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19 미국에 대한 지정학적 대역습의 의미, 트럼프의 한계와 한국 정치의 방향에 대해. 좀 더 멀리보자.

인간이 자신이 사는 시대의 성격을 규정하고 평가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한시대의 성격과 의미는 대개 한참 시간이 지난다음에 규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자신의 시대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하려는 노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라는 말도 말도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시대의 의미를 냉철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이른다고 하겠다.

오늘날 벌어지는 격변의 국제정치적 사건들을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국같이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는 국가는 시대적 역사적 변화의 동향을 잘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벌어지는 국제정치적 변화는 ‘지정학적 대반격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990년 이후 미국중심의 일극적 단극체제가 러시아, 중국, 이란, 조선에 의해 반격을 받고 있고, 이런 반격의 움직임은 확고해지고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미국 중심의 거의 모든 정치, 사회, 문화, 가치가 전도되고 있는 것이다.

지정학적 대반격을 이끌고 있는 러시아, 중국, 이란, 조선은 미국과 현저한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정치와 경제의 관계이다.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고 있으며, 경제에 의해 정치가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및 서구와 정반대의 경우다.

미국은 앞으로는 정치적 자유와 인권과 같은 가치를 주장했지만, 그런 가치는 오로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고 지키기 위한 목적에서만 유의미했다. 그들이 주장했던 가치가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과 상반되면 언제 그랬냐듯이 무시하고 가치를 폐기했다. 가자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인 대량학살에 미국이 눈을 감고 모르는척 하는 것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하겠다. 물론 우크라이나의 나찌주의자인 반데라주의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도 가자사태에서 미국의 태도와 별로 다르지 않다.

러시아, 중국, 이란, 조선은 정치가 경제를 압도한다. 이들 국가는 정치가 경제 즉 자본에 종속되는 미국 및 서구와 확실한 차이가 있다. 민주주의적 선거를 하느냐 안하느냐는 미국과 이들 국가를 나누는 구분선이 아닌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분위기다. 만일 한국이 미국처럼 경제가 정치에 영향력을 얼마간이라도 행사했다면, 윤석열과 같은 정치와 외교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전히 한국의 정치권력은 강력하다. 한국의 문제는 윤석열과 같은 자들이 자신이 가진 정치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지금과 같은 국제정치적 대격변의 시기에 윤석열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으로 엄청난 손해와 압박을 받고 있으면서도 말한마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당하는 불이익을 국내에서 노동자들을 압박함으로써 상쇄하고자 하는 못난이짓을 하는 것이다.

국가급 규모에서 모든 갈등의 원천은 부의 재분배이다. 부를 적절하게 재분배해서 사회를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국가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국가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미국은 러시아, 중국, 이란, 조선으로부터 지정학적 대반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갈등의 핵심인 부의재분배, 즉 계급적 모순을 회피하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했다. 필자는 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전개된 PC주의가 바로 그 대표적 양상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소위 PC주의를 내세우면서 미국 사회에 팽배한 계급적 갈등을 왜곡시키고 갈등의 방향을 바꾸려고 한 것이다. 소위 LGTBQ라고 하면서 남녀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사회적 갈등을 계급갈등에서 기존의 미국적 가치인 가정과 기독교적 가치관에 대한 갈등으로 전도시키려고 한 것이다.

바이든 정권이 한국에 게이인 골드버그를 대사로 보낸 것도 상당히 상징적이고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때 한국에서도 동성애 문제와 같은 것이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박원순이 서울시장으로 있을때 그런 문제를 주도했다. 박원순이 미국에서 왜 성의 정체성을 혼란시키는 정책을 추구하는지 제대로 파악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는 미국의 민주당이 그런 짓을 하니 자신도 이를 받아들여 멋있게 보이고 시대를 앞서간다고 보이려고 했다는 추측만 할 뿐이다.

트럼프는 약관 40대의 헤그세스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그의 국방장관임명에 말들이 많지만 아마도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군에 들어온 LGTBQ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한다. 트럼프는 미국 전부를 바꿀수는 없지만 적어도 군대만큼은 LGTBQ로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한다.

지정학적 대반격을 이끌고 있는 러시아, 중국, 이란, 조선 모두 LGTBQ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

미국이 지정학적 대역습을 당하게 된 것은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의 핵심인 계급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PC주의 같은 꼼수를 쓰면서 모면하려 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빈부격차라는 본질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이런 문제는 회피한다고 해서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절절한 부의 재분배라는 과정을 통해서 자본주의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을 계속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자기수정의 노력을 방기하고 부의 지속적인 축적을 추구했다. 미국의 자본주의적 모순은 계속 누적되었고, 이제는 수정과 개선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은 자신의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끝임없이 외국에서 전쟁을 시도했고, 정복전쟁으로 얻은 전리품으로 모순을 상쇄하려고 했다.

현재의 미국은 외국정복으로 전리품을 얻어내지 못하면 유지되기 어려운 상태가 아닌가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라크 전쟁, 시리아 침공, 리비아 문제 등등이 모두 이렇게 전리품을 얻기 위한 행위다. 그러니 트럼프가 들어선다고 해서 미국내 모순이 해결될수는 없다.

트럼프는 자본이 하나도 손해보지 않고 국가전체의 경제적 부를 확대하여 빈자의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내손으로 코를 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정말 집중해야 할 문제는 계급갈등이다. 그런데 군대에서의 LGTBQ문제를 이슈로 삼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본질적 문제인 계급갈등을 해소할 생각이 1도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순간에 대륙국가들이 지정학적 대역습을 시도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윤석열을 비롯한 기득권 정치세력들은 강력한 정치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부의 재분배를 통한 사회의 안정을 통한 국가의 생존과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비슷한 계급적 모순의 확대 재생산 과정에 돌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시간이 별로 없다. 이미 체질개선을 통한 재출발의 기회를 상실하는 과정에 돌입하고 있다.

한국이 처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정치인의 등장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이 직면한 모순은 매우 구조적이다. 그렇다고해서 한국의 구조적 모순을 기존의 사회주의적 혹은 좌파적 강령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이 현재 직면한 문제는 윤석열과 이재명 같은 정치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포퓰리즘적 행위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과 범위를 한참은 넘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진짜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복잡하고 많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를 아침에 커피한잔을 하면서 쏟아 낸다. 조금이라도 달라지길 바란다. 좀 더 멀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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