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5 반미주의자라는 비판에 대한 반론과 트럼프 이후의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간략한 전망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니 반미주의자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국가들은 각자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외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내가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한국의 이익에 반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내가 미국의 현재 대외정책을 비판한다고 해서 러시아나 중국의 대외정책을 지지하고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 대결구도에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비교적 주변국가와의 관계에 미국보다 여유가 있는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러시아와 중국도 어떤 대외정책을 추진할지 알 수 없다.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면 이들도 주변국에 언제 어떻게 강압적인 태도로 변할지 모른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다자적 질서를 주창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자적 질서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들도 언제 어떻게 입장을 바꿀지 모른다.

내가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한다고 해서 친중이나 친러적 태도 때문이 절대로 아니다. 현재 내가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현재 한국의 입장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나보고 반미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판단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판단의 기준을 한국의 이익에 두지 않고 미국의 이익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의 대외정책이 한국에 얼마나 유리 혹은 불리하게 작용하는가를 따지지 않고 미국의 이익에 반하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다. 한국에는 이런 언론과 전문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제까지 글을 계속 써온 것도 자국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필자가 스스로 ‘현실적 민족주의자’라고 규정한 것도 그런 이유다. 매우 당연한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사회는 스스로 자신을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스스로를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오히려 약화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을 수립하는 과정에 한국의 인민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각설하고 미국 대선이후의 상황에 대해 지금부터 걱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한국의 윤석열 정권이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하거나 무기를 보내려고 시도하는 것에 대한 걱정을 그만 두어서는 안된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무기제공시도가 단순하게 그들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서 추진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주장은 그 출처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원출처였는데 미국이 북한군 파병주장을 계속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는 현상을 보고 그 뒤에 어떤 의도와 기획이 작동하는지를 유추해야 한다. 그것이 ‘현실적 민족주의’적 사고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허위정보의 유포 뒤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미국의 숨어있는 의도를 살펴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하는 점이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에 관한 언급을 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정권이 실패할 경우, 유럽을 러시아와의 전쟁에 몰아 넣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소동은 서구 나토국가들을 러시아와 직접적으로 충돌하게 만들기 위한 일종의 예비공작이라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참관단이라고 하더라고 한국군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관여를 통해서 서방 국가들로 하여금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뛰어들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루마니아의 나토 공군기지에 파견되어 있다는 보도도 예사롭게 보아서는 안된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그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고,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어 있는 벙력보다 약 세배 이상 많은 동원병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단순하게 우크라이나만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늘 미국 대선이 진행된다.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러시아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만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물러나면 유라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완전하게 상실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패배는 서아시아 지역과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까지 급격하게 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이유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쉽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물러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기 위한 조건을 러시아는 수용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사활적 이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코카서스와 중앙아시아 및 서아시아에 이르는 엄청난 에너지와 식량을 통제하고 장악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미국도 지금과 같은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쉽게 물러설 수 없다. 처음부터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미국 네오콘의 대외정책이 전략적 실수였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리 쉽게 끝날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로 너무 큰 이익이 얽혀져 있다.

미국 대선이 끝나면 윤석열 정권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하거나 무기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여전히 그런 가능성은 남아 있다. 윤석열 정권이 국내정치적 곤경에 몰리면 몰릴수록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며칠간 미국 대선으로 세계는 요동칠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던 미국은 앞으로 영향력이 점점 쇠퇴할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어떻게 쇠퇴하는 영향력을 잘 관리하여 연착륙을 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다시 미국이 세계 유일 강대국의 지위를 확보하겠다고 하는 순간 하락의 속도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질지도 모른다.

한국은 예상되는 다양한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입을 닫고 있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