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23 트럼프의 왜곡된 현실주의와 공적이익과 사적이익의 혼재가 초래한 소음의 결과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국제정치적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설명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분명한 것은 과거에 국제정치를 보던 관점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관점과 시각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이런 변화는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건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국제정치적 변화를 이상주의에서 현실주의로 태세전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음으로 이해하고 있다. 필자는 이상주의가 종말을 고하면 자연스럽게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현실주의로 넘어갈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들은 이런 일반적인 전이과정에 상당할 정도의 소음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공적이익과 사적이익의 혼재인 것이다. 트럼프 등장이후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거의 모든 대외정책은 바로 이런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사건들은 그런 경향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군사적으로 점령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다보스에서 트럼프가 종신의장이 되는 평화위원회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평화위원회는 가자지대에 대한 재건과 평화정책을 위한 국제기구라고 트럼프측은 설명하고 있다. 미국과 아르메니아·아르헨티나·아제르바이잔·바레인·불가리아·헝가리·인도네시아·요르단·카자흐스탄·몽골·모로코·파키스탄·파라과이·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아랍에미리트(UAE)·우즈베키스탄 등 19개국과 코소보가 참가했다. 러시아는 미국에 압류된 10억달러를 회비로 내고 참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외신은 트럼프의 평화위원회가 지금은 가자문제를 다룬다고 하지만 나중에 유엔을 대신하는 국제기구가 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말은 이미 유엔이 국제기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기구도 한 개인이 종신의장이 되는 경우는 없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가 제안한 평화위원회라는 것이 얼마나 희극적인가를 알 수있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한마디로 무어라고 규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상주의에서 현실주의로의 전환이라는 평가는 가능하겠지만, 트럼프의 미국이 추구하는 현실주의는 공적인 영역과 개인적 사적 이익의 영역이 묘하게 중복되고 겹친다. 트럼프는 미국의 패권유지라는 공적인 목표를 통해서 자신의 사업영역 확대와 사적 이익추구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코인을 발행해서 천문학적 이익을 보았다거나 가자지대를 개발해서 막대한 개발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은 전적으로 공적권한을 이용한 사적이익추구의 형태를 띤다.
이런 점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의 공공성과 공화주의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말았다. 평화위원회를 보자면 미국은 대통령제라기 보다는 군주제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미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사건들도 미국은 이미 파시즘의 단계를 넘어 전제정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 같다.
전세계적인 수준에서 국제정치적 질서와 원칙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이상주의적 국제질서에서 현실주의적 국제질서로의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문제는 그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인물인 트럼프가 미국의 공적이익보다 개인의 사적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말기적 현상이다. 정치지도자의 사심은 미국의 태세전환에 심각한 부작용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체제가 공적이익과 사적이익의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체제는 분열된다. 이미 그런 경향은 여러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베네주엘라에 대한 군사적 점령이후 베네주엘라 국영석유회사의 처분 과정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자본이 기존의 협상에서 우위를 지니고 있던 세력을 몰아내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미국내 자본들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자본간의 경쟁은 항상 있다. 그러나 지금 관찰되는 미국자본의 경쟁은 양상이 좀 다른 것 같다. 과거에는 외부에서 이윤을 확보했다면, 지금은 더 이상 외부로부터 일정정도의 이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당연히 경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 이어진다.
필자는 현재 트럼프의 정책에서 자본의 내부경쟁 심화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필자의 추론과 전망이 틀릴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한 개연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내정책을 볼 때 반드시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미국내 국내정치의 분열은 매우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서로 가져갈 것이 별로 없으면 투쟁은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미국 국내정치의 분열은 바로 이런 점을 드러내고 있는것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