람들도 자네가 보는 것과 똑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네. 그러나 윈스턴, 분명히 말해 두지만 실재는 외적인 것이 아닐세. 실재란 어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있네. 그것도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곧 사라져 버릴 개인의 마음속이 아니라 집단적이고 불멸하는 당의 마음속에 있지. 당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건 무엇이든 다 진실일세. 당의 눈을 통해 보지 않고는 실재를 볼 수 없네. 윈스턴, 이것이 바로 자네가 다시 배워야 할 사실이네.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에게 하는 말이다. 참 무서운 말이다.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곳. 전체의 흐름에 내던져진 삶. 하나의 부속품. 내가 보는 사실은 사실이 아니고, 당이 정한 사실만이 사실인 이 곳.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이 책의 내용 중에서 중요한 단어는 '이중사고'이다. 서로 모순되는 두가지 믿음을 동시에 수용하고, 둘 다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고를 말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사고가 가능할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중사고를 쉽게 경험한다. 평화를 명분으로 한 무기개발, 인민해방을 외치는 독재정권, 전염병 예방을 위한 개인정보 침해. 개인 기준으로 보면, 건강은 중요하지만 야식을 즐기는 행동, 환경보호가 중요하지만 일회용품 사용 같은 경우도 이러한 모순된 믿을을 수용하는 '이중사고'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이중사고의 예시는 대단히 무섭다. 잘못된 과거의 흔적은 깨끗히 지워버리고 새로 만든다. 윈스턴처럼 깨어있는 사람은 당에서 잡아 가둔뒤 그 사람의 기록을 남김없이 지워서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으로 만든다.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지만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짓도 사실로 받아들어야 하는 곳이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나 자신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모진 고문을 당하는 동안에도 끝까지 자신의 목소리,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다. 사실은 사실이라고. 당이 지금 거짓을 말한다고. 하지만 당을 대표하는 오브라인언은 고문의 강도를 높혀가며 끊임없이 그를 세뇌한다. 그리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101호실'에서 결국 그는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포기하고 독립적인 자아를 완전히 잃어버린다. 그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당을 사랑하고, 지도자 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된다. 전체주의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취약한지 이 책을 보면 알수 있다.
소설 1984. 자연스럽게 북한이 떠올랐다. 고문과 세뇌로 인간의 정신을 조정하는 그 곳. 그 곳에서 진실은 오직 권력에 의해서 재정의된다. 참 무서운 이야기다. 요즘 우리나라도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맹목적인 신념,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모두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정치와 정책들.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가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윈스턴과 같은 깨어있는 사고와 용기있는 투쟁, 목소리가 필요하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