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제대로 숨 쉬고 있습니까?

in AVLE 일상15 days ago (edited)


구상나무


구상나무 잎눈


구상나무 껍질눈에 나는 잎


잎 떨어진 줄기에 드러나는 껍질눈

봄비 촉촉 내리는 날
백두대간 구상나무 숲길을 걷습니다
그대에게 묻습니다
숨은 제대로 쉬고 있습니까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있습니까

제발 숨 좀 쉬고 살자
누군가가 달달 볶았을 때 내뱉는 말
그래요, 숨 막히는 팍팍한 세상
숨 쉬며 살아야지요, 제대로 살아야지요
잎 마다 이슬방울 맺힌 구상나무 앞에 섭니다
눈물방울 그렁그렁 맺힌 그대 앞에 섭니다

푸른 잎이 우리 몸의 털처럼 박힌 줄기
그 잎이 떨어진 자리에
정교하게 드러난 정사각형 점들
그건 바로 구상나무 껍질눈입니다
나무는 껍질눈으로 숨 쉬며 살아갑니다
물론 잎의 기공으로도 숨을 쉬며 잘 살아갑니다

나무는 한 가지 방법으로 숨을 쉬지 않습니다
꽃을 피우는 꽃눈보다
잎을 틔우는 잎눈보다
숨을 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새순이 돋으면 껍질눈부터 만듭니다
땅속 뿌리로 빨아들인 산소를
온몸을 둘러싼 껍질눈으로 내 보냅니다
정화된 신선한 산소를 내 보냅니다
모든 식물은 공기정화식물입니다

봄비 촉촉 내리는 날
백두대간 구상나무 숲길을 걸어걸어 되돌아나옵니다
그대에게 묻습니다
숨은 제대로 쉬고 있습니까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있습니까
나는 백두대간 깊은 산골짝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구상나무 벗삼아 깊은 고독의 향기를 간직하며
참으로 행복하게 편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2024-04-22 @jami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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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힐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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