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00] Please please please please come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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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please please please come



다음 달 라다크에 간다는 소식을 전하니 초모가 제일 먼저 한 말이다. 세 번이 아니라 네 번의 플리즈. 다섯 번이 아니라 네 번의 플리즈. 올해 들은 가장 기쁜 소식이라며 이번에는 진짜 오느냐고 묻는 초모에게 '이번에는 진짜'라고 다시 한번 확실히 말해두었다. 라다크를 찾았던 마지막 해에 초모는 델리에 있었으니 라다크에서 초모를 만나는 건 그야말로 10년 만이다. 아니 11년인가?

2020년에는 카페 두레 오픈 10주년을 기념하며 라다크에서 프로젝트 <춘자로드>를 진행하려고 했었지만, 그해 봄 인도 관광비자 발급이 중단되면서 계획이 무산되었다. 어찌어찌 2년이 흘렀다. 열심히 채우며 지나 왔는데 지금 보니 통째로 삭제된 것 같다. 엄마를 혼자 두고 떠나는 것이 아직은 이른 일이라는 생각에 떠날 날을 정해놓고도 계속 망설였다. 그러다 어제가 되어서야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는데 고맙게도 엄마의 반응은 너무 쿨했다. 아빠가 떠나고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엄마와 나는 여전히 자주 슬퍼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무너지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들썩이는 수면 위에서 서서히 수평을 되찾는 돛단배처럼. 우리가 애쓴 건 딱히 없는데 그렇다면 그것이 시간의 역할인가 싶다.

올여름에는 젠젠과 함께 쓴 책 <한 달쯤 라다크>를 도서출판 춘자에서 재출간할 계획이다. 재빠른 우툰은 벌써 표지 디자인의 90%를 완성해 놓은 상태다. 무슨 일이든 요청하는 즉시 착수하고 금세 끝내버리는 우툰의 작업 과정은 볼 때마다 놀랍다. 일찌감치 나의 손으로 넘어온 다른 작가의 초고들은 시시때때로 기지개를 켜며 등 뒤에서 하품 소리를 낸다. 역시 나만 서두르면 된다. 나만. 하지만 조바심 내지 않고 나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것이 내가 채택한 전략이다.

<한 달쯤 라다크>는 현재 전자책만 유통 중이라 우선 출판 계약을 정리해야 했다. 출판사에 계약 해지를 요청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깜깜무소식이길래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더니 6월에나 정리가 될 거란다. 계약 해지에 어째서 수개월이 걸리는지 알 방법이 없지만, 오히려 다시 태어날 이 책에게 주어진 그 시간을 '제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제대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일단 원고를 살짝 보충하고 편집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 원고를 다시 읽으며 라다크에서의 기억을 더듬는 과정이 너무 즐겁다. 가장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썼던 시절. 앞다투어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황급히 노트에 받아 적던 시절. 구깃구깃한 종이 위에 펼쳐진 엉망진창의 글씨들. 지금 생각하니 그 원본을 지키지 못한 것이 좀 아쉽다. 펀딩을 위한 프로모션도 신나고 재미나게 해보고 싶다. 6월의 라다크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 줄 것이다. 그와 함께 <춘자로드>의 서막을 열 수 있을까? 그 길이 빠리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그래. 그건 길 위에 서 봐야 알게 될 것이다. 그때 내가 할 말은 'Please please please please come'이 아니라 그냥 'Com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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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드아!

 2 years ago 

6월의 라다크가 우리 모두에게 또 다른 뜨거운 여름을 선사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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