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소설 fin 후기 독후감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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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저 사람처럼 살아보고 싶다, 저 사람의 인생이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특히 미디어를 볼 때,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 것 같다. 미디어 속의 인물들을 다 너무 럭셔리하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위수정의 소설 fin 속 주인공 기옥 역시 그런 인물이다.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한 배우이자 호텔 스파를 즐기고, 혼자서 킹사이즈 침대를 쓰고, 사용하지도 않는 귀금속이 서랍 속에 쌓여 있는 셀럽. 이제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항상 그 우아함을 잃지 않는 소위 말해 관리받는 여성이다.

그런 그녀의 매니저 윤주, 윤주는 기옥이 부럽다.
스파를 마친 기옥의 몸에서는 너무도 좋은 향기가 나고, 손님용 침구조차 자신의 것보다 좋은 것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옥의 곁에서 자신을 비춰보면 너무도 초라하고 구질구질해 보일 정도이다.

이렇게 보면, 기옥의 삶이 윤주의 삶보다 나아 보인다. 겉보기에는 기옥이 훨씬 멋진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알고 보면 기옥에게도 지난한 과거가 있다. 한창 인기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에 불미스러운 스캔들이 터져서 활동을 쉬게 되었던 것이다.

그 사건으로 생긴 트라우마는 지금도 그녀를 괴롭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다 떠나갔다. 억울한 마음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고 혈혈단신이 된 그녀 곁에 남은 사람은 윤주뿐이다. 아니 남긴 사람은 윤주뿐이다. 윤주가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윤주에게 마음을 기댄다. 자신이 필요한 순간에는 언제든 달려와주는 윤주. 기옥에게 윤주는 몸을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윤주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그저 일일뿐, 빨리 퇴근을 하기만 하면 된다. 기옥은 그녀에게 그저 돈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위수정의 소설 fin은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할 수 있을까?

겉보기에는 남들보다 우월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실은 마음속에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내가 알지 못하는 깊은 상처와 고독이 있다는 것을 각 인물의 입장에서 보여 준다.

따라서 독자들은 소설 속 인물들이 알지 못하는 각자의 사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들의 걱정과 고민, 아픔, 그리고 때로는 더러운 속내.

기옥과 윤주의 관계만 해도 그렇다. 기옥은 윤주에게 기대면서도, 윤주를 100% 신뢰하지 못한다. 윤주는 기옥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이 기묘한 역학 관계가 어딘가 불편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 그들과 비슷한 관계의 양상이 우리 주변에도 있기 때문에, 새삼스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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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소설, 짧은대로 의미가 있더라구요.
덕분에 줄거리 알고 가요.

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