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15 트럼프 정권의 등장과 한국의 위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전망하는 것은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국가에게 매우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하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이란과 이스라엘간 군사적 충돌도 발생했기 때문에 트럼프가 등장하면 뭔가 크게 달라질 것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일은 아무도 알수없지만, 현재의 미국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보면 한국과 같은 미국의 하위 동맹국가들에게는 그리 녹록치 않을 것임은 충분하게 전망할 수 있다.

미국은 구조적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의 구조란 제조업을 외국으로 다 내보내고 미국은 금융자본과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수익금을 마치 세금처럼 거두어 오는 상황을 말한다. 미국은 다시 주요 제조업을 미국내로 불러들이고 자원과 에너지 그리고 식량을 장악하려 한다. 바이든 정권 당시 미국은 마치 제2의 제국주의로 회귀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바이든이 추구했던 것을 훨씬 더 고도화시키고 체계화시켜 나갈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한다. 미국이 다시 제2의 제국주의 정책을 성공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현재의 동맹국을 최대한 활용하여, 동맹국의 제조업 능력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에서 장사하려면 공장을 미국에 지으라고 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다.

물론 미국의 이런 정책과 방향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중국의 부상 때문이다. 중국의 등장은 과거 미국이 겪었던 일본과 독일의 경우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미국은 일본과 독일의 정치권력을 직접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일대 결전을 벌이려고 하는 것도 중국 정치권을 조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그런 부분도 조금씩 선명해 지는 것 같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흑해, 카스피해, 중앙아시아 지역에 매장된 막대한 에너지와 광물 그리고 흑토지대의 식량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필자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은 우선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는 냉전이후 지금까지 지속해온 유라시아 중부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확실하게 장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보아야 합리적이지 않을까 한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삶의 근거를 옥죄어 오는 미국에 맞서 싸울 수 밖에 없었다고 하겠다. 이런 와중에 전쟁은 온갖 다른 이유로 포장되었을 뿐이다.

미국이 다시 한번 새로운 지배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과제는 분명하다. 우선 에너지와 자원, 그리고 식량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대만, 일본, 독일 및 유럽에 나가 있는 주요 핵심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미국의 서아시아 정책의 핵심은 에너지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바이든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홍해와 호르무즈에서 서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던 것이고, 트럼프는 여기에서 관리가 어려운 시리아, 이라크에서는 물러서려고 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미국에게 있어서 우크라이나 문제는 서아시아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서아시아에 필적하는 에너지 매장, 광물, 식량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고 서아시아로 돌아서서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런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서아시아에서도 물러서기 어렵고 우크라이나에서도 물러나기 어렵다. 트럼프가 현재의 전선에 한국전쟁과 같은 방식으로 휴전을 하자는 것은 서아시아에 집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선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 11월 1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미-일-한 3국 정상회담에서 3국 협력 사무국의 설치를 발표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은 나토체제를 통해 서유럽 국가의 정치권을 완전하게 장악했다. 마찬가지로 3국 협력 사무국을 설치하여 마치 미-일-한을 나토와 같은 체제로 구축하려고 한다. 이는 중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전에, 먼저 일본과 한국이 미국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강제하기 위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지금과 같은 지정학적 대격변의 시기에는 어느 편에 구속되거나 속박되는 것이 옳지 않다. 이제까지 동맹정책은 강대국의 입장에서 연루와 포기라는 이론이 지배했다. 그러나 지정학적 대격변이 시기에는 약소국이 강대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안보가 아니라 위협이 되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바이든의 미국과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트럼프의 미국은 바이든의 미국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동맹국을 압박할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을 완전하게 장악하고 통제하여 절대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들이 가진 자산을 모두 미국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이제까지 우리가 보았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냉혹해 질 것이다. 벌써부터 느껴지는 냉혹함의 뒤에는 미국이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자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한국은 이런 미국과 어떻게 일정하게 거리를 유지하는가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거의 모든 지식인과 언론은 정확하게 그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대다수의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운명이 여기까지인가 하는 우려를 하는 이유이다.

트럼프하의 미국에서 한국은 그동안 산업화를 통해 달성한 성취물들을 모두 헌납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한국의 기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대중의 삶은 더욱 더 팍팍해질 것이다.

한국이 살아나갈 유일한 방법은 대중과 자본이 손을 잡고 대타협을 이루고 지정학적 격변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대중들과 정치인들은 그런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본과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윤을 창출하려고 하고, 대중은 정치 사회적 힘을 상실했다.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나갈 정치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이 한국이 직면한 위기다.

지금 한국이 위기를 뚫고 나가려면 자본과 기업이 각성을 하거나, 대중이 다시 정치적 주도권을 잡거나, 정치엘리뜨가 제정신을 차리거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세가지 모두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바로 이것이 한국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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