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꽃씨로 묻습니다
서울 다녀왔습니다
그 사람 아주 가까이 가서
차마 전화하지 못하고
강물에 그대 이름 내려놓고
꽃씨만 가지고 되돌아왔습니다
길목마다 그 사람이 따라와
화도에서 내려놓고
마석에서 내려놓고
대성역에서 떠나보냈습니다
멀리 와서 방안에
우두커니 섰습니다
나보다 먼저 온 그 사람이
꽃차 한 잔 건네더니
북한강으로 흘러갑니다
저녁상을 차려놓고
은하수를 건너갑니다
시든 화분에 물을 주고
보름달로 떠오릅니다
차마 전화하지 못한 손에
호미 한 자루 들고
그 사람보다 아주 멀리 가서
차마 전화하지 못한 그 사람
눈길 발길 닿는 곳마다
꽃길이길 바라며
그 사람을 꽃씨로 내려놓습니다
그 사람을 꽃씨로 묻습니다
아아 그랬는데, 날마다 내가 피어납니다
2021.12.2./이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