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출구 없는 사회
저자 : 다니엘 코엔
프랑스 지성을 대표하는 학자 중 한 사람.
파리1대학, 파리경제대학, 파리고등사범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
대표작 <악의 번영>

이미지 출처 :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06507.html
"무한한 욕망의 세계사"
프랑스에서는 1965년이 되어서야 여성이 남편의 허락 없이 은행 계좌를 소유할 수 있었음.
2세기가 지난 후에도 여성은 여전히 본인과 관련된 법률 행위 대부분에서 남편의 후견 아래 놓여 있었다 한다.
근래에도, 탈레반에 점령 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부르카를 쓰지 않은 여성이 총살당했다는 뉴스가 생각난다.
어느 시대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동시대일지라도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인생은 극과 극이 될 수 있다.
기원전 2550년경에 세워진 139미터의 기자 대피라미드는 1311년 영국의 링컨 대성당이 160미터 높이로 세워지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현대의 최고층 건물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두바이에 세워진 828미터의 '부르즈 할리파'

이미지 출처 : https://overseas.mofa.go.kr/ae-dubai-ko/brd/m_10773/view.do?seq=1337174
각 영역에서 혁신의 종말을 예고했던 사람들의 오류들 몇 개.
1876년 웨스턴 유니언의 어느 내부 메모는 전화기가 믿을 만한 통신 수단이 되기에는 넘 불편하다고 결론 내림.
1927년 워너브라더스사 사장은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싱어>가 나오기 1년 전에 "배우가 말하는 걸 들으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라는 말을 남김.
1943년 IBM 사장은 전 세계 시장에 컴퓨터를 내놓으면 다섯 대쯤 팔리리라고 예측.
1981년 빌 게이츠는 플로피디스크를 지지하며 640킬로바이트면 누구한테나 충분할 것이라 말함.
1992년 빌 클린턴이 최고의 석학들을 모아 미래를 논했을 때 그 누구도 인터넷을 언급하지 않음.
위 오류들 몇 개를 보니, 떠오르는게 있다.
JP 모간 CEO가 "비트코인은 스캠이다."라고 말한 게 언제더라~~
세상은 끝없는 성장을 필요로 하지만, 이제는 성장이 어려운 사회.
성장이 정체된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말한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내가 이해하고 흡수하기에는 다소 버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할 수 있는 건 몇 가지라도 취해보자.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문장들.
과거의 조상들은 이렇게 질문했다.
'신을 향한 희망이 사라진 가운데서도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을까?'
이 질문은 오늘날 이렇게 바뀌었다.
'물질적 진보의 약속이 사라진다면 우리 삶은 비참하고 투박해지지 않을까?'
성장은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일종의 종교처럼 작용한다.
그리고 인간은 존재의 고뇌를 모면하는 데 이 성장이라는 종교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디지털 사회는 기이한 역설에 사로잡혀 있다.
기술적 전망이 역사상 이토록 밝았던 적도 없지만, 경제 성장 전망률 또한 이토록 실망스러웠던 적이 없다.
우리는 단어 자체가 모순처럼 보이는 '성장 없는 산업혁명'을 경험하는 셈이다.
농업이 수렵과 채집을 대신했다는 사실에 대한 보상이 노동과 불평등, 전쟁이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인가. - 인류학자 마셜 살린즈
화폐는 특히 문자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역사를 누적 성장의 과정에 들어서게 만든 도구 중 하나다.
문자가 지식의 축적을 가능케 했던 것처럼, 화폐는 부의 축적을 가능케 하는 전달 수단이었다.
화폐는 두 번 다시는 보지 않을 미지의 인물에게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애덤 스미스는 빵을 구하려고 제빵사에게 미소를 짓지 않아도 되는 것은 화폐 덕분이라고 말했다.
화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해방되도록 해준다.
서양 세계가 약진을 거듭하게 해준 위대한 발명품들은 바로 나침반(항해용), 인쇄술, 종이(지식의 전파), 화약(전쟁 수단)이다.
이 모두는 중국에서 온 물건이다.
실제로 이미 14세기에 중국은 유럽이 그로부터 4세기 이후에 발전시킨 산업혁명과 유사한 수준에 근접해 있었다.
이러한 중국의 르네상스는 14세기 몽골족의 약탈이라는 외부 요소로 산산조각 났다.
서양세계 약진의 원인 중 하나는 16세기 러시아의 이반 4세가 러시아 대초원이라는, 동양과 서양 사이의 고속도로 같은 공간을 봉쇄함으로써 몽골족의 위협이 종식되었다는 점이다.
임금 인상이야말로 산업혁명의 원인이지, 산업혁명이 임금 인상의 원인은 아니다.
40대의 1년은 열 살 아이의 1년보다 다섯 배 빨리 흘러간다는 사실을 누구나 경험했든가, 혹은 곧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세계의 역사에서 느껴지는 감각이다.
형태가 바뀌기는 했지만, 역사의 가속화가 걷잡을 수 없이 속행된다는 것 말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에 따르면, 인류 역사의 각 주요 단계는 이전 단계보다 열 배 더 빨리 도래했다.
지금으로부터 1000만 년 전에 사람과가, 100만 년전에 호모 에렉투스가, 10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났다.
농업은 1만 년 전, 인쇄술은 1000년 전, 전기는 100년 전, 인터넷은 불과 10년 전에 등장했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10년 만에 전 세계를 평정하고 있다.
세계는 과거에 '완전 전력 사용'으로 들어섰던 것 처럼, 이제는 '완전 디저털화'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시대의 핵심적인 역설은 디지털 혁명의 약속이 수치화된 경제성장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성장률은 거듭 감소하는 중이다.
인터넷은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는 구매력에 좋은 소식이다.
나쁜 소식은 고용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의 채용 인원은 세 회사를 다 합쳐도 여느 자동차 기업 수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다음의 한 문장으로 현 상황을 완벽하게 요약했다.
'초고소득을 올리는 소수의 인원이 빈민층의 소비재를 무료로 만들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식으로 만사가 진행된다.'
노동은 기계가 노동하는 부문에서 기계가 노동할 수 없는 부문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과거 일자리를 찾아 농촌 인구가 도시로 이동했던 것처럼, 이러한 이동은 오랜 시일이 걸리고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지만 불가피한 현상이다.
현대 사회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는 '욕구가 늘 상대적'이라는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장애물과 맞닥뜨린다.
중요한 것은 1000유로냐 1만 유로냐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느냐는 것이다.
백만장자들에게 재산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진정 안락하다'고 느끼겠냐고 물으면, 현재 수준과는 상관없이 모두 이렇게 대답한다.
'지금 가진 것의 두 배' 라고.
근로자를 향해 '주체적으로 살아라, 주도권을 잡아라.'라고 말하면서도, 프로그램이 끼어들어가는 공정을 점차 늘려서 근로자의 자율성을 사실상 일절 금지한다.
무기를 돌려줄 마음이 없는 권위적 사회의 이 절충적 제도를, 이제는 노동계가 경험하는 것이다.
일부 학자는 '더 행복해지려는 것은 위대해지려는 것만큼이나 의미 없는 일'이라가도 말한다.
과거 농경사회가 칼로리에 굶주렸던 만큼이나, 현대 사회는 여전히 부에 굶주려 있다.
아무리 걸어도 지평선에 절대 닿지 못하는 여행자처럼, 현대인은 계속 더 부유해지길 바란다.
본디 인간의 욕망은 그것이 펼쳐지는 상황에 영향을 받는 가변적 요소로, 따라서 절대 충족되지 않으며 무한하다는 것이다.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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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맨날 책만 보시면 아이는 누가 키웁니꽈?
유명한 사람들도 실언 또는 예측을 못한다는 면에서 어쩐지 위로를 받네요. ㅋㅋ
아이는 유치원 가야죠^^
유명인들의 실언이나 망언들 중에는 다분히 의도적인 경우도 제법 된다고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그대로 순진하게 믿으면 안되는 세상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