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3 변화의 물결을 만드는 자와 거부하고 방해하는 자, 빅터 차와 조선일보의 입장차이에 대해steemCreated with Sketch.

오늘 서로 상반된 두개의 보도를 보고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겼다. 첫번째 기사는 노컷뉴스의 5월2일자 “빅터 차 문제의 기고문 보니…"북미협상에 주한미군 감축 연계"라는 제목의 기사이고, 두번째는 5월 3일자 조선일보의 “대권 야심에 김정일 이어 김정은 독대 꿈꾸나
“라는 기사이다.

빅터 차가 포린 어페어지에 기고한 내용은 미국의 기존 대조선 정책과 핵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앞으로 조선을 자극할 수 있는 참수작전과 3축체제와 같은 정책의 폐기를 권유하는 내용이다. 이와함께 주한미군의 규모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지상군은 철수하고 공군과 해군을 위주로 한반도 방위를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빅터차의 이런 주장은 그동안 대조선 강경론자였던 자신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수정한 것이다. 빅터 차가 입장을 수정한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미국이 조선의 핵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조선의 핵무기 능력을 현실로 인정하고 미국의 대조선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빅터 차와 같은 류의 일방적 대조선 강경정책으로 인해 조선이 어떤 댓가를 치르고서라도 핵무장을 강화해온 결정적인 이유라고 주장해왔다.

필자는 빅터차의 이런 주장이 개인의 의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자신이 속한 CSIS내부에서 상당한 토론과 협의를 거쳤을 것이고, 이는 향후 미국의 대조선 정책에 상당부분 차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트럼프가 유일하게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대조선 정책이다. 필자는 트럼프가 이란 문제가 정리되고 나면, 곧바로 조선과의 관계 재정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빅터 차의 입장변견은 현실에 대한 인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빅터 차의 이런 입장 변경은 그동안 미국의 정책을 그대로 추종해왔던 한국에게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정책이 옳고 그른가가 아니라 미국이 어떤 입장인가에 따라 자신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한국에게 있어서 독자적인 대조선 정책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김대중 당시의 남북화해 협력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했다.

이런 점에서 조선일보가 정동영의 전향적 대조선 정책에 대한 반대기사는 한국의 주류사회가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정동영의 그간 대조선 정책에 대한 주장은 지극히 평이하고 일반적인 수준으로 과격하다고 하기 어렵다. 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르고, 비무장지대 출입에 대한 한국이 더 적극적인 책임을 행사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정동영이 미국의 기밀을 누설했다는 비난과 함께 김정은을 독대해서 차기대선 주자로 나서려고 한다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정동영이 미국의 기밀을 누설했다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억지에 불과하다. 구성에 핵시설이 있다는 것은 이미 공개된 사실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조선일보가 정동영을 기밀누설로 비난하는 것은 매우 악의적인 행태이다. 조선일보가 정동영을 비난하는 것은 남북간 평화가 정착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정동영이 조선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성공한다면, 그 성과만으로도 차기 대통령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역사적 과제는 1차적으로 남북간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고 평화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통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화이다. 우리 세대에 부여된 가장 중요한 역사적 과업은 평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통일은 평화가 확고하게 정착된 다음의 차후과제인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차후과제보다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평화는 통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미국이 대조선 정책을 전환한다면 자신의 존립기반이 무너지는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는 조선에 대한 적대적 감정위에서 존속해왔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이런 감정을 배설한다고 해서 대세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고 하겠다. 상황이 바뀌면 조선일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남북평화와 화해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떠들고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빅터 차의 기고문을 보면서 필자는 미국의 대조선 정책, 그리고 대한반도 정책의 큰 그림이 이미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조선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히 한국을 중국에 대한 군사적 봉쇄와 대결로 내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이 도래하면 한국은 지금의 안보정책으로는 변화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대중의 각성이 없으면 앞으로도 한국은 여전히 미국의 대중국 봉쇄와 견제의 도구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우리 내부에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지방선거가 한국사회의 상당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의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우리는 단 한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