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0(금)사자성어의 다른 의미

새해를 맞거나
의미있는 상황에서
고관대작들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를 인용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잔뜩 폼을 잡으며 말하는 사자성어라는 것은
단지 사전적인 의미에 불과한 것으로
죽은 지식이며
앵무새 흉내에 불과하다.

나같은 역사연구자들은 사자성어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예를 하나 본다.

낭자야심(狼子野心)
이리 새끼는 들에 마음을 둔다는 뜻으로 흉포한 사람의 마음은 교화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춘추시대에 초나라(楚) 사람 투자문(鬪子文)이 속담을 인용해 갓 태어난 조카를 죽이려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

이것은 춘추시대 초나라의 정치상황을 묘사하는 것인데
글귀의 내용이 타당성이 있는지는 의미가 없고
일화에 들어있는 특정 내용에 주목한다.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월초(越椒; 또는 자월)라는 사람인데
권력다툼 과정에서 蔿賈(위가 또는 위고)를 미워해 기원전 605년 약오씨 종족을 거느리고 요양(轑陽)에서 蔿賈를 잡아 죽였으며,
마침내 증야(烝野)에 주둔하고서 장왕을 공격하려고 했다.
그러자 장왕은 화해를 위해 왕실 사람을 인질로 보냈으나
자월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군사를 이끌고 장수(漳水) 강변에 진을 쳤다.
결국 전투가 벌어지고 장왕이 월초를 진압하고 투씨집안이 멸망한다.

이 스토리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두 가지다.

  1. 요양(轑陽): 강의 북쪽을 양이라 하니 '요轑'는 강의 이름이다. 수경주라는 책을 보면,

'요수轑水는 요하현轑河縣 서북쪽의 요산轑山에서 나와 남쪽으로 흘러 요하현轑河縣 옛 성의 서남쪽을 지나며, 다시 동쪽으로 흘러 속성粟城에 이르러 청장淸漳으로 흘러든다.'

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청장하라는 강은 산서성 장치시에 있고 속성향은 산서성 진중시 좌권현이라는 곳에서 흘러온다.
그런데 좌권현은 '요양현遼陽縣'이었고, 단지 기록을 보면 5~6세기에 <북위>가 요양(轑陽)을 <요양遼陽> 으로 고쳤다고 나와 있지만,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산서성에 있는 그 강은 <요수轑水> 라고 강조하며 <요수遼水>와 다른 강인것처럼 포장했다.

그러나 오늘 살펴본 사자성어에서 등장한 <요양(轑陽)>에 대한 청나라 시절의 해석을 보니 나의 해석이 옳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春秋大成<[清] 馮如京 撰 · [清] 馮雲驤 撰> 을 보면

요양.GIF

轑遼同。轑와 遼는 같다同

이라고 해설하고 있다.
발음이 같은 것으로 역사기록에서 흔히 보는 사례다.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고구려의 서쪽경계인
<요수遼水> 이자 <요수轑水>이며
산서성 진중시 좌권현을 흐르는 강이다.

고구려의 서쪽 경계가 지금의 산서성 진중시 좌권현에서
남동쪽으로 흘러, 하북성에서는 <장하>라고 불리는
그 강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1. 인터넷등에서 춘추전국시대의 초나라를 검색하면
    황하남쪽에 있었던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 기록에서는 초나라 장왕이 장수(漳水) 강변에 진을 쳤다고 하는데
    장수(漳水) 는 바로 <요수遼水> 이자 <요수轑水>가
    태행산맥을 동쪽으로 뚫고나와 하북성으로 흐를때 이름이다.
    기원전 약 600년경에 초나라의 왕이 하북성에서 전투를 했다는 내용이다.
    초나라나 인접한 다른 제후국들의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권력자들의 허망한 말장난보다는
진실을 탐구하는 소재로서
사자성어의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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