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양념 실종사건(?)
오늘은 인생 처음으로 갈비찜을 만들었다.
지난 주말 이마트는 가격 파괴 세일을 한다며 갈비를 사라고 꼬드겼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명절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으로 갈비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착각하며 살았던 나는 어느날 사실은 갈비를 좋아했고, 최근 들어 뜬금없이 갈비가 먹고 싶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니 갈비를 살 수밖에 XD
처음 만드는 갈비이니 대기업 일류 요리사들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Astin이 배 퓨레 비율까지 비교하며 양념을 분명 골라담았다. 그리고 먹스케줄에 의해 오늘 점심부터 갈비 만들기에 돌입했다.
갈비를 찬물(설탕 한숟가락 추가)에 넣고 핏기를 제거한다. 1시간 동안 2~3번 물을 간다.
초벌하여 끓인다. 그 와중에 갈비양이 많은 관계로 우리집에 그것을 품을만큼 커다란 냄비가 없어서(???) 2개의 냄비를 사용했다.
다시 아이들을 찬물에 하나씩 씻겨주고...
오 갈비 손 많이 가네..
자 이젠 갈비를 넣고 양념과 물을 넣고 끓이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양념이 보이지 않았다.
Astin에게 SOS 카톡
'갈비 양념 어디에 뒀어?'
'글쎄 기억이 안 나네.'
'...아무리 찾아도 없는데.'
'..내가 그날 냉장고 정리 했는데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이 없네.'
찾고 찾고..혹시나 싶어 차 트렁크까지 가서 찾고...
혹시 내 눈에만 안 보이나 싶어서 Astin과 페이스타임 켜서 하나씩 찾아봤는데
없다. 없어. 양념이 사라졌어~~~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사긴 샀는데 말이지.
아...수제 양념?
...음 ...아냐
결국 집 앞 마트에 가서 정원이 언니의 양념을 하나 더 사왔다.
그리고 부랴부랴 갈비를 끓이고 기름 제거하고 무와 양파를 넣고 끓이고 끓이다가....
작업 중단하고 수영하러 갔다 왔다.
다시 집에 오자마자 갈비를 끓이고 또 끓이고...
나머지 야채넣고.... 고추랑 파도 넣고 또 끓이고 또 끓이고..
갈비를 끓이고 있는데 가스 점검원 분이 오셔서 가스도 점검했다 :D ㅋㅋㅋㅋㅋㅋ
거의 갈비가 다 되갈 무렵 카톡을 받았다.
아..오늘 일이 생겼네. 저녁 먹고 들어갈 것 같아.
우..웅... 갈비 10인분 해놨는데 ^_^...
혼신의 갈비가 완성되어 저녁되어 혼밥을 먹었다.
보기엔 그리 맛있어보이지 않지만 아주 맛있었다. (제 입엔 말이죠- )
요리를 엄청 잘한다거나 재능이 있진 않은데 요리를 하면서 내가 요리를 좋아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꽤 음식 종류에 질리는 타입이라 가끔 해보지 않은 요리를 하기도 한다. 가끔은 망하고, 그래도 대부분은 먹을만하다.
갈비를 만들며 느낀 건, 아무리 오래 끓여도 고기가 여전히 질겨서 왜 아직도 질긴가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한 10분 남짓 지나자 어느 순간 고기가 뼈에서 분리될만큼 부드럽게 익었다. 뭔가 임계점 (갈비 고기 임계점?) 같은 게 존재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갈비는 기다림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자. 고기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그러나 혹여나 고기가 탈까 무서워 식탁에서 망부석처럼 착하게 고기를 감시하며 기다렸다.
갈비를 완성하고 나서 가장 큰 깨달음은..
엄마가 갈비를 자주 해주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갈비는 명절에 먹거나 사 먹어야겠다.
갈비 안녕.
오늘 하루 즐거웠고 굳이 다시 만나진 않아도 될 것 같아. 잘가.
(당분간 아침 점심 저녁이 갈비일 것 같다)
갈비찜은 양념을 사서 해먹어야 맛있습니다. ^^
오 좋은 선택이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