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플라이 백(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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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글감 검색


저자 : 박창진

경남 거제 출신, 부산 동아대학교 관광경영과 졸업.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입사, 능력을 인정받아 빠르게 사무장직으로 승진.

VIP 담당 승무원직 수행 및 회사 홍보 모델로 활동.

2010년에는 객실 전체를 책임지는 팀장이 되었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삶이 바뀌어버렸다.

재벌과 개인 사이의 불합리한 일을 폭로하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소송으로까지 가져간 드문 경우를 보여줬다.

땅콩 회항 소송으로 인해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 당해 근무하면서, 회사의 전횡과 비리를 알리는 동시에 조직에서 살아남는데 매진.

2018년 5월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 및 갑질 근절 시위 주도, 이를 계기로 직원연대노조 출범시켰고 초대 지부장을 맡았다.




책 출간 시점인 2019년 초까지는 대한항공에 근무하고 있었다.

인물검색을 해보니, 2019년 9월 정의당 5대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었고 2020년 1월 대한항공을 퇴사했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정의당 비례대표 출마해 낙선.

2021년 정의당/보궐선거 및 청년정의당 부대표로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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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namu.wiki/w/%EB%B0%95%EC%B0%BD%EC%A7%84




"갑질로 어긋난 삶의 궤도를 바로잡다"

플라이 백(Fly Back), 비행기를 되돌리는 '회항'을 일컫는 용어.

땅콩 회항 사건 때 막 출발한 비행기에서 강제로 내려야 했던 그 날을 의미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다시 난다는 의미다.

저자는 말한다.

누구나 뜻하지 않게 삶의 궤도에서 어긋나는 순간이 있지만, 그대로 주저 앉을지, 어긋난 항로를 바로잡아 정상 궤도로 되돌아올지는 개인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이 책은 저자의 한 번 뒤틀린 삶을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한 비행의 기록이라 밝힌다.




땅콩 회항의 박창진 승무원이 정치인이 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재력에 의해 갑질당한 사람이 정치인이 되어 권력으로 복수하는 시나리오인가..?

영화 시나리오로 나올 수도 있겠다.




대한항공 기업 문화는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고, 군대 조직같은 엄격함이 있었다.

회장 일가에 의해 비민주적이며 강압적인 기업문화.

'엑스맨 제도'란 게 있었다.

비밀리에 '엑스맨'으로 지정된 승무원은 해당 비행 편의 모든 것을 평가하고 기록해 보고하게 한 제도이다.

2001년 남자 승무원들 중심으로 노조가 창립되었는데, 여러 빌미로 해당 직원들 배임 횡령 혐의를 물어 소송을 치루는 등 2년 만에 와해되었다.

시간이 지난 2016년에야 노조 파괴 전문 회사 출신이 그 당시 노무부 간부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아무래도 갑질 횡포를 당한 저자가 쓴 책이다 보니, 고운 소리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에피소드 및 공포 정치, 그리고 대한항공 회사 제도 얘기를 듣고 있자니.. 참 끔직하다.

회사는 어떤 일이 터지면 대한에 대한 고찰은 하지 않고 누군가를 징계할 궁리만 한다.

그러므로 서둘러 희생자를 찾아야 한다.

그들 눈에 실수한 직원은 게으르고 멍청한 사람이며 호되게 혼내 정신을 바작 차리게 해야 할 대상이다.




땅콩회항 사건은 언론에 수차례 오르내렸지만 정작 그 원인이나 진행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인 저자의 입으로 이 일의 내막을 처음부터 끝까지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사건의 본질은 조현아 씨가 항공기 내 최고 책임자인 기장의 권한을 무시하고 함부로 비행기를 되돌려 승무원은 내리게 한 데 있다.


  • 2014년 12월 5일 0시 50분 뉴욕 JFK 국제공항 출발행.

  • 일등석 1A 좌석에 승객이 한 명 있고, 조현아는 일등석 2A 좌석 탑승.

  • 여 승무원이 조현아에게 미개봉 상태 마카다미아 봉지와 버터볼 종지를 쟁반에 받쳐 서비스 함.

  • 여 승무원이 '조 부사장님, 견과류도 드시겠습니까?' 라고 묻자 조현아는 불같이 화를 내며 '이렇게 서비스하는게 맞냐'고 되물음.

  • 해당 승무원이 '매뉴얼에 맞게 서비스한 것'이라고 답변하자 조현아는 즉시 서비스 매뉴얼 가져오라고 지시.

  • 팀장인 박창진은 서비스 승무원으로부터 상황 전달받고, 즉시 객실 서비스 매뉴얼이 저장된 태블릿 PC를 조현아에게 전달.

  • 조현아, '내가 언제 태블릿 PC 가져오랬어. 갤리 인포(기내 매뉴얼 파일첩) 가져오란 말이야!'

  • 태블릿 PC가 도입되면서부터 상당 부분 전자화되어 최신 사항은 태블릿 안에 저장되는 게 보통임.

  • 파일을 가져다주자 조현아 왈 '누가 이 파일첩에 있다고 했어? 아까 서비스 했던 X 나오라고 해. 당장 불러와!'

  • 깜짝 놀라 앞으로 나온 여 승무원에게 조현아는 삿대질하며 '야! 너, 거기서 매뉴얼 찾아. 서비스 매뉴얼도 제대로 모르는데, 안 데리고 갈 거야. 저 X 내리라고 해!'

  • 겁에 질린 승무원은 무릎을 꿇고 앉은 채 매뉴얼 찾음, 조현아는 '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당장 기장한테 비행기 세우라고 연락해!'

  • 0시 53분, 항공기는 이미 이동 중인 상태였음, 박창진은 '부사장님, 이미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선 관계로 세울 수 없습니다. 고정하십시오' 라고 말렸다.

  • 조현아 왈 '상관없어! 니가 뭔데 나한테 대들어! 어디다 대고 말대꾸야? 내가 세우라잖아!'라고 계속 고함을 지름.

  • 박창진 왈 '부사장님 해당 매뉴얼은 얼마 전에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의 불만 제기 건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해당 매뉴얼 관련 공지는 불과 일주일 전에 새로 나왔고 제가 캡처해둔 것이 있습니다.'

  • 조현아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 파일첩을 돌돌 말아 손에 쥐고 항공기 벽을 수차례 치며 여 승무원에게 '너 당장 내려!'라고 말함.

  • 박창진은 일단 기장과 인터폰으로 통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조현아 왈 '사무장 그 XX 오라 그래. 당장!'

  • 그사이 부사무장과 다른 승무원이 태블릿 PC에서 해당 서비스 매뉴얼을 찾아 조현아에게 보여준 것이다.

  • 조현아는 박창진에게 고함지르며 '이거 매뉴얼 맞잖아. 니가 나한테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 못해서 여 승무원만 혼냈잖아. 다 니 잘못이네. 그러니 책임은 당신한테 있네. 니가 내려!'

  • 조현아는 박창진에게 내리기 전 말했다. '내리자마자 본부에 보고해. 징계 받을 준비하고!'

  • 오전 1시 5분, 박창진은 JFK 공항에 홀로 남겨짐.

  • 다음날 한국에 도착해서 바로 본사로 호출되었는데, 객실 담당 상무는 이 일을 절대 외부로 발설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시킴.

  • 경위서 작성이 끝나자 시말서 작성하라고 함. 항의하자 상무는 '회사 정년까지 다녀야하지 않겠냐' 말하며 인사상 불이익을 암시하며 강요함.

  • 언론에서 이 사건을 '땅콩 회항'으로 부르며 여론이 악화일로로 감.

  • 12월 8일 박창진, 해당 여 승무원, 부사무장은 회사로 호출되어, 조 부사장은 어떠한 욕설이나 폭행도 하지 않았으며, 박창진 사무장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는 직접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허위진술하라는 지시가 내려옴.

  • 당일 국토교통부에 해당 상무와 함께 조사 받으러 갔다. 하지만 이미 국토교통부 조사는 전/현직 대한항공 임원이 말을 맞춰 짜고치는 쇼였다.

  • 하지만 언론의 집요한 추적이 이어지자 조양호 회장은 조현아를 보직 해임했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본문의 문장들 중 일부



나름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여기고 절대로 내게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눈과 귀를 닫고 살아왔다.

완전한 착각이었다.

회사는 나를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쓸모없어지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물건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그렇게 신기루는 완전히 사라졌다.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관리직이 되는 순간 180도 바뀌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다.

완장을 차는 순간 스스로 '관리자 모드'로 돌아서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나서서 회사 입장을 대변한다.

그야말로 노예의 본능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동료들과 다른 위치에 있는 우월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회사가 씌워준 감투가 실은 노예를 다루기 위한 사슬이라는 것도 모른 채 화려하게 도금됐다는 이유로 왕관이라 착각한다.




기권을 선언하지 않는 나를 두고 많은 이들은 '다른 꼼수가 있다'거나 '무모하고 무지해서 그러는 거다', '아직 사회의 뜨거운 맛을 제대로 못 봐서', '더 호되게 당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옳지 않은 일에 저항하며 자존감을 지키려는 노력조차 가진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포기하라고 강요받는다.

서글픈 사실은 이러한 강요를 소위 말하는 갑이 아니라 나와 같은 다수의 을이 한다는 점이다.

나와 같다고 믿었던 다수의 을이 어느덧 나를 반사회적 인물로 낙인찍고 자기 욕심에 눈이 먼 사람으로 매도한다.

우리 사회에서 한 인간의 각성은 이토록 무서운 대가를 요구한다.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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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에 있으며 와닿는 점이 참 많네요.

항공쪽에서 일하시나 봅니다.
여전한가 보네요.

2022-09-06 랜덤추천작가와 관심작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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